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T 컨텐더 리마 2022 남자단식

강동수(28·미래에셋증권)가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4강까지 전진했다.

페루에서 치러지고 있는 ‘WTT 컨텐더 리마 2022’에서 고군분투 중인 강동수는 19일 새벽(한국시간) 치러진 남자단식 8강전에서 포르투갈의 강호 티아고 아폴로니아(세계71)에게 32(8-11, 11-7, 8-11, 13-11, 11-4)의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1번 시드 칼데라노 휴고(브라질, 세계4)를 꺾은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 강동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4강에 올랐다. 월간탁구DB(ⓒ안성호).
▲ 강동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4강에 올랐다. 월간탁구DB(ⓒ안성호).

극적인 승리였다. 강동수는 경기 초반 장신공격수 티아고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고전하며 끌려갔다. 첫 게임을 내준 뒤 두 번째 게임을 잡았지만 세 번째 게임을 내주고 네번째 게임도 3-9까지 일방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강동수가 철벽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수를 방불케 하는 강한 역습에 나서면서 일순간 흐름이 바뀌었다.

한 점 한 점 따라붙은 강동수는 7에서 매치포인트를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흔들린 것은 오히려 티아고 아폴로니아였다. 공격 범실이 겹치며 듀스를 허용했고, 끝내 강동수가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흐름을 내준 상대는 그리고, 5게임에서 자멸의 길을 걸었다. 마지막 한 포인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강동수가 결국 빛나는 승리를 쟁취했다.

이번 대회에 걸고 있는 강동수의 간절함이 제대로 투영된 승부였다. 강동수는 국가대표팀 소속이지만 4월 파견선발전에서 5명의 정예 멤버에 뽑히지 못했다. 선발팀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진행 중인 ‘WTT 컨텐더 자그레브 2022’에 출전했다. 강동수는 리마에서 같은 기간에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회에 소속팀 미래에셋증권의 허락을 구해 자비로 출전을 강행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은 선수 개별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 8개 대회 합산 포인트로 산정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ITTF는 국제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최소 세계256위 이상 선수들에게 부여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던 강동수는 세계랭킹 포인트도 없었다. 선수로서 향후의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랭킹이 필수였고, 랭킹 점수를 쌓기 위해서는 또한 대회 출전이 필수적이었다. 파견 대표팀이 자그레브로 향한 사이 강동수가 자비를 들여서까지 또 다른 컨텐더를 찾아나선 이유다.

게다가 2년 가까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 출전에 제약이 따랐던 최근 상황은 세계랭킹에도 많은 변화를 부르고 있다. 팬데믹 이전 포인트들의 유효기간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대회 출전과 성적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동수는 이미 일정 부분 목표를 달성했다. 컨텐더 4강에는 140점의 랭킹 포인트가 부여된다. 세계랭킹은 한 대회 포인트만으로도 순위에 포함되는데, 140점은 202224주차 기준 97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단번에 100위권 내로 진입한 셈이다. 절실했던 강동수가 최소한의 도전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강동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동수는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현지 시간 18일 마지막 경기) 4강전을 치른다. 아직 8강전을 치르지 않은 당 치우(독일, 세계14)와 료이치 요시야마(일본, 세계423) 전 승자가 상대다. 만일 4강전에서 승리하면 랭킹 점수도 배로 뛴다. 280점이다. 결승에 올라 우승을 달성한다면 400점까지도 받을 수 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전한 강동수가 WTT 컨텐더 리마 2022에서 어떤 결말을 맺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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