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해설로 탁구 인기 회복 발판 놓고 싶어요.”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 개막 준비가 한창인 구리시체육관,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을 찾아 또 다른 준비를 먼저 시작한 인물이 있다. 바로 이번 대회를 중계하는 KBSN의 탁구해설위원 박해정 씨다.

박해정 씨는 90년대를 풍미한 탁구스타다. 제일모직(현 삼성생명) 에이스로 삼성 탁구의 전성기를 주도했고, 국가대표로도 화려한 전적을 쌓았다. 1995년 톈진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은메달 주역이며,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류지혜와 함께 여자복식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귀여운 용모로 ‘둘리’라는 별명으로 통했지만, 경기장에서는 날카롭고 묵직한 드라이브를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는 ‘반전 면모’를 과시했다.
 

▲ (구리=안성호 기자) KBSN 탁구해설위원을 맡은 ‘둘리’ 박해정 씨가 일찍 경기장을 찾아 해설을 준비하고 있다.

1990년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탁구최강전에서 5년 넘게 독주를 이어오던 한국화장품의 독주를 막은 것은 유명하다. 당시 고교 졸업예정자였던 박해정 씨는 손지연, 곽채숙 등 동료들과 더불어 현정화, 홍차옥의 한국화장품을 꺾고 단체전을 우승했다. 이후 제일모직은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10년 가까이 각종 대회 정상을 놓치지 않았는데, 그 토대를 놓은 대회가 바로 당시 탁구최강전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 자격을 반납하고, 1999년 연말 은퇴한 박해정 씨는 이후 생활체육 현장에서 동호인들과 주로 호흡했지만, 엘리트탁구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KBSN의 탁구해설을 맡아 맛깔나는 언변으로 탁구저변을 지켜왔다. 이번 대회 역시 해설을 맡았다. 이번 대회는 탁구 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실업탁구연맹의 야심찬 목표로 출범했다. 탁구가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절 탁구최강전을 통해 대중에 각인됐던 입장에서 바라보는 느낌도 각별할 듯했다.

해설 준비에 여념이 없던 박해정 씨는 먼저 90년 최강전을 떠올렸다. “당시 현정화 선배 등이 지키던 한국화장품의 독주를 막아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 그 목표 하나로 동료들이 뭉쳤고, 결국 해냈을 때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어떤 대회든 목표의식을 어떻게 갖느냐가 우선 중요하다.”면서 후배들의 선전을 당부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탁구최강전은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였다. 단체전을 리그전으로 운영한 뒤 1, 2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을 치르던 방식도 이번 대회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박해정 씨는 환경의 차이를 말했다. “당시 탁구는 정말 인기가 높았다. 관중석이 가득 찼고, 정말 뜨거운 열기 속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뛸 맛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탁구는 침체기다. 이번 대회에도 관중이 얼마나 올지는 미지수다. 좀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면 좋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 (구리=안성호 기자) KBSN이 이번 대회를 매일 생중계한다. 해설을 준비하고 있는 박해정 위원.

하지만 박해정 씨는 ‘그럴수록’ 후배들의 선전을 당부했다. “당장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면 관심도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업연맹이 경기방식에 변화를 주면서까지 여러 시도를 하고 있으니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노력해주면 팬들의 관심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탁구가 침체기에 들면서 전반적인 경기력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뛰어줄 것”을 주문했다. “단지 실업무대에 안주해서만은 안 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후배들이 국제무대를 향한 더 큰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프로도 인기가 있어야 생각할 수 있다.”

KBSN은 이번 대회를 매일 생중계한다. 해설을 맡은 각오도 특별했다. “은퇴하고 생활체육을 오래 했다. 동호인들이 어떤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를 안다. 프로화의 발판을 놓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솔직하게, 누구라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얘기하겠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미래에셋대우 2018 실업탁구리그는 18일 개막해 22일까지 예선리그를 진행한다. 1복식(5게임제) 4단식(3게임제) 단체전 등 달라진 경기방식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예선리그 후 1, 2위가 10월 2일부터 챔피언결정전에 들어간다. (더핑퐁=한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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