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점 많지만 더 큰 발전 계기로 삼아야죠!”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탁구경기가 열리고 있는 장성 홍길동체육관에는 개막일부터 계속해서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살피는 임원들이 많다. 이번 대회의 실질적인 주인공들인 대학탁구 선수들이 소속된 한국대학탁구연맹의 황의표 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황의표 회장은 이강헌 부회장, 송강석 부회장, 정해천 전무 등등 대학연맹 임원들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을 찾아 힘든 싸움을 벌이는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황의표 회장은 탁구명문 청주고를 졸업한 경기인 출신이다. 성공한 선수출신 사업가로 지난해 초 한국대학탁구연맹 제10대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을 맡은 이후에는 침체에 빠져있는 대학탁구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 적을 둔 실업 대표선수들의 유니버시아드 출전이 실행에 옮겨진 데에는 황의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학연맹의 대승적 판단과 양해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 (장성=안성호 기자) 한국대학탁구연맹 황의표 회장. 매일같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좋은 취지였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에서 탁구 종목 자체에 대한 대민 홍보나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었으니까요. 다만 차후에 치러지는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일정이라든지 훈련관계, 기존 대학 선수들과의 형평성 등등 보다 신중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선수들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겁니다.”

선수생활을 지나온 경기인 출신으로서 황의표 회장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누구보다도 깊은 이해도를 지닌 실무형 회장이다. 남자대표팀이 일본과의 8강전에서 패한 뒤에는 선수들보다도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연맹과 대탁을 먼저 자책했을 정도다. 전 주에 끝난 코리아오픈에 연이어 출전한 선수들이 피로 누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는 게 황 회장의 말이다. 일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우승자는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그렇지 못한 선수보다 두 배의 피로감을 느낀다. 한일전에서 제 몫을 못하고 2패를 당한 정영식에게 코리아오픈 2관왕의 성과가 유니버시아드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을 거라고 진단한다.

“물론 아쉽습니다. 국가대표들이 참가한 만큼 더 좋은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선수들 몸이 너무 무겁더군요. 코리아오픈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시아드도 중요한 국제대회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연맹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최소 며칠 정도는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했고, 밑져야 본전인 하위랭커들과의 싸움에서 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을 테고요. 아직 개인전이 남아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황의표 회장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떠나 이번 대회는 운영적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국제규격을 완벽하게 충족 못한 경기장은 대규모 종합국가대항전을 치르면서도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사시기에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체육관에 마련되면서 제대로 된 점검 없이 결정해야 했던 이면의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탁구가 한국 대학스포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런 데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황 회장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남은 경기에서 선수들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줬으면 한다.

“사실 이번 대회 후에는 논의해야 할 일들이 훨씬 늘어날 겁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유니버시아드는 대학스포츠인들의 축제라는 거죠. 이번 대회와 같은 선수구성을 차후에도 계속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번 대회를 대학탁구 활성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성적과는 또 다른 의미의 성과를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더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남은 경기에서 꼭 선전해주면 좋겠네요.”
 

▲ (장성=안성호 기자) 황 회장과의 대화 후 이어진 경기에서 한국 여자대표팀은 강호 타이완에게 2대 3 석패를 당하고 동메달로 만족했다. 3단식에서 제 몫을 해낸 황지나(사진)의 선전이 아까웠다.

실업소속 대학생 선수와의 연합대표팀을 구성하더라도 적어도 3주 정도는 합동훈련을 하고, 코칭스태프는 대학팀 지도자가 맡을 필요가 있다. 대회가 이어질 경우 충분한 훈련시간의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직접 주관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탁구연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황의표 회장은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대화 내내 가급적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려 애썼다. 그리고 황 회장과의 짧은 대화 직후 이어진 경기는 한국과 타이완의 여자단체 4강전이었다.

양하은, 전지희, 황지나 등 대학에 적을 둔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한 여자팀은 역시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강호 타이완에 아쉽게 2대 3으로 패했다. 연속되는 대회출전에 지친 에이스 양하은이 2점을 모두 내준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황의표 회장과 대학연맹 임원들이 관중석에서 보낸 힘찬 박수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국가대표 1진급 선수들이 출전하고도 여자부 동메달 하나로 만족하고 일정을 끝냈다. 선전을 기대했던 임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비록 단체전에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대표팀이 심기일전하여 이어질 개인전에서라도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볼 관계자들의 표정을 밝은 색깔로 바꿔주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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