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주인공인 협회 위해 최선 다하겠다!”

  인천장애인전국체전 탁구경기가 열리고 있는 강화고인돌체육관. 기간 내내 체육관을 지키며 선수들을 격려한 우기만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을 만났다. 우 회장은 본부석에만 머물지 않고 시종 분주하게 코트를 오가며 선수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우기만 회장은 금년 1월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에 취임했다. 이전까지 장애인탁구는 물론 비장애인들의 스포츠와도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는 그가 장애인탁구협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펼쳐오고 있는 로터리클럽에서의 봉사활동이 계기가 됐다. 헌신적인 그의 모습을 본 지인들과 탁구인들이 마침 공석이 된 장애인탁구협회장 취임을 권유한 것.

 

▲ (강화=안성호 기자) 우기만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

  그런데 우 회장이 봉사활동에 많은 힘을 쏟아온 데에도 각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30대 초반 불의의 사고로 중추신경을 다쳐 전신마비가 왔었다. 모두가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포기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런데 1년여의 투병 끝에 기적적으로 운동신경이 돌아왔다. 우 회장은 “새로 시작한 인생이었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절감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 조금은 불편한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대한장애인탁구협회장직을 수락한 것도 그런 사연 때문이었다. 어쩌면 우 회장이 장애인탁구선수들을 만난 것도 일종의 ‘필연’이었던 셈이다.

  회장을 맡은 이후는 감동의 연속이었다. “3월에 회장배를 열기 전까지는 솔직히 뭐가 뭔지 몰랐다. 하지만 실전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순간부터 회장을 맡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선수들이 한 포인트 한 포인트를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우는 모습은 정말이지 눈물겹다.”고 말하는 우 회장이다.
 

▲ (강화=안성호 기자)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시상식에 참가했던 우 회장.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전 종목을 석권한 남자4체급 선수들과 함께.

  한국 장애인탁구대표팀은 9월 베이징 세계장애인탁구선수권대회와 10월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수확했다. 회장을 맡자마자 굵직한 대회마다 좋은 성적이 이어지면서 보람도 크다. “이전 집행부에서 열심히 해준 것이 사실이다. 그 바탕 위에서 선수들이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다. 빛나는 메달은 오로지 선수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앞으로도 선수들이 노력을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 (강화=안성호 기자) 경기장을 찾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함께 한 우기만 회장. 오른쪽은 이동완 대한장애인탁구협회 전무이사.

  물론 항상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스포츠에 비해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비교하기 힘들 만큼 적다. 게다가 협회 내부적으로도 기대했던 것만큼 힘이 모아지지 않아 아쉬웠던 적도 있었다. “협회는 선수를 위한 협회가 돼야지 임원을 위한 단체가 돼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도 협회를 믿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일반적인 관심이 적다해도 협회가 순수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금까지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믿는다.”고 우 회장은 말했다.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마찬가지다.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서 우리 선수들의 목에 메달을 걸어줄 때 또 목이 메었다”는 우 회장은 “그와 같은 감동이 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협회, 믿을 수 있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 조금 미비하다해도 믿고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강화=안성호 기자) 인천장애인전국체전 시상식 모습. 우 회장은 “선수가 주인공인 협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탁구협회는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 이어 인천장애인전국체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국제무대에서 최고의 성과를 수확해낸 선수들은 국내무대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장애인스포츠 대표종목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했다. 이제 올해는 충북도지사배 겸 전국장애인탁구종합선수권대회 하나만을 협회 행사로 남겨두고 있다. 길지 않은 1년의 시간이었지만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등등 대회만으로도 적지만은 않은 경험을 한 우 회장은 “남은 대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은 급선무”라고 했다. 그리고 남은 기간 “좀 더 희망적인 대한장애인탁구협회로 새 출발하는 내년이 될 수 있도록 발판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기만 회장이 말하는 희망적인 협회는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협회”다. 많은 성과와 함께 2014년을 마무리하고 있는 장애인탁구가 2015년엔 더욱 힘찬 ‘항해’를 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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