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남자단체 준결승전 대 타이완

▲ (수원=안성호 기자) 시작! 도쿄세계대회에서의 패배로 인해 한국팀도 무척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됐다.

1단식] 주세혁(세계17위) vs 첸치엔안(세계22위)
  에이스 주세혁이 설욕전의 서막을 열었다. 상대 첸치엔안을 맞아 3-3까지 컨디션을 조율하던 주세혁은 이때부터 앞서가기 시작했다. 주세혁의 역습이 시작됐고, 첸치엔안의 실수가 시작됐다. 주세혁의 화려한 드라이브가 꽂히기 시작했고, 천변만화의 회전에 걸린 첸치엔안은 네트에 처박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첫 게임이 끝났다. 11-6. 2게임 양상도 비슷했다. 2-2부터 시작됐다. 3-2, 4-2, 5-2... 옆 테이블에서 또 다른 준결승전을 치르고 있던 마롱(중국)과 켄타(일본)가 한 게임을 채 끝내기도 전에 두 게임을 가져와 버렸다. 11-7. 3게임?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었다. 기세가 오른 주세혁을 공략할 방법을 첸치엔안은 찾지 못했다. 구질에 적응한 듯 조금씩 더 따라붙었지만 알면서도 이길 수 없는 게 주세혁의 탁구다. 게임은 종료됐다. 11-8, 첫 단식 승리,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주세혁이 노장의 위력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1단식과 4단식을 가볍게 승리하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 (수원=안성호 기자) 첫 단식에서 한국에 승기를 내준 첸치엔안.

2단식] 정상은(세계48위) vs 츄앙츠위엔(세계8위)
 
한국 선수들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왔던 가오닝을 전날 8강전에서 완파하며 관중을 흥분시켰던 정상은이 2단식 주자로 출전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자 했던 한국의 꿈은 꿈으로 끝났다. 상대는 츄앙츠위엔이었다. 가오닝과는 달랐다. 비슷한 경기스타일을 가진 두 선수는 속도와 속도, 박자와 박자, 꾀와 꾀를 앞세워 정면승부를 펼쳤지만 끝내 승리는 츄앙츠위엔의 몫이었다. 승부는 관록과 집중력에서 갈렸다. 정상은은 초반에는 잘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순간 조이고 들어오는 츄앙츠위엔의 기세를 막아내지 못했다. 1게임 8-11 패, 2게임은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고도 내리 4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10-12. 비슷한 패턴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정상은은 결국 3게임에서 전의를 상실한 채 승부를 내줬다. 5-11. 매치스코어는 1대1 원점이 되고 말았다.
 

▲ (수원=안성호 기자) 비록 패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해보인 정상은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3단식에서 이정우에게 패한 창훙치에.

3단식] 이정우(세계35위) vs 창훙치에(세계58위)
 
쉽지만은 않은 승부였다. 창훙치에는 이정우를 백으로 몬 다음 비어있는 포어를 집중 공략했다. 하지만 이정우는 이정우였다. 장신의 다리로 쫓아갔고 파워드라이브로 반격했다. 때로는 까다로운 서비스로 현혹했고, 대각선 푸시로 진을 뺐다. 이정우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관중의 응원소리도 점점 높아갔다. 결국 승부는 2게임의 츄앙처럼 노장의 관록이 통했다. 게임마다 접전이 이어졌으나 승자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이정우였다. 11-9, 11-9, 11-8. 약점을 다 내놓고 싸우는 펜 홀더 플레이어. 펜 홀더의 승리는 그 극복과정이 보는 이들을 감동시킨다. 이정우는 ‘감동적으로’ 세 번째 단식을 한국 것으로 만들었다. 매치스코어 2대 1!
 

▲ (수원=안성호 기자) 이정우가 또 한 번 감동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이겼다! 승리를 확신하기 시작한 한국 벤치다.

