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대학탁구선수단과 함께 광주 유니버시아드 참가

2015 하계유니버시아드 탁구경기가 진행 중인 장성 홍길동체육관. 각국 대학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모인 이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몽골대학대표단과 함께 한국을 찾은 바이르 막나이 씨다. 현재 몽골탁구협회 국제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바이르 씨는 몽골 1세대 탁구선수다. 지난 1995년, 13살 어린 나이에 김포 하성초등학교에서 유학하며 한국탁구를 몸소 배워가기도 했다. 당시 함께 유학 온 ‘친구 준치’와 함께 <월간탁구> 표지(’95년 10월)를 장식했을 정도로 몽골소년의 탁구도전은 큰 화제를 모았었다.
 

▲ (장성=안성호 기자) 어린시절 한국에서 탁구 유학하며 화제를 모았던 ‘몽골소년’ 바이르 막나이 씨가 몽골탁구협회 소속으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탁구경기에 참가했다.

“윤석룡 선생님(당시 하성초등학교 감독) 집에서 먹고 자며 1년간 한국에 머물렀어요. 윤 선생님이 많은 배려를 해주신 거죠. 덕분에 탁구뿐 아니라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90년대는 많은 한국 선교사들이 몽골에 탁구를 전파하던 시기였다. 생활체육인 강영순 선교사를 비롯해 박지현 현 여자대표팀 감독, 양영자 청소년대표 감독 등 유명 탁구인들도 몽골에서 직접 봉사하며 탁구를 알렸다. 실질적으로 한국 탁구인들에 의해 몽골탁구가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94년 탁구에 입문한 바이르 씨 역시 이런 한국 선교사들에게 탁구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강영순 선교사의 도움으로 그해 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호프스 탁구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었고, 그 대회에서 윤석룡 감독을 만나면서 다음해 탁구유학까지 이어진 것이다.
 

▲ 월간탁구 ’95년 10월호를 장식했던 바이르 막나이 씨의 어린시절 모습(왼쪽). 옆은 함께 유학한 알가 준치.

“탁구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제 삶도 많이 바뀌었어요. 20대 때는 탁구가 아닌 학업을 위해 한국에 다시 오게 됐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선수생활은 그만뒀으나 바이르 씨는 2002년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2년간 서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 후, 2004년 서울대에 직접 입학해 경영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고국으로 돌아가 건설업에 종사 중인 그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탁구만큼이나 건설 면에서도 한국 선진국이잖아요. 양국의 거리도 가깝다보니 건설 쪽에는 한국과 관련된 일이 매우 많은 편이에요. 그런 면에서 한국에 대한 제 지식과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죠. 지금도 1년에 두세 번은 한국을 꼭 방문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탁구 일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다. 그는 본업 외에도 몽골탁구협회에서 국제담당 업무를, 특히 한국과 관련된 부문을 전담해 맡고 있다. 작년에도 코리아주니어오픈과 인천 아시안게임 탁구경기에 몽골 선수단과 함께 참가했었다.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역시 남녀 총 10명의 몽골대학탁구선수들이 참가해 축제를 함께하고 있다. 아직 예선 진행 중인 개인단식을 빼고도 여자단체전 16강, 혼합복식 16강 등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바이르 씨는 환하게 웃었다.
 

 
▲ 바이르 씨가 몽골 선수들의 시합에 직접 벤치를 보고 있다. 개인단식 예선을 치르고 있는 몽골 알탄샤가이 간바트를 코치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실력향상과 별개로 몽골에서 탁구 인기 자체는 전보다 못한 편이다. 한국 탁구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90년대 잠깐 붐이 일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때보다 되레 탁구인구도 인프라도 적고 협소해졌다. 이는 한국탁구의 상황과도 어느 정도 궤를 같이한다. 8, 90년대 한국탁구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그 여세가 탁구 변방 몽골에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한국탁구는 하향세를 보이며 옛 시절의 영광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길게 이어온 몽골과의 탁구유대도 이제는 거의 대가 끊겨버렸다.

“한국은 제게 있어 또 하나의 고향이에요. 유년시절 1년의 유학은 물론, 20대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습니다. 지금도 한국에 올 때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몽골탁구도, 한국탁구도 다 함께 발전해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탁구를 바라보는 바이르 씨의 눈길에서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졌다. ‘탁구’를 통해 바이르 씨는 한국을 접했고, 여전히 한국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몽골과 한국이 다시 ‘탁구’로 이어진다. 그의 바람대로 함께 발전하며, 양국의 탁구 우정도 더욱 돈독해지기를 기원해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