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우시 제23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정상은(27·삼성생명)이 4강에 진출했다.

15일 오후 중국 우시에서 열린 제23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정상은은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를 3대 1(8-11, 15-13, 11-9, 11-9)로 제압했다.

경기 초반 상대의 묵직한 드라이브에 고전하며 첫 게임을 내줬지만 정상은 특유의 빠른 탁구가 2게임부터 살아났다. 요시무라의 중진 플레이를 네트 앞에서부터 차단하며 분위기를 잡아나갔다. 듀스 접전 끝에 2게임을 가져온 뒤로는 정상은이 경기를 주도했다. 결국 3, 4게임을 모두 상대를 9점에서 묶고 쾌승을 거뒀다.
 

▲ 정상은이 4강에 올랐다. 이제는 결승 진출을 노린다. 사진 대한탁구협회.

이로써 정상은은 한국 선수로는 이번 대회 개인전 유일 메달리스트를 확정했다. 4강전 이후부터의 경기결과에 따라 메달 색깔을 정할 일만 남았다. 한국 남자탁구가 개인단식에서 4강에 오른 것은 2007년 대회 때 오상은 이후로 무려 10년만의 일이다.

4강전 상대는 뜻밖에도 일본의 니와 코키(세계13위)로 결정됐다. 니와 코키는 정상은의 경기 뒤 이어진 8강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중국의 쉬신(세계3위)을 3대 1(12-10, 5-11, 11-8, 11-7)로 꺾었다. 왼손잡이 니와 코키는 깊은 코스를 노리는 대각 드라이브를 주무기로 하는 까다로운 선수지만 정상은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단체 결승전에서 쉬신에게 패한 바 있었던 정상은으로서는 오히려 다시 한 번 승리를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결승점이 코앞이다.

중국 지린성 옌볜 조전족 자치주에서 태어난 재중동포 2세인 정상은은 주니어 시절부터 ‘기대주’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선수였다. 탁구선수로 활동했던 아버지 정부원 씨 권유로 여섯 살 때부터 라켓을 잡았으며, 중국 현지에서도 남다른 기량으로 일찍부터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어머니 김난 씨가 국내 여행사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2005년 아버지와 함께 영구귀국한 뒤로 동인천고에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갔다. 2006년 종별선수권을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한 뒤 해당 연령대를 빠르게 평정했다. 같은 또래인 이상수, 정영식, 김민석, 서현덕 등과 함께 ‘차세대 5인방’으로 통하던 선수들 중 한 명이었다.
 

▲ 정상은은 주니어시절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선수다. 사진은 최근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소속팀 삼성생명의 통산 스무 번째 우승을 견인하던 모습. 월간탁구DB.

2007년에는 한국탁구 사상 최초로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미국, 팰러알토) 남자단식을 석권하며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에도 남자대표팀 주축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한국의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박자 빠른 플레이를 펼치는 정상은은 기복이 심한 단점이 있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아무도 못 말린다는 평을 들어온 ‘파이터’형의 선수다. 최근 국제대회 출전이 많지 않아 세계랭킹에서 배제돼있는 상태지만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바로 그 ‘불’이 붙었다. 마롱을 꺾은 정상은과 쉬신을 누른 니와 코키가 맞붙는 4강전 결과에 양국 탁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상은의 남자단식 4강전은 대회 마지막 날인 16일 오후 세 시 30분으로 예정돼있다(한국 시간).
 

▲ 여자단식은 일본의 히라노 미우와 중국의 첸멍이 결승전을 벌이게 됐다. 히라노 미우는 딩닝에 이어 주위링까지 이겼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여자단식에서의 파란도 멈추지 않았다. 딩닝(세계1위)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고 4강에 올랐던 히라노 미우(세계11위)가 4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주위링(세계3위)까지 이겼다. 히라노 미우는 여자단식 4강전에서 주위링을 3대 0(11-7, 11-9, 11-8)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5일 저녁 치러질 여자단식 결승전은 히라노 미우와 중국의 첸멍(세계5위)이 대결한다. 첸멍은 또 하나의 4강전에서 류스원(세계2위)을 3대 1(11-8, 9-11, 11-8, 13-11)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실로 오랜만에 결승에서 중국 선수와 중국 아닌 나라의 선수가 싸운다. 남자단식 결승구도 역시 이미 중국 독점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나있는 상태다. 폐막을 향해가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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