1라운드 최하위에서 4라운드 최상위로 극적 반전, 원년 이어 정규 리그 2연패
결국은 포스코였다. 1라운드를 마친 직후 ‘에너지’에서 ‘인터내셔널’로 간판을 바꾼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이 순위표 맨 위에서 정규 리그를 마쳤다. 포스코는 20일 수원 광교체육관(스튜디오T)에서 저녁 경기로 진행된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여자코리아리그 팀 최종전에서 이번 시즌 내내 선두 다툼을 벌여왔던 삼성생명(이하 삼성)을 3대 2로 꺾었다. 열여섯 경기를 모두 소화한 현재 승점 42점 12승 4패의 성적으로 최종 1위를 확정했다. 반면 정규 리그 전반부 1, 2라운드를 지배했던 삼성은 3, 4라운드 무패의 팀 포스코의 기세에 눌려 최종 2위로 리그를 끝냈다. 삼성의 최종 전적은 37점, 10승 6패.
두 팀의 시즌 최종전은 시작 전부터 포스코의 1위 등극이 확실시되던 승부였다. 승점에서 이미 3점을 앞서있던 포스코는 한 매치를 따 승점 1점만 더해도 1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역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삼성의 4대 0 완승이 필요했지만, 최근 어느 팀보다도 많은 우승 경험을 쌓아온 포스코의 주전들이 이를 허용할 리 없었다. 첫 매치에 나온 유한나가 상대 에이스 주천희에게 패했으나, 에이스로 출전한 양하은이 2매치를 잡아내면서 대세는 일찌감치 기울었다. 이시온의 강한 타구를 요리하며 1위를 확정한 양하은이 프리핸드를 번쩍 치켜들었다.
역전의 여지가 없어진 삼성의 선수들은 최종전 승리라도 잡기 위해 끝까지 싸웠다. 하지만 1위 확정으로 사기가 오른 포스코 선수들의 의지가 좀 더 강했다. 유한나-김예린 조가 이어진 복식 매치에서 삼성의 ‘전문 복식조’ 위예지-이채연 조를 잡아 저울추를 돌렸고, 다시 4매치에서 양하은이 주천희에게 패했으나 최종 주자 유시우가 상대 이윤지에게 쾌승을 거뒀다. 1-2위 결정전답게 치열하게 전개됐던 풀-매치접전의 승리는 결국 정규 시즌 1위 팀 포스코의 몫이었다. 유시우 특유의 날카로운 백핸드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 전혜경 감독과 선수들은 코트로 뛰어나와 얼싸안고 1위의 기쁨을 제대로 누렸다.
포스코는 프로탁구 원년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 초반부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귀화에이스 전지희가 미래에셋증권으로 이적하고, 원년 MVP 양하은도 컨디션 저하로 출전하지 못했다. 기존의 투톱이 흔들리면서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막내 에이스 김나영도 첫 시즌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첫 라운드를 1승 3패 최하위로 마감했다. 전 시즌 우승팀의 ‘추락’은 여자코리아리그의 주요 관심사였고, 시즌 개막 직전 ‘대행’ 꼬리표를 뗀 전혜경 감독의 고심도 깊어갔다.
하지만 이후 포스코는 드라마틱한 행보를 보였다. 2라운드부터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양하은이 돌아와 MVP의 ‘위력시범’을 계속했고, 유한나-김나영 복식조가 승부처를 지켜가기 시작했다. 삼성에게는 1월 23일 열렸던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패배는 그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4승 4패 50% 승률을 회복한 상태로 다시 시작한 3, 4라운드에서는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무려 8연승을 달렸다.
양하은의 체력이 떨어져 갈 무렵에는 유한나가 맹활약했다. 김나영, 또는 김예린을 파트너로 복식 주전으로 뛰면서 후반 단식을 주로 책임진 유한나는 팀이 에이스 매치를 내주고 풀-매치접전으로 몰릴 때마다 ‘반드시’ 나타났다. 특히 김하영을 5매치에서 꺾은 2월 5일 대한항공전과 이시온을 역시 5매치에서 이긴 8일 삼성전은 선두 수성의 기로에 놓인 팀을 구해내는 ‘수호신’이나 다름없는 활약이었다. 유한나의 맹활약은 뒤로 가도 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선수단을 결속하는 효과까지 불렀다.
결국 포스코는 끝까지 더 이상의 패배 없이 정규 시즌 2연패를 달성했다. 최종전에는 WTT 피더 뒤셀도르프에 출전한 김나영이 빠졌지만, 포스코의 승리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유시우가 이번 시즌 개인 첫승을 마지막 경기에서 일궈내며 김나영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풀-매치접전의 힘겨운 승부였지만, 삼성과의 최종전은 포스코의 빈틈없는 ‘팀-워크’를 제대로 과시한 경기가 됐다.
KTTL은 20일 경기 직후 정규 시즌 시상식을 진행했다. 포스코 선수들은 환한 표정으로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직후 전혜경 감독은 “첫 시즌을 우승하면서 두 번째 시즌은 좀 편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가능하면 더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초반 최하위까지 처지면서 부담이 생겼지만 선수들이 극복해줄 것을 믿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양)하은이가 맏언니로서 경기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 (김)별님이도, (유)시우도, (김)예린이도, (유)한나도, (김)나영이도 그리고 올 시즌 새로 가세한 코치진들까지 모두 주어진 몫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결국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팀 프론트도 성심을 다해 선수단을 지원해줬다. 감독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5개 팀이 경합하는 여자코리아리그는 준플레이오프가 없다. 1, 2위가 확정되면서 포스트시즌 대진도 짜였다. 22일 한 경기를 남겼지만 이미 3위를 확정한 미래에셋증권이 2위 삼성생명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승자가 포스코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다. 전혜경 감독은 “한참 뒤에 포스트시즌이 있지만 더 충실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만큼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차분히 계획을 세워 다시 한 번 챔피언에 오른 뒤 제대로 우승 소감을 전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 코리아리그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 이후 거의 두 달 뒤에나 열린다는 변수가 있다. 짧지 않은 간격이 있는 만큼 포스트시즌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계속된 실전을 지나온 선수들이 내셔널리그가 진행되는 두 달 동안 어떻게 지친 몸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물론 1승을 안고 챔피언결정전을 벌이게 되는 포스코가 가장 유리한 위치인 것만은 틀림없다. 포스코의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2연패 여부는 5월에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포스코와 삼성의 여자코리아리그 ‘1-2위 결정전’에 앞서 오후 경기로 치러진 남자코리아리그에서는 한국마사회가 풀-매치접전 끝에 보람할렐루야를 꺾었다. 6위 상승이 걸려있었던 마사회도, 최하위가 확정된 상황에서 ‘유종의 미’가 필요했던 보람도 치열한 대결을 펼친 끝에 승부가 갈렸다. 이 경기 결과로 22승점, 4승 10패가 된 마사회는 정규 시즌 마지막 날인 22일 한국수자원공사와 KGC인삼공사의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순위가 확정된다. 18승점(4승 9패)에 머물러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 0으로 이기지 못할 경우 한국마사회가 6위다. KGC인삼공사의 5위는 확정됐다. 다음은 20일 남녀 코리아리그 경기 결과와 현재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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