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왼쪽 VS 오른쪽

‘라이벌(rival)’과 강을 뜻하는 ‘리버(river)’는 강가를 뜻하는 라틴어 ‘리파리아(riparia)’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물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강가에 밀집해서 살았고 그들은 강물을 경계로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을 ‘강가의 사람들’이란 뜻의 ‘라발레스(Rivales)’라고 불렀다. 이들은 평소에는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이였지만 가뭄이 들면 생존을 걸고 싸워야 했다. 
 

 

왼쪽과 오른쪽, left와 right, 左와 右
강을 기준으로 이편과 저편을 나누어 라이벌이란 관계를 만들어낸 것처럼 인간은 나와 타인, 낮과 밤, 남자와 여자를 나누고 상반된 의미를 부여한다. 그중에서도 인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두 손’의 존재는 인류가 왼쪽과 오른쪽을 나누고 구분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말 ‘오른쪽’과 ‘옳다’가 어원이 같은 것처럼 영어의 ‘right’는 ‘오른쪽, 옳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이고 왼손잡이를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 때문에 예부터 오른쪽을 원칙으로 삼으면서 ‘옳다’라는 의미까지 덧붙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개밖에 없는 손의 한쪽에 ‘옳다’라는 의미가 붙자 남아있는 한 손엔 자연스럽게 그와 반대되는 부정적인 의미가 붙어버렸다. 왼쪽의 어원이 되는 ‘외다’는 ‘그르다’는 뜻이 있으며 영어의 ‘left’ 역시 ‘약하다, 쓸모없다’는 뜻의 고어에서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한자를 봐도 右(오른 우)는 ‘높다, 귀하다, 강하다, 숭상하다’ 등의 긍정적 의미를, 左(왼 좌)에는 ‘근처, 낮다, 옳지 못하다, 그르다’ 등의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 두 한자의 모양을 살펴보면 右는 밥을 먹는(口) 손(又)이라는 뜻이 있는 반면 左는 도구(工)를 손(又)에 쥐고 일을 돕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은 주(主)가 되고 왼쪽은 그를 돕는 쪽이라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관념이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어로 ‘바른, 곧은, 옳은’이라는 의미의 ‘도와(droit)’는 오른쪽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며 ‘뒤틀린, 삐뚤어진, 서투른’ 등의 의미를 가진 ‘고쉬(gauche)’는 왼쪽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어에서도 ‘데스트로(d`estro)’는 ‘능숙한, 영리한, 행운의, 오른쪽’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반면 ‘시니스트로(sinistro)’는 ‘불길한, 재앙, 불행, 왼쪽’의 뜻을 가지고 있다. 
 

왼손과 오른손

세계적으로 왼손잡이의 비율은 평균 10%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에는 그 절반인 5%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들 왼손잡이의 50%는 오른손으로 식사를, 80%는 오른손으로 필기를 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전통적으로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시절 글씨쓰기나 숟가락질을 배우는 과정에서 왼손잡이인 것이 발견되면 매를 들어서라도 오른손을 쓰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연령이 낮을수록 왼손잡이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만약 자녀가 왼손잡이라면 그대로 왼손을 쓰게 하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77%로 조사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비율도 전 세계 평균치에 가까워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오랫동안 왼손잡이들이 서러움을 겪어온 우리나라지만 종교와 결합된 편견이 만들어진 나라에서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아예 코란에 오른손 선호사상이 기록되어있는 무슬림은 먹고 마시는 것은 오른손으로 해야 하며 집이나 사원을 들어갈 때는 반드시 오른발부터 내딛어야 한다. 반대로 왼손은 용변을 볼 때나 사용하는 부정한 손으로 여기며 화장실에 들어갈 경우에도 반드시 왼발부터 내딛어야 할 정도다. 코란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성경에서도 오른쪽에 대한 선호사상을 엿볼 수 있다. ‘하나님이 오른손으로 세상을 창조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오른편에 앉았다’, ‘오른손으로 축복 한다’, ‘양(진실한 신앙인)은 오른편에, 염소(거짓된 신앙인)는 왼편에 둔다’ 등의 표현을 통해 오른쪽이 힘, 축복, 능력 등을 상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좌익과 우익

왼쪽과 오른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좌익과 우익으로 나누는 정치세력의 구분이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의장석의 왼쪽에 왕을 없애고 선거로 지도자를 뽑으려는 공화파가, 오른쪽에 왕정을 유지하려는 왕당파가 앉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공화파가 프랑스 정계를 장악한 이후인 1792년 국민공회에서도 왼쪽에 급진적인 자코뱅파, 오른쪽에 보수성향의 지롱드파, 가운데에 중간파인 마레당이 앉으면서 좌익과 우익, 그리고 중도로 정치계를 나누는 것은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보통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 세력을 우익,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치 세력은 좌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좀 더 확실하게는 우익은 현 상황을 지속시키려는 경향이 강한 집단이고 좌익은 변화를 꾀하는 집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좌익과 우익을 구분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좌익과 우익을 구분하는 기준이 경제정책, 사회정책, 국가운영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정치사상이나 정치세력 안에서도 다시 좌익과 우익의 구분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그 개념이 명확히 고정되었다기보다는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의미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현실로 인해 좌익과 우익이라는 말이 실질적인 내용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전쟁과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면서 국가의 정책에 대립하는 모든 의견과 사상은 좌익으로 분류하여 탄압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좌익이라는 단어에는 매우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 있는 것이다. 

오른쪽은 무조건 ‘옳고’ 왼쪽은 항상 ‘그른’ 것이 아닌 것처럼 세상을 이분화해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좌익과 우익도 공존하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마련될 때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돕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도울 때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월간탁구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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