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청국장 VS 낫토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 할 정도로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식품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육식보다 채식에 가까웠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콩은 매우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중에서도 대두라 불리는 노란 메주콩은 ‘발효’라는 조리 과정을 통해 독특한 풍미를 가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청국장’, 일본에서는 ‘낫토’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

 

한국과 일본의 기본 상차림을 보면 매우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찰기 있는 쌀로 지은 밥을 주식으로 하여 국 한 대접, 장아찌와 절임 같은 몇몇 기본 반찬에 생선 또는 고기요리 등이 상에 오른다. 서양인의 눈으로는 일식과 한식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물론 우리 눈에는 한식과 일식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확연하게 구분되지만 말이다. 

일단 상에 오른 음식들의 담음새가 푸짐하다면 한국 음식일 확률이 높다. 거기에 마늘이 많이 들어가고 빨간 고춧가루 양념이 더해져 있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100% 한국 음식이다. 이에 반해 일본 음식은 푸짐하기보다 아름다운 담음새를 중시한다. 또한,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과 형태를 최대한 살려서 조리하기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일본 음식이 밋밋하고 심심하다고 말하고, 반대로 일본인은 한국 음식이 너무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상차림의 형태나 음식재료가 비슷한 것들이 많아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그중에서도 콩으로 만든 발효 음식인 청국장과 낫토는 재료와 만드는 법이 비슷해서 자주 비교된다. 고약한 냄새를 풍겨 자국의 사람들에게조차 호불호가 갈리지만 둘 다 뛰어난 건강식품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한국의 청국장

우리나라 사람들이 청국장을 먹기 시작한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 식량으로 쓰이던 장이 유입되어 청국장(淸國醬)이라고 불리며 먹기 시작했다고도 하고, 또 전시에 재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장이라 하여 전국장(戰國醬)이라 부르던 것이 청국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청국장은 만드는 데에 몇 달이나 걸리는 간장이나 된장과는 달리 2, 3일이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른 장류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청국장은 콩을 10~20시간 정도 불려 푹 삶은 뒤, 짚 몇 가닥을 깔고 따뜻한 곳에 이불을 씌워 보온하면서 발효시켜 만든다. 짚에는 청국장을 발효시키는 바실러스균이 많아 발효에 도움을 주며 이는 보통 40~50℃의 온도와 85~90%의 습도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알맞은 발효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청국장은 콩이 많이 나는 남쪽 지역에서 많이 먹기 시작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식품이지만 다른 장류와는 달리 염분이 많지 않아 오래 두고 먹기는 힘들다. 

과거에는 ‘파리도 새냐, 멸치도 생선이냐’하는 말처럼 ‘청국장도 장이냐’라는 말로 조롱과 무시를 받은 청국장이지만 현재는 동맥경화, 고혈압, 골다공증, 혈전, 빈혈, 변비 등을 예방하고 항암, 다이어트,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 낫토

일본의 낫토 역시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말 먹이용으로 볏짚에 싸서 들고 다니던 삶은 콩이 발효되어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콩을 먹은 말이 문제가 없는 것을 보고 사람들도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낫토는 미국의 한 건강전문지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낫토, 김치, 렌틸콩, 요구르트, 올리브) 중 하나로 손꼽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 TV에서 낫토에 혈전 용해 효소가 들어 있다고 소개하면서 붐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관동지방 이북과 남 쿠슈지방 사람들이나 먹는 지방색 짙은 음식이었다. 그러나 낫토가 건강식, 장수식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를 꾸준히 섭취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미생물이 콩을 분해하면서 만들어지는 낫토키나아제라는 효소다. 많은 연구를 통해 낫토키나아제가 혈전 용해, 혈압 강하, 혈액 순환 등에 효능이 있음을 밝혀냈다. 청국장과 마찬가지로 노화방지는 물론 각종 성인병, 골다공증, 변비 등을 관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낫토를 만드는 과정 또한 청국장과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다양한 바실러스균이 번식하여 만들어지는 청국장과는 달리 낫토는 ‘낫토균’만을 이용해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낫토를 만들 때는 낫토종균을 따로 준비해서 40℃ 정도의 온도에서 하루 정도 발효시킨 후 냉장실에서 약 일주일간 숙성시켜 만든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청국장과 낫토의 여러 가지 성분 중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낫토키나아제는 바실러스균에 의해 대두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특별한 효소다. 따라서 똑같이 대두를 원료로 만들었다고 해도 두부나 두유처럼 발효 과정이 없는 식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성분이다. 낫토키나아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탁월한 혈전 분해 능력 때문이다. 혈전은 혈관이나 심장 속에서 피가 굳어져 만들어진 덩어리로 혈전이 생기면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에 이상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심근경색, 뇌졸중, 혈전증 등의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 낫토키나아제가 함유된 청국장과 낫토의 뛰어난 혈전 분해 능력은 이러한 심혈관계 질환을 관리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재료, 비슷한 제조 과정, 비슷한 성능을 가진 두 식품 중에서도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일본의 낫토 쪽이다. 이는 두 식품의 다른 섭취 방법 때문인데 낫토키나아제는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되므로 청국장처럼 끓여서 먹을 경우에는 그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에 반해 낫토는 발효된 콩을 약간의 간장과 겨자만을 넣고 직접 섭취하는데 이때 젓가락으로 여러번 휘저어 끈끈한 점액질이 생기게 한 다음에 먹는다. 이 점액질 안에 낫토키나아제 성분이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낫토는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은 낫토균만을 이용해 발효시키므로 규격화하여 생산하기도 수월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낫토를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건강을 위해 낫토를 먹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사실 청국장이라는 우리 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낫토를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에는 어쩐지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양한 바실러스균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청국장의 효소나 생리활성물질을 특화해 항암, 당뇨, 고혈압 등에 좋은 기능성 청국장을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니 조만간 청국장의 반격을 기대해본다. 

<월간탁구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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