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준결승전서 류스원에 완패하고 대회 마감

인천아시안게임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여자탁구 개인단식 준결승전을 앞두고 양하은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려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현 세계랭킹 1위 류스원은 양하은이 가진 기술을 다 펼쳐 보일 여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냉혈한 승부사였다. 지나치게 강했다. 테이블 앞에 딱 붙어서서 자유자재로 코스를 갈랐다. 양하은도 안간힘을 썼으나 네 게임은 경기 시작 20여 분 만에 류스원의 4대 0 완승으로 끝났다. 양하은이 네 게임 동안 그나마 근접한 점수는 이미 승부가 완벽하게 기울어 있었던 4게임의 7점이 다였다.
 

▲ (수원=안성호 기자) 양하은이 류스원에 패하고 단식 동메달로 만족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양하은의 표정도 어딘지 허망해보였다. 하지만 실망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끝나고 나면 개운할 줄 알았는데 더 복잡해졌다. 어디서부터 보완해야 좋아질 수 있을지 사실 조금 막막하다. 어쨌든 아쉽게 끝났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많은 걸 느끼고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차분히 생각하고 정리해서 내년 세계대회, 후년 올림픽, 그리고 다시 4년 뒤 아시안게임도 잘 준비하고 싶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보완하고 열심히 준비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류스원은 지나치게 강했다. 오후의 결승전에서는 팀 후배 주위링과 대결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로는 이시카와 카즈미를 꺾고 메달을 확정했던 단식 경기가 아니라 일본에 패했던 단체 예선전을 꼽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성적을 내가 결정한 셈이다. 내가 한두 포인트만 더 따냈더라면 예선도 1위로 올랐을 거고, 8강전에서도 지지 않았을 거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했고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

양하은은 이제 스무 살이다. 그런데 벌써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두 번째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광저우에서는 석하정과 복식 한 경기만을 뛰었고, 단체전도 약체 카타르와의 시합에서 딱 한 번 뛰었었다. 4년이 흐른 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주전으로 뛰었다. 지난 도쿄세계선수권대회부터 본격적으로 대표팀 에이스로 나섰다. “에이스의 무게감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단체전과 단식, 복식, 혼합복식까지 모두 뛴 양하은은 개인단식 동메달 하나로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감했다.
 

▲ (수원=안성호 기자) 한국 여자탁구의 '어린 에이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양하은의 동메달은 한국 여자탁구의 유일한 메달이다. 지난 광저우대회에서 수비수 김경아가 따냈었던 메달에 이어 개인전 연속 동메달이기도 하다. 여자대표팀 김형석 감독은 “개인전 동메달의 의미는 작지 않다. 아시아에는 세계 최강자들이 몰려있다. 세계대회에 나가도 메달권 선수들은 아시아대회와 다르지 않다. 세계무대에서도 가능성을 확신하게 해준 메달이다.”라고 말했다. 양하은의 더 많은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로써 한국 여자탁구의 아시안게임은 모두 끝났다. 안방대회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친 아쉬움을 남겼지만 실망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탁구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 여자탁구의 ‘어린 에이스’ 양하은의 승부도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여자단식 준결승전 결과
류스원(중국) 4 (11-3, 11-5, 11-1, 11-7) 0 양하은(한국)
주위링(중국) 4 (13-11, 13-11, 14-12, 11-8) 0 펑티안웨이(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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