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 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한국 주니어대표 선수들이 거의 다 넘은 줄 알았던 우승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6 세계 주니어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에서 숙적 일본에 패하고 준우승으로 만족하고 말았다.

4일 새벽 치러진 결승전에서 한국 주니어대표팀은 일본에 힘없는 0대 3 완패를 당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믿었던 조승민(대전동산고)이 첫 단식에서 같은 왼손 전형인 키즈쿠리 유토에게 1대 3으로 패하면서 초반 기세를 내주고 출발했다. 이어진 2단식에서는 안재현(대전동산고)이 상대 에이스 하리모토 토모카즈를 맞아 잘 싸웠지만 역시 한 게임을 가져오는데 그쳤다. 주전들이 앞에서 모두 패하자 승부처가 된 3단식에 출전한 김대우 역시 힘을 쓰지 못했다. 0대 3 완패였다.
 

▲ 단 한 매치도 가져오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조승민의 경기모습이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로써 한국 남자주니어대표팀은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만 다섯 번의 준우승으로 만족하게 됐다. 이전까지 2004년, 2007년, 2008년, 2015년 대회에서 각각 결승에 올라 모두 패하고 2위로 만족했던 한국은 다섯 번째 결승 진출이었던 이 날 승부에서도 결국 최고 자리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이전 네 번과 달리 이번 승부의 상대는 중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전날 최강팀 중국을 꺾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았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05년 이후 11년 만에 정상을 탈환하는 기쁨을 누렸다. 일본의 우승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꾸준한 투자를 해온 성과가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투자의 바탕 위에 천재성을 갖춘 유망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우승을 이끈 하리모토 토모카즈는 아직 카데트 연령(14세)임에도 불구하고 주니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을 정도다.
 

▲ 일본 에이스 하리모토 토모카즈의 역동적인 파이팅! 사진 국제탁구연맹.

더욱이 일본은 남녀팀이 동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남자결승전보다 앞서 치러진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3대 1로 누르고 여자도 우승했다. 여자팀 역시 ‘천재’들의 활약이 우승의 기폭제가 됐다. 성인무대에서도 강자들로 인정받는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하야타 히나가 고르게 활약하며 중국의 유망주들을 돌려세웠다. 세계 우승을 이루고 돌아오겠다고 공언했던 오광헌 일본 여자주니어대표팀 감독도 결국 자신의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오광헌 감독은 이번 대회 이후 국내 남자실업팀 보람 할렐루야의 감독으로 한국탁구계에 복귀할 예정이다.

일본 여자팀의 우승은 6년 만이다. 여자도 올해 이전까지 치러진 총 열세 번의 대회 중 열두 번을 중국이 우승했고, 2010년 대회에서 딱 한 번 일본이 연승기록을 막은 적이 있었다. 현재 일본간판 이시카와 카스미가 당시 주전이었다. 이전까지 남녀 모두 중국의 앞을 막은 유일한 팀이었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는 남녀팀이 동시에 정상에 오르며 또 한 번의 역사를 썼다. 한국의 ‘황금세대’도 무섭게 성장하는 일본탁구의 저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 일본 여자팀도 우승했다. 남녀동반우승! 뒤쪽에 오광헌 감독의 모습도 보인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끈기 있는 투자와 노력으로 값진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일본탁구는 최근 국제무대 성적이 부진했던 한국탁구가 좋은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일본의 약진을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한국 탁구 재도약의 자극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탁구 역시 부흥의 실마리는 일단 마련됐다. 마지막 승부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남녀단체전 2위와 3위라는 값진 성과를 낸 주니어 선수들은 바로 한국탁구의 미래를 담보해줄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녀단체전은 4일 모두 마무리됐지만 개인전 다섯 종목 우승을 놓고 또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개인전 결승은 모두 마지막 날인 7일 열린다. 패배는 아쉽고 쓰리지만 후회는 대회를 끝까지 마친 후에 해도 해야 한다. 아직 싸워야 할, 이겨야 할 승부들이 남아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한국 대표선수들의 선전을 당부해본다.
 

▲ 우승을 확정한 일본팀. 그러나 이번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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