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승 감독, 인천아시안게임 탁구 남자개인전 예상평

  대회 직전 주전 김민석의 난조로 혼란을 겪었지만 김동현과 정상은이 나름의 몫을 해내면서 남자대표팀 상황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후(29일) 다섯 시에 있을 남자단체 4강전에서 타이완을 만나게 됐는데 현재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잘 싸워주길 기대한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타이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지난 세계대회 8강전에서 한국을 이겼었기 때문에 자신감도 높아졌을 것이고, 이번 대회도 홍콩과의 8강전에서 거둔 역전승으로 분위기도 상승세다. 빠른 탁구를 구사하는 츄앙츠위엔이나 첸치엔안은 전형상 우리 선수들에게 유리할 것이 별로 없다. 에이스 주세혁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다. 방심하지 말고 신중하게 싸워서 꼭 결승에 진출하면 좋겠다.
 

▲ (수원=안성호 기자) 단체전에서 에이스 주세혁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세계대회 설욕전을 펼칠 시기다.

  이제 오늘부터는 개인전도 시작된다. 남자복식은 김민석-이정우 조와 김동현-정상은 조가 나가는데 김민석-이정우 조는 알다시피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동현-정상은 조는 국제무대에서 처음 발을 맞추고 있어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를 비춰보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선수들이 깜짝 메달을 따내는 경우가 많았다. 두 선수가 모두 아시안게임 첫 출전인 만큼 의욕이 강하고, 훈련도 충실히 해온 걸로 알고 있다. 첫 출전하는 선수들인 만큼 다른 나라 선수들도 크게 대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방심의 틈을 노린다면 말 그대로 ‘사고’를 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동현-정상은 조는 대진도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 승리를 가정하고 16강에서 탕펭-웡춘팅(홍콩), 8강 쉬신-판젠동(중국), 4강 미즈타니-기시카와(일본) 등을 만나게 됐다. 강한 상대들이지만 세계대회 우승조인 츄앙츠위엔-첸치엔안(타이완) 조도 피했고, 최강의 우승후보 장지커-마롱(중국) 조도 결승전에 가야만 만날 수 있다. 만날 수 있는 중국 조에 이번 대회에서 부진한 판젠동이 있다는 것은 메달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현-정상은 조가 ‘깜짝스타’로 등극하는 아시안게임이 되길 기대한다.

  기술적으로 둘은 정상은이 결정하고 김동현이 받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김동현이 결정하고 정상은이 받치는 시스템으로 가야 더 안정감을 띨 수 있다. 서로 보완하면서 서로의 결정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두 선수 모두 서비스와 리시브에 일정 부분 약점이 있었는데 훈련 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보완됐는지도 관심 포인트다. 아시안게임의 심리적인 부담을 감안하면 중요한 포인트에서 깎는 서브를 넣는 것도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서비스와 리시브, 네트 앞 잔플레이보다도 랠리상황을 오래 버텨낼 수 있어야 결국은 승리한다. 처음이지만 서로 서로 밀고 끌면서 끝까지 견뎌주면 좋겠다. 그야말로 ‘깜짝스타’의 등장을 기대한다.
 

▲ (수원=안성호 기자) 김동현, 겁 없는 신예가 어디까지 전진할지 기대를 모아본다.

  개인단식은 주세혁과 함께 김민석 대신 김동현이 나간다. 그런데 주세혁은 대진이 매우 좋지 않다. 첫 경기가 되는 32강전에서 북한의 최일을 만나게 됐다. 최일은 지난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북한에 패할 때 주세혁을 이겼던 장본인이다.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스피드 드라이브가 인상적이다.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자칫 첫 경기에서 탈락할 경우 좋았던 한국팀 분위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일 이후도 홍콩의 장티안위, 일본의 미즈타니, 중국의 쉬신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주장 주세혁의 분전을 기대해본다.

  김동현의 대진은 상대적으로 해볼 만한 모양새지만 16강에서 만나게 될 츄앙츠위엔(타이완)의 벽이 높아 보인다. 물론 겁 없는 신예가 어디까지 전진할 수 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단식과 복식에서 선택과 집중의 묘도 발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시안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아직 하나의 금메달도 결정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조금만 더 길게 생각하면서 자기 플레이를 끝까지 유지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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