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후 굳어진 세계 1강, 2강! 여자단체 결승전 관전 포인트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 매치업이 정해졌다. 23일 벡스코 특설경기장 초피홀에서 열린 여자단체 4강전에서 중국과 일본이 차례로 승리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은 프랑스의 기세를 30으로 잠재웠고, 일본도 홍콩에 30 완승을 거뒀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 1, 2번 시드를 받은 팀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크고 작은 이변은 있었지만, 최종전에서는 결국 세계 1, 2위 팀 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2014년 도쿄 대회부터 2022년 청두 대회까지 4회 연속 결승 맞대결을 펼친 사이다. 물론 4번 모두 중국이 금메달을 독점했다. 세계 여자탁구는 그러는 사이 1강 중국, 2강 일본의 구도가 굳어져왔다. 5회 연속으로 결승 맞대결을 벌이게 된 부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의 주전라인업 오른쪽부터 순잉샤(세계1위), 왕이디(2위), 첸멍(3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중국의 주전라인업 오른쪽부터 순잉샤(세계1위), 왕이디(2위), 첸멍(3위).

중국은 앞선 네 번의 결승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경기내용을 보였다. 네 번 중 세 번을 30으로 끝냈고, 페트라 쇠링 현 국제탁구연맹 회장의 고향에서 치러진 2018년 할름스타드 대회 결승전에서만 딱 한 매치를 내주면서 31 스코어를 기록했다. 4연속 결승전 합계 매치 스코어가 121이다.

중국 6회 연속 우승도전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중국은 1993년 예테보리 대회부터 2008년 광저우 대회까지 8회 연속 우승을 이어오다 2010년 모스크바 대회에서 펑티안웨이 등 자국 출신들이 활약했던 싱가포르에 일격을 당해 연승이 끊겼다. 이후 2014년 도쿄 대회부터 다시 5연속 우승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은 순잉샤, 첸멍, 왕이디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업이 세계 최고다. 에이스 순잉샤(세계1)2023년 더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식 챔피언이고, 첸멍(세계3)2021년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다. 왕이디(세계2)는 아직 메이저 타이틀은 없지만 강한 포어핸드 파워를 바탕으로 팀의 허리를 지켜낸다. 게다가 언제나 홈그라운드를 방불케 하는 원정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까지! 역대전적, 주전들의 실력 모든 면에서 일본을 압도한다.

일본 승부수 띄울까?

일본이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에이스 하야타 히나(세계5)의 선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의 1, 2번 주자로 유력한 순잉샤와 첸멍을 상대로 하야타 히나의 국제무대 상대전적이 열세를 넘어 처참한 수준이다. 순잉샤를 상대로 12전 전패, 첸멍을 상대로도 7전 전패다. 그나마 왕이디를 상대로는 422패로 해볼 만하다. 특히 최근 대결인 2023년에는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이겼다. 일본이 하야타 히나의 상대전적을 감안해 에이스를 3매치에 출전시키는 승부수를 노려봄직한 이유다.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일본의 주전라인업 왼쪽부터 하야타 히나(세계5위), 하리모토 미와(16위), 히라노 미우(18위).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일본의 주전라인업 왼쪽부터 하야타 히나(세계5위), 하리모토 미와(16위), 히라노 미우(18위).

이토 미마의 낮아진 존재감

일본은 어린 선수들의 깜짝 활약으로 유명한 팀이다. 후쿠하라 아이, 이시카와 카스미,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하야타 히나, 최근의 하리모토 미와까지 모두 10대 중후반부터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이들 중 이토 미마는 일본이 4회 연속 결승전 패배를 당하는 동안 유일하게 매치승을 기록했던 주인공이다. 2018년 할름스타드 대회 1매치에서 당시 세계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던 류스원을 32(11-9, 8-11, 5-11, 11-8, 12-10)로 꺾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이토 미마는 존재감이 크지 않다. 2024 파리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진 이토 미마는 이번 대회에서는 딱 두 경기에만 출전했다. 예선라운드 이란전과 본선 토너먼트 8강 루마니아전이다. 출전한 경기는 다 이겼지만 본인도 의욕이 없어 보이고, 일본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올림픽대표로 확정된 스쿼드를 중용하는 모양새다. 일본 최강자로 군림하던 이토 미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하리모토 미와의 깜짝 활약

대신 이토 미마의 역할을 물려받은 선수가 바로 15살의 하리모토 미와다. 일본 남자 에이스 하리모토 토모카즈와 남매지간으로 잘 알려진 하리모토 미와는 오빠 못지않은 천재로 각광받는 샛별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홍콩과의 4강전 1매치에서 상대 에이스 두호이켐에게 32(7-11, 9-11, 11-4, 11-6, 11-5) 역전승을 거두면서 일본 원정 팬들을 열광시켰다. 매섭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대를 쉴 틈 없이 압박하는 스타일은 하리모토 미와의 큰 장점이다. 스윙 동작은 커 보이지만 임팩트가 정확해 매우 위력적이다. 중국 선수들과의 대결 경험이 많지 않아 전력 노출도 적다. 깜짝 활약 가능성이 있다.

왕만위와 랭킹 포인트

일본의 이토 미마처럼 예상보다 출전 빈도가 낮은 선수가 중국은 왕만위다. 왕만위는 2021년 휴스턴 세계대회 여자단식 챔피언이며 최근까지도 순잉샤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주인공이다. 랭킹은 중국 내에서 네 번째(곧 세계4)지만 왕이디나 첸멍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하는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왕만위는 예선라운드 인도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딱 두 번 나왔을 뿐 본선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인도전은 왕만위가 2점을 잡아주는 활약 덕분에 중국이 거의 패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난 경기였다. 왕만위는 첫 경기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실점을 기록한 순잉샤와 왕이디에 비해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단체전이지만 선수 개개인별로도 개인랭킹 포인트가 배분된다. 우승할 경우 팀 랭킹 포인트 2000점과는 별개로 1000점의 점수를 승리 기여도(승수, 승률 등)에 따라 멤버들에게 배분한다. 왕만위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하고도 중국 주전들 중에서 가장 낮은 포인트를 받을지 모른다. 그럴 경우 올림픽 출전 경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작지 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왕만위는 결승전에서도 벤치만 지킬까?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이토 미마와 왕만위는 결승전에서도 벤치를 지킬까?
▲ (월간탁구/더핑퐁=안성호 기자) 이토 미마와 왕만위는 결승전에서도 벤치를 지킬까?

누가 이길까?

객관적인 전력은 중국이 월등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중국의 6회 연속 우승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에 절대란 없다. 일본은 에이스 하야타 히나가 최근 들어 쾌조의 상승세를 타고 있고, 히라노 미우는 중국의 최강자들을 혼자서 연속으로 돌파했던 2017년 우시 아시아선수권 우승 DNA를 지닌 선수다. 하리모토 미와의 예사롭지 않은 성장세까지 더해진다면 승부는 전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대회 결승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2010년에 싱가포르가 중국을 이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전력 외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이토 미마와 왕만위가 등장해 맹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중국, 만년 2위 탈출을 노리는 일본, 누가 이길까? 부산에서의 최종전에 한국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24일 저녁 여덟시에 시작될 여자단체 결승전은 한국 팬들도 충분히 흥미를 갖고 지켜볼 만한 빅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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