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은메달 개인단식 동메달, 뜻 깊은 피날레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일인 4일 오전 11시, 수원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주세혁은 중국의 쉬신과 맞섰으나 완패를 당했다. 현 세계1위 쉬신은 왼손에 중국식 펜 홀더(이면타법) 전형을 구사하는 선수다. 펜 홀더에 약한 수비전형인 주세혁으로서는 더군다나 힘든 상대다. 주세혁 스스로도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상대”라고 꼽던 선수다. 시합도 예상대로 흘렀다. 쉬신은 360도에 가까운 스윙에 엄청난 파워를 실어 주세혁의 철벽수비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0대 4로 경기가 끝났다.
 

▲ (수원=안성호 기자) 주세혁이 쉬신에 패하고 개인단식 동메달을 확정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왼손 펜 홀더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쉬신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주세혁은 “기술적으로 정말이지 궁합이 맞지 않는 선수다. 도무지 이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세혁의 표정에는 노장답게 여유가 묻어 있었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할 만큼 다했다. 한국대표팀 에이스로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견인했고, 개인단식에서도 값진 메달을 따냈다. 개인단식 동메달은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이은 연속 메달이다. 지난 도쿄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패했던 타이완의 츄앙츠위엔에게 단체전 승리로 되갚았고, 역시 도쿄에서 패했었던 북한의 최일도 단식 첫 경기에서 돌려세웠다. “개인적으로 해야 할 복수를 모두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단체전 경기들을 꼽았다. “모든 동료들이 함께 이뤄낸 성과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협회 모두가 힘을 합쳐 따낸 메달이라고 생각한다. 도쿄세계대회에서 부진했던 걸 생각하면 후배들도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국내 대회여서 가족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다. 대회 전에 두 아들 지민이, 지호에게 하나씩 메달을 걸어주기로 약속했는데 지킬 수 있어서 좋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감사한 아시안게임이 됐다.”고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 (수원=안성호 기자) 가족들이 계속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냈다. 추억을 선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주세혁이다.

함께 뛴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주세혁은 유승민 코치 얘기를 했다. “유승민 코치가 합류한 뒤로 선수들이 질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세계 어느 정도의 레벨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해야 하는지 유 코치로 인해 후배들이 갈피를 잡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유 코치가 잘해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유승민 코치는 주세혁보다 두 살이 어리다. 후배 코치와 함께 성취한 ‘시너지효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유승민 코치는 유남규 감독과 힘을 합쳐 단체전 은메달에 공헌했다. 성적과는 별개로 이번 대회 한국의 또 다른 수확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힘들지 않았다는 주세혁. 관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그의 플레이가 계속되는 한 팬들의 응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나이로 서른다섯 살이 넘은 주세혁으로서는 어쩌면 이번 대회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것이다. 여전히 선수생활을 이어갈 예정인 그에게는 뜻밖의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탁구공이 셀룰로이드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뀐다. 회전과 구질에 민감한 수비전형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대로 끝낼 생각은 아직 없다. 2년 뒤에는 리우올림픽이 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만족스럽게 마친 것처럼 마지막 올림픽도 만족스럽게 끝내고 싶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단 올림픽을 준비할 생각”이라는 주세혁이다. “지금보다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올라오기까지 내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다.

주세혁의 아시안게임이 끝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팬들은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면서 행복했다. 주세혁도 “팬들의 응원이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신기’가 이어질수록 팬들의 응원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남자단식 준결승전 결과
쉬신(중국) 4 (11-2, 11-5, 11-2, 11-7) 0 주세혁(한국)
판젠동(중국) 4 (11-8, 11-9, 11-8, 11-7) 0 츄앙츠위엔(타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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