4단식] 주세혁(세계17위) vs 츄앙츠위엔(세계8위)
 
대 타이완전은 처음부터 주세혁과 츄앙츠위엔의 싸움이었다. 주세혁은 직전 도쿄세계대회 패배의 트라우마를 벗어야 했고, 츄앙츠위엔은 오랜 열세에 따른 상대전적의 부담을 이겨내야 했다. 마음의 부담을 먼저 뚫고 나온 선수는 츄앙츠위엔이었다. 주세혁은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츄앙의 스피드에 고전하며 첫 게임을 7로 내줬다.
  하지만 승자는 끝내 주세혁이었다. 승부처는 2게임이었다. 계속 밀리며 7-10까지 끌려가던 주세혁이 10대10까지 따라붙었다. 최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커트에 집중하는 작전이 츄앙을 흥분시켰다. 11-11, 12-12, 13-12, 14-12. 거의 다 놓쳤던 2게임을 끝내 주세혁이 역전시키자 관중들은 한국의 승리를 확신한 듯 함성을 높였다. 게임스코어는 1대1이었으나 흐름은 주세혁에게로 완전히 넘어왔다. 주세혁은 커트에 집중하며 간간히 역습을 섞었고, 무게가 실리지 않은 츄앙의 드라이브는 주세혁의 회전을 이겨내지 못했다. 범실이 계속되자 츄앙의 표정에 짜증이 섞였다. 그 순간 경기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전의를 상실한 츄앙은 세계TOP10 선수답지 않게 실수를 남발했다. 3게임 11-4, 4게임 11-1. 주세혁의 완벽한 승리였다. 도쿄에서의 패배를 깨끗이 설욕하며 대한민국을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내가 바로 주세혁이다!
▲ (수원=안성호 기자) 츄앙츠위엔은 2단식을 잡았으나 ‘주세혁 트라우마’는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남자대표팀이 난적 타이완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29일 오후 수원체육관에서 계속된 인천아시안게임 탁구경기 남자단체 준결승전에서 타이완을 만난 한국은 주세혁, 정상은, 이정우가 맹활약하며 3대 1 승리를 거뒀다. 타이완은 직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이겼었던 강호다. 태극전사들이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경기에 돌입해야 했던 이유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부담과 긴장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공격하는 수비수’ 주세혁은 2점을 모두 책임지며 에이스가 뭔지를 보여줬다. 정상은은 비록 패했으나 세계적인 선수에게 밀리지 않는 투지를 보여주며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정우 또한 전매특허인 투혼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도쿄에서의 패배가 이해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승리였다.
  이로써 한국탁구 남자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하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결승전은 ‘플러스 알파’다. 쉬신, 마롱, 장지커 3인방이 버티는 중국과 내일(30일) 오후 네 시 반에 맞선다.
  멋진 승리를 일궈낸 주세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준결승전을 마지막 아시안게임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도쿄세계대회에서 패했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어젯밤만 해도 백 번은 넘게 다짐한 것 같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겨서 기쁘다. 그리고 결승전은 정말로 마지막 아시안게임 단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오늘처럼 최선을 다해 싸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에서의 패배를 깨끗이 설욕한 유남규 감독은 "선수들이 상승세에 있다. 홈그라운드에서 하는 단체전이다. 도전자의 마음으로 한 판 대결을 벌이겠다. 결승전도 오늘 승리를 일궈낸 선수들 중심으로 싸울 것이다."라고 결승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 (수원=안성호 기자) 한국남자대표팀이 승리하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내일(30일)오후 중국과 대망의 결승전을 벌인다.

남자단체전 준결승전 결과

대한민국 3대 1 타이완
주세혁 3 (11-6, 11-7, 11-8) 0 첸치엔안
정상은 0 (8-11, 10-12, 5-11) 3 츄앙츠위엔
이정우 3 (11-9, 11-9, 11-8) 0 창훙치에
주세혁 3 (7-11, 14-12, 11-4, 11-1) 1 츄앙츠위엔

중국 3대 0 일본
마롱 3 (11-6, 11-4, 11-6) 0 마츠다이라 켄타
쉬신 3 (5-11, 11-2, 11-4, 13-11) 1 미즈타니 준
장지커 3 (11-5, 6-11, 11-3, 11-3) 1 무라마츠 유토
 

▲ (수원=안성호 기자) 보너스! 주세혁의 아들과 부인이다. 아빠와 남편을 바라보는 저 시선에 담겨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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