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성공했지만 흥행보다 큰 ‘가치’가 있다

24, 한국과 중국의 가슴 떨리던 남자단체 준결승전이 끝난 직후 대회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에서의 한국탁구를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회 일정은 아직 하루를 남기고 있지만 전날 여자대표팀의 8강전과 이 날 남자대표팀의 4강전까지 한국 팀의 경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까닭이다.
 

남자대표팀의 경기 후 인터뷰 직후 미디어센터에서 이어진 기자회견에는 유승민 공동조직위원장, 현정화 집행위원장, 김택수 사무총장이 참가했다. 한국탁구를 세계정상으로 이끌었던 레전드 들은 국내에서 처음 개최한 대회임에도 전 세계의 호평을 받고 있는 이번 대회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한국탁구 경기력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회견 전문을 게재한다.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증명했다

이번 대회를 총평하자면.
[유승민 조직위원장] 관중은 어제 기준 22000, 오늘 4000석 전석이 매진됐고, 내일까지 총 3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입장수익은 목표 대비 90% 이상 달성됐다. 탁구 경기가 매일 생중계되고 있고 오늘 한국과 중국의 (남자탁구) 4강전은 온라인 실시간 동시접속자 4만 명을 확인했다. 부산도 관광 비수기에 북적북적하다고 한다. 벡스코 인근 백화점 매출이 작년 대비 600% 올랐고, 호텔이 90% 이상 채워졌다는 부산시의 통계가 나왔다. 이런 부분에 탁구가 기여했고, 흥행적으로 성공한 대회다. 단순히 이런 숫자뿐 아니라 그보다 더 큰 가치를 전국, 전 세계에 전파했다. 이번 대회 전 세계 150여국(회의 참가국 포함)이 참가했는데 그들에게 대한민국 탁구의 파워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를 이 대회를 통해 증명했다. 탁구인, 탁구팬은 물론 탁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탁구의 매력에 빠졌고, 탁구를 가까이 접할 기회를 제공한 면에서 성공, 흥행 등 여러 척도를 넘어선 가치 있는 대회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세혁 감독과 남자대표팀 선수들은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면 경기가 잘 된다고 한다. 향후 개인전 세계선수권을 유치할 계획도 있나?
[유승민 조직위원장] 이 경기장에 꿈나무, 지도자, 원로 등 탁구인들이 많이 오셨다. 이런 대회를 처음 보셔서 다들 깜짝 놀랐다. 대회를 관장하고 조직하는 입장에서 세계선수권 주최 경험이 없어 잘할 수 있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가치를 증명해냈고, 세계선수권 개인전도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 번 개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꼭 다시 한 번 탁구팬, 탁구인들에게 개인전 세계선수권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몇 년에, 어디서라고 당장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대한탁구협회는 다음 대회 유치 준비에 착수하겠다.

경기장 동선 설계 어려워, ‘꿈의 무대목표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웠던 점, 이번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의 레거시(유산)?
[김택수 사무총장] 벡스코에서 스포츠 경기가 열린 것은 세계탁구선수권이 최초다. 전시회가 주로 열리는 곳이라 베뉴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초피홀, 루피홀(1, 2경기장), 훈련장, 선수와 관중 동선, 이런 것을 구별하고 전기, 통신을 편리하고 디테일하게 조성하는 게 어려웠다. 기존 스포츠 경기장은 기본적인 세팅이 다 돼 있지만 이곳은 전시장이라 그런 걸 새로 구성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나는 세계선수권 선수로 9, 지도자로 3, 행정가로 2, 14번 뛰었다. 전 세계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경기장, 훈련장과 식사를 제공하고 호텔과 가까운 거리도 세심하게 챙겨, 전 세계 탁구인들의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되게끔 만들어주자는 게 첫 구상이었다. SPP(스포츠 프리젠테이션), 장내 방송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 선수들이 이 무대에서 뛰는 걸 자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을 위한 꿈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 삼았다. 이 레거시를 통해 한국뿐 아니라 세계 탁구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도약하지 않을까. 앞으로 세계선수권을 개최할 카타르, 잉글랜드에게도 (대회 운영의 측면에서) 강한 도전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국제대회 개최를 위해 탁구전용체육관을 준비하고 있는지. 현황과 향후 과제는?
[유승민 조직위원장] 다음 세계선수권 개최지는 내년 카타르 도하, 그 다음이 2026년 영국이다. 부산 대회의 운영지침 및 가이드라인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대회가 훌륭하게 진행됐다. 선수들과 동호인이 활용할 수 있는 탁구전용체육관을 더 많이 만들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 세계탁구선수권을 개최하려면 전용체육관보다는 규모가 벡스코 정도는 돼야 한다. 우리나라에 전지훈련 오고 싶어 하는 팀도 많은 만큼, 청소년, 국가대표 전지훈련까지 해결할 수 있는 체육관을 만들 수 있도록 속도내서 노력하겠다.
 

