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롯데호텔 조리 총괄, “칭찬 기분 좋지만, 위생사고 없도록 더 신경 쓸 것”

▲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선수식당 총괄 김봉곤 셰프. 사진제공 조직위.
▲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선수식당 총괄 김봉곤 셰프. 사진제공 조직위.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벡스코 특설 경기장에서는 매일 녹색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출전 선수들은 갈고닦은 기량을 쏟아 붓고, 관중들은 세계적인 플레이에 환호한다. 2.7g의 탁구공, 가장 가벼운 공을 사용하는 스포츠지만 선수들의 플레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선수들이 연일 엄지를 치켜든다. 음식을 담는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 사진제공 조직위.
▲ 선수들이 연일 엄지를 치켜든다. 음식을 담는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 사진제공 조직위.

같은 시각, 벡스코 특설 경기장 지하 1층에서는 선수들의 경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하루 5톤의 식자재, 식수 인원 1,500명을 위한 매일 3,000인분의 식사 준비.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30명의 조리원들이 식자재와 경쟁을 벌인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쉴 틈도 없는 강행군이지만 국가적인 행사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은 누구보다 크다. 세계인의 밥심을 책임지는 국가대표 김봉곤 팀장을 만났다. 아래는 일문일답.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 롯데호텔 조리 총괄 셰프 김봉곤입니다. 이번 대회 선수들 급식을 담당하는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습니다. 매일 선수들이 먹는 메뉴를 컨트롤하고 직원들을 관리합니다.

선수 식당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만드시나요?
아침은 선수 숙소에서 제공하고 저희는 점심, 저녁을 제공합니다.

출전 선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려면 총 몇 명이 준비하나요?
처음 TF팀을 꾸렸을 때는 전체 직원을 50명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1일 식수 인원을 확인한 후에는 30명 정도 파견 나와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직원들이 벡스코 지하 주방에서 선수들에게 점심, 저녁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 60여 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매일 준비되고 있다. 사진제공 조직위.
▲ 60여 가지의 다양한 메뉴가 매일 준비되고 있다. 사진제공 조직위.

대회규모가 크잖아요. 하루 준비하는 음식양은 어떻게 됩니까?
식수 인원이 한끼당 1,500명으로 매일 3,000인분을 준비합니다. 식자재는 오전, 오후로 나눠 롯데호텔에서 직접 공급받고 있고, 신선 재료는 계약업체에서 바로 납품받습니다. 다 합하면 식자재는 하루 5톤 정도 사용합니다.

출전국이 다양해 메뉴 선정부터 무척 신경 쓰일 것 같은데 메뉴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맞습니다. 메뉴 선정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3개월 전부터 대회에 어떤 나라 선수들이 출전하는지 꼼꼼히 챙겼습니다. 유럽 선수들을 위해서는 생선 요리, 신선 야채류 등 소스가 많이 가미되지 않은 메뉴를 준비했고요. 종교적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선수들을 위해 할랄푸드도 준비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도 있습니다.

개최지인 부산을 알리는 메뉴도 있나요?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인 만큼 부산을 대표하는 메뉴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장 미역국, 어묵탕, 돼지국밥, 구포 소고기국밥 등을 제공했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운동선수들인 만큼 영양적인 면도 중요할 것 같은데,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뭔가요?
메뉴마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다 포함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쌀밥, 파스타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이 인기가 많아요.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이잖아요. 아마 운동선수들이라 에너지 소모가 많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팀장으로서 메뉴마다 반응에 신경이 많이 쓰이실 것 같습니다.
출전 국가들을 꼼꼼히 챙기고 메뉴를 준비했지만, 실제 음식을 내놓으면 선수들이 먹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과감하게 메뉴에서 제외시키죠. 그래도 선수들이 한국메뉴를 아주 좋아하더군요. 최근에 K푸드라 해서 해외에서 한국 음식들 인기 많잖아요. 김치도 잘 먹고 김칫국도 아주 잘 먹고 있습니다.

자부심도 크실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부산에서 개최된 2002년 아시안게임에도 참여했습니다. 벌써 22년 전이네요. 그때는 햇병아리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팀장으로 이렇게 큰 국제행사를 총괄하게 되어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이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아무 사고 없이 무탈하게 마무리되는 게 저의 가장 큰 바람이고요. 외국 선수들이 부산에 와서 다른 나라보다 음식이 맛있고 잘 먹고 간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30명의 조리원들이 식자재와 경쟁을 벌인다. 사진제공 조직위.
▲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30명의 조리원들이 식자재와 경쟁을 벌인다. 사진제공 조직위.
▲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30명의 조리원들이 식자재와 경쟁을 벌인다. 사진제공 조직위.
▲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지는 30명의 조리원들이 식자재와 경쟁을 벌인다. 사진제공 조직위.

김봉곤 팀장과 30명 직원들의 노력 덕분일까. 이번 대회는 최근 어떤 대회들보다도 특히 선수식당에 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선수들은 굳이 맛집을 찾아 헤맬 일이 없다는 농반진반 소리를 달고 다닐 정도다. 천하의 마롱(중국)이 점심 한 때에 두 번을 연달아 찾기도 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린다. 외국선수들 칭찬에 한국선수들 어깨도 으쓱이다. 여자대표 신유빈은 다른 나라 선수들이 맛있다고 식사 때마다 엄지를 든다. 개최국 선수로서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 김봉곤 셰프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조직위.
▲ 김봉곤 셰프는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조직위.

경기마다 모든 것을 쏟아내는 선수들에게 음식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한국선수들도 예외 없이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 때마다 입맛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수식당에 관한 호평 일색은 이번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얼마나 치밀한 준비를 거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봉곤 셰프는 직원들 전부 투입 전 노로바이러스 진단 검사를 받았고, 롯데호텔 위생안전팀이 매일 현장에 나와 음식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맛뿐 아니라 마지막 날까지 위생 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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