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홍차옥 vs 안재형-양영자 ‘레전드 매치’ 유쾌한 출발

(더핑퐁=한인수 기자) 마침내 의미 있는 첫 문을 열었다. 경기장에는 단 두 대의 탁구대만 놓여졌다. 보다 흥미진진한 관람을 위해 임시스탠드가 테이블 가까이 설치됐다. 각 팀과 짝지은 구리시 관내 탁구클럽 회원들이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아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개막 열기도 무르익었다.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가 18일 개막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실업탁구연맹(회장 김찬)이 오랫동안 침체기를 걸어온 탁구의 인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는 프로화의 디딤돌을 놓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기획한 무대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틀에 갇혀있던 진행 방식을 탈피하고 다양하고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면서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변신의 키워드는 ‘관중 친화적’이다. 길게는 네 시간을 넘기기도 했을 만큼 너무 길어 지루했던 경기방식을 버렸다.
 

▲ (구리=안성호 기자) 레전드 매치로 실업리그의 첫 막을 올렸다. 실업연맹은 안승남 구리시장(가운데)에게 감사패도 전했다.

남녀 단체전만 치르는 이번 대회 경기방식은 복식을 첫 매치로 치르고 네 번의 단식을 이어서 진행하는 ‘1복식 4단식’이다. 승리의 조건인 3승을 먼저 따내기 위해 각 매치마다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게다가 복식은 5게임제로 치르지만 단식은 3게임제로 운영된다. 경기 시간은 길어야 두 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반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선수들 숨소리까지 들리는 관중석에서 관중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경기 일정도 기존과 다르다. 단체전을 풀-리그로 치르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 18일부터 22일까지 리그전을 치러 순위를 가리고 1위와 2위 팀이 10월 2일부터 하루 한 경기씩 3전 2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치른다. 3일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4일 최종전이다. 실업탁구연맹은 예선리그가 치러지는 기간 동안 매일 오후 2시, 4시, 6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하는 일정을 만들어 배포했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시간에 맞춰 체육관을 찾을 수 있게 된 것도 기존과는 확연히 달라진 내용이다.
 

▲ (구리=안성호 기자) 레전드 매치로 실업리그의 첫 막을 올렸다. 안재형-양영자 조.

실업연맹 유남규 전무(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는 “실업리그는 오래 전부터 모색해오던 대회다. 올해 국제대회가 많아 개최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건이 어렵더라도 우선 리그를 출범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내년부터는 좀 더 오래 경기를 할 수 있는 장기 시리즈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실업연맹이 이번 대회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개막 첫 날 서울올림픽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더해 유남규-홍차옥, 안재형-양영자 조의 ‘레전드 매치’를 주선해 보다 관심을 높이려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애초에는 유남규 감독과 함께 1989년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냈던 현정화 감독이 나설 예정이었으나 방북명단에 포함되면서 급하게 조정됐다. 하지만 대신 나온 홍차옥 씨 역시 탁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철녀’로 명성이 드높던 왕년의 기량을 뽐내며 현장을 찾은 팬들로부터 남다른 추억을 선물했다. 현역 지도자들로 활동하고 있는 양영자, 유남규, 안재형 감독의 센스 넘치는 스윙 역시 말할 나위 없었다.
 

▲ (구리=안성호 기자) 레전드 매치로 실업리그의 첫 막을 올렸다. 유남규-홍차옥 조.

이번 대회에는 실업연맹 산하 각 기업팀이 총출동했다. 남자부는 국군체육부대, 미래에셋대우, 보람할렐루야, 삼성생명, KGC인삼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6개 팀, 여자부는 대한항공, 미래에셋대우, 삼성생명, 포스코에너지, 한국마사회 등 5개 팀이다. 남녀 실업탁구팀을 모두 보유한 미래에셋대우가 1억 원을 내고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으며, 게보 코리아, 닛타쿠코리아, DHS, 참피온, 타그로, 한울스포츠 등 국내 유력 탁구 용품사들이 후원사로 동참했다.
 

▲ (구리=안성호 기자) 레전드 매치로 실업리그의 첫 막을 올렸다. 에지! 에지!!

한국탁구의 명운까지 짊어진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 유쾌했던 레전드 매치 후에는 남자 보람할렐루야와 국군체육부대의 첫 경기가 시작된다. 첫 대회 챔피언결정전에는 과연 어느 팀들이 진출하게 될까? 그 결과는 리그전이 모두 끝나는 22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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