개최지 부산시와 BNK부산은행의 평가와 반응은?
[현정화 집행위원장] 부산시, BNK부산은행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극찬을 해주셨다. BNK부산은행은 향후 탁구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박형준 부산시장님을 비롯해 부산시 직원들의 헌신이 있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부산시는 이 대회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가 안 되는 바람에 탁구세계선수권에 시선이 집중됐었는데, 흥행에 성공하고 완벽한 대회로 치러져서 다들 좋아하신다.

한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유승민, 김택수, 현정화 레전드들이 함께 하셨다. 오늘 남자탁구 한4강전을 어떻게 보셨는지. 중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유승민 조직위원장] 경기를 보면서 2001년 오사카 대회(김택수, 오상은, 유승민) 생각이 났다. 김택수 현 사무총장이 (결승에서 듀스 접전으로)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었다. (오늘 경기는) 이후 20년 넘게 중국이 전 세계 어느 팀을 상대로도 처음 나오는 경기였다. 소름 끼쳤다. 특히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을 보며 소름 끼쳤다. 그럼에도 분명 빈틈은 있다. 이 빈틈을 찾아내고 우리가 더 발전하는 것이 숙제다. 코칭스태프들과 어떻게 이 빈틈을 파고 들어야 할지 깊이 논의를 해보겠다.
 

[현정화 집행위원장] 오늘 경기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수와의 경기에서 이런 경기를 10여 년 전을 다 떠올려 봐도 이런 팽팽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그 정도로 오늘 남자선수들의 경기는 훌륭했다. 관중 매너도 너무 좋았다. 경기를 보면서 가슴 벅찼다. 2매치를 잡으면서 우리가 이기는 역사를 쓰나, 그런 생각도 할 정도로 좋은 경기내용이었다. 하지만 결국 벽을 못 넘었다. 중국을 이기려면 선배 입장, 탁구인 입장에서 딱 한가지다. ‘혼을 갈아 넣어야한다.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은 잘하는 선수 뒤 잘하는 선수, 그 뒤에 또 잘하는 선수가 계속 나온다. 한마음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김택수 사무총장] 그동안 우리가 중국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적이 많았는데 잘 준비하면 한 번 넘길 수 있겠구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 탁구 레전드들 함께 있지만 우리 때는 아무리 중국과 경기내용이 좋아도 지는 것에 화가 나고 그랬는데 좋은 경기력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 한편으론 씁쓸하지만 이번 경기는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희망적인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겠다

여자대표팀 경기력에 대해서도 평한다면.
[현정화 집행위원장] 남자대표팀은 기량 면에서 중국과 가깝다. 선수 각자가 자기 득점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여자 선수들은 아직 기술력에서 중국에 떨어진다. 더 많이 노력해서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선수권 모든 종목 금메달을 가진 현정화 위원장에게 고향 부산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특히 각별할 것 같다.
[현정화 집행위원장] 처음 부산에서 대회를 연다고 했을 때 구상한 곳이 벡스코였다. 제가 부산사람이기 때문에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세계선수권은 이곳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변 인프라, 호텔, 관광지 등을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 찾고 싶은 부산, 전 세계 팬들이 다시 방문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 늘 말씀드리지만 저는 행운이 있는 사람이다. 이곳에서 세계선수권을 열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 인생에서 좋은 시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한 대회 취소, 재유치 등 우여곡절을 겪고도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4년 전을 생각해보면 대회가 코로나 때문에 무산됐다가 다시 유치됐다. 그런데도 굴하지 않고 결국 우리는 해냈다. 꺾이지 않고 해냈다. 내일까지 남은 일정이 다 잘 끝나고 나면 자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잘 마무리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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