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니어탁구] 김유진, 김지호 단식 8강 진출 파란!

유진(김, 청명고)아, 미안하다! 네가 이길 줄은 몰랐다.

이토 미마가 누구니.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가져간 일본 여자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작년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단식 8강까지 올라 중국의 리샤오샤와도 대등하게 싸웠던 영플레이어 수상자, 벌써 몇 차례 월드투어도 우승을 경험했고, 세계랭킹은 주니어(현재 1위)는 물론 시니어랭킹에서 이미 TOP10을 넘나드는(현재 9위) 선수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도 에이스로 일본의 우승을 견인했고, 개인전에서는 당연히 어떤 중국선수보다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 김유진이 우승후보 일본의 이토 미마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에 비하면 너는 성인무대에서는 아직 제대로 싸워볼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고, 연령별 대표팀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주니어대표 최종선발전을 당당 1위로 통과했고,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도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냈음에도 그저 한국형 수비계보를 이어줄 가능성 있는 유망주 정도로나 평가받고 있던 것이 다였다. 그러니 개인단식 32강전에서 만난 이토 미마를 네가 이길 거라고 상상했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기자도 개인전 성적을 정리하면서 단식에서 마지막 남아있던 너의 32강전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미리 단정한 뒤, 패배의 소식을 묶어서 전하느니 보류로 남겨두자고 서둘러 마무리해서 올렸음을 고백한다.

네가 이겼다는 소식은 퇴근하는 차 안에서 들었다. 정말? 어떻게? 사실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어서 네가 어떻게 미마를 이겼는지에 관해서는 알 수 없었고, 현재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저 평소 경기장에서 늘 밝고 쾌활한 표정으로 시합에 임하던 그 모습대로 ‘이토 미마’라는 이름에 주눅 들지 않았나보구나. 가진 실력 이상을 다 발휘했나보구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짐작은 짐작일 뿐이고… 너의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자책 같은 것이 계속 떠올라 퇴근하는 내내 미안했다.
 

▲ 이토 미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김유진이 이겼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돌아와 서둘러 컴퓨터를 켜고 전적을 확인해보니 풀-게임접전에 4대 3(11-8, 10-12, 2-11, 12-10, 7-11, 11-8, 11-4)의 승리! 과연 치열하게 싸웠을 모습이 떠올라 짜릿했다. 이토 미마의 빠른 공격탁구에 흔들리지 않았구나. 끈질기게 막아내며 역습에 역습으로 리드를 지켰구나! 게다가 너는 이미 16강전에서도 프랑스의 자리프 오드리마저 4대 1(11-2, 11-5, 11-5, 6-11, 11-9)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미리 기대를 접었던 사람 마음 또 한 번 미안하게 말이다.

유진아, 이제 너는 개인단식에서 8강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는 루마니아의 복병 디아코누 애디나. 16강전에서 프랑스의 복병을 쉽게 이긴 것처럼 또 한 번 유럽의 선수를 쉽게 요리할 수 있지 않을까. 4강으로 가서 메달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유진아, 기자는 여전히 기대는 하지 않고 기다리려 한다. 주변의 지나친 기대에, 강한 상대들을 차례로 꺾은 흥분으로 자칫 경기를 망치지만 않기를 바랄뿐.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으니 남은 시합도 지금까지처럼 가진 기량을 흔들림 없이 보여줄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남은 시합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든 한국형 수비수의 계보를 든든히 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만으로도 이미 너는 이번 대회를 더할 나위 없이 보내고 있는 거니까.
 

▲ 김지호 역시 단식 8강에 올랐다. 일본의 가토 미유를 상대한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단식 8강전은 6일 자정이네(한국 시간)!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려 한다. 더 편한 마음으로 시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 지호(김, 이일여고)도 함께 8강에 간 것을 알고 있다. 지호는 16강전에서 미국의 중국계 선수 왕 크리스탈을 4대 2(13-11, 10-12, 5-11, 11-8, 13-11, 11-7)로 이겼더구나. 그 먼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까지 날아가서 한국탁구의 매운 맛을 과시하고 있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8강전에서 일본의 가토 미유를 만나는 지호도 한국에서의 ‘김지호’처럼만 싸워주면 좋겠다. 유진아, 지호야, 고맙고 미안하다. 돌아오면 경기장에서 맛 난 거 한 번 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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