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5 체코오픈 상보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는 백핸드에 숏핌플 러버를 사용하는 선수다. 테이블 앞에 딱 붙어 랠리할 때는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백핸드 쪽에서의 변화가 무척 까다롭다. 수비 전형 선수들보다는 변화가 덜하겠지만, 워낙 좌우 전환이 빠른 선수인 만큼 함께 랠리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백핸드 쪽에서의 변화가 몇 배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또 다시 후쿠하라 아이에게 패해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30일 끝난 ITTF 월드투어 2015 체코오픈 여자단식. 전지희는 4강전에서 홍콩의 백전노장 티에야나를 상대로 4대 0(11-5, 11-5, 11-7, 11-9) 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최종 승부에서 후쿠하라 아이에게 0대 4(7-11, 12-14, 11-13, 8-11)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주 불가리아오픈 여자단식 4강전에서 2대 4(11-9, 6-11, 11-8, 5-11, 8-11, 7-11)로 패한 이후 후쿠하라 아이 상대 2경기 연속 패배였다.
 

▲ 후쿠하라 아이에게 패하고 준우승에 머문 전지희. 하지만 리우올림픽에는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물론 일본의 주전급 선수들을 포함한 다수의 유럽 강자들이 출전한 메이저시리즈 준우승은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결과다. 하지만 마지막 상대가 또 다시 후쿠하라 아이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후쿠하라 아이는 전지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로 올해만도 벌써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쳐 세 번 모두 패하고 말았다. 특히 지난 6월 호주 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도 1대 4(11-6, 2-11, 7-11, 5-11, 6-11)로 패해 우승을 놓쳤었다. 올해 월드투어 결승에서만 두 번이나 패했다.

전지희는 본선 1라운드 64강 첫 경기에서 러시아의 마리아 돌기흐를 4대 0(1-11, 6-11, 7-11, 7-11)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4강까지 5경기를 하는 동안 5경기 모두 4대 0 완승을 거두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었기에 후쿠하라에게 당하고 있는 연패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에는 더 미련이 남는다. 전지희는 올해 스페인오픈 우승을 포함, 호주오픈 준우승과 이번 대회 준우승까지 더해 역대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올해 기록한 두 번의 준우승 모두 후쿠하라 아이에게 패한 결과라는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출신 ‘귀화에이스’ 전지희는 지금까지 월드투어 단식에서 2회 우승을 차지했다. 4년 전 모로코오픈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이후 올해 3월 스페인오픈 결승에서 일본의 히라노 사야카를 4대 1(11-5, 11-9, 3-11, 11-9, 11-5)로 이기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후쿠하라 아이는 스페인오픈에도 출전했었지만 4강에서 히라노 사야카에 1대 4(6-11, 2-11, 5-11, 11-4, 5-11)로 패했다. 후쿠하라를 이긴 히라노를 전지희가 마지막 승부에서 꺾고 우승했다.

현재 전지희는 랭킹포인트 2693점으로 서효원(렛츠런, 2824), 양하은(대한항공, 2749)에 이어 한국 3위에 올라있다.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국가별로 세 명, 또한 단식은 그 중에서 두 명만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단식 출전자가 서효원과 양하은 두 명으로 굳어가는 듯 했지만 이번 대회 전지희의 활약으로 여자단식 출전 경쟁에도 판도 변화가 발생하게 된 상황이다. 전지희는 이번 대회 16강전 양하은과의 맞대결에서 4대 0(11-8, 11-8, 11-6, 11-7)으로 승리함으로써 랭킹포인트 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 전지희는 양하은과 함께 여자복식에서도 우승하며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성과를 냈다.

게다가 전지희는 단식만큼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복식에서도 우승했다. 단식 경쟁자 양하은은 복식에서는 파트너가 됐다. 전지희-양하은 조는 결승전에서 홍콩의 두호이켐-티에야나 조를 3대 1(6-11, 11-7, 11-8, 11-5)로 이겼다. 이번 대회 U-21 여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최효주(삼성생명)가 4위권에서 추격 중이지만 거리는 더 멀어졌다. 한국은 내년 리우올림픽 출전선수를 10월 세계랭킹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일단 9월 초에 발표될 랭킹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지난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치러진 체코오픈에서 한국 남자는 정영식(KDB대우증권)과 이상수(삼성생명)가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정영식은 8강전에서 포르투갈 에이스 마르코스 프레이타스에게 1대 4(8-11, 11-9, 9-11, 12-14, 8-11)로 졌고, 이상수는 홍콩의 웡춘팅에게 3대 4(11-2, 13-15, 5-11, 6-11, 11-8, 11-8, 6-11)로 석패했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은 이상수를 이긴 웡춘팅이 결승전에서 일본의 요시무라 마하루까지 이기고 우승했다.
 

▲ 무서운 추격자 김동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한숨 돌린 이상수다. 남자단식 32강전에서 이겼다.

그런데 정영식과 이상수에게 이번 체코오픈은 드러난 8강 말고도 남은 것이 ‘더 있는’ 대회였다. 정영식은 김민석(KGC인삼공사)과 함께 출전한 남자복식에서 준우승했다. 결승전에서 스웨덴의 파 게렐-욘 페르손 조에게 0대 3(7-11, 6-11, 7-11)으로 졌지만 대회 기간 동안 원활한 호흡을 과시했다. 이상수는 직전 불가리아오픈 3관왕 김동현(S-OIL)과의 단식 32강전에서 4대 3(11-4, 7-11, 11-7, 5-11, 6-11, 11-5, 12-10) 승리를 거두며 올림픽 출전 경쟁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남녀 모두 리우올림픽 한국대표는 거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남은 9월 한 달 동안 아주 특별한 이변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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