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나 혼자 즐겁게 사는 사람들

최근 혼자 사는 ‘일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미 네 가구당 한 가구는 일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6년 뒤에는 일인 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29.6%에 육박,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학업이나 취업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원해서 혼자 사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인데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혼자’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방식을 택한 이들의 생활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나 혼자 잘 산다

일인 가구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도 변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인기가 없던 소형 평수의 아파트가 대형 평수의 아파트보다 높은 분양률을 보이고 있으며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수량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분양률이 낮은 대형 주택을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소형 주택으로 나누는 리모델링을 한 후 임대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주거 형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기업들은 일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새로운 소비 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들 ‘싱글 슈머(single+consumer)’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을 대형으로 구입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좀 더 작고 간편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데 이것은 일인 가구의 증가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전회사들은 ‘3S’ 공략을 내세우면서 ‘작고(small)', ’똑똑하고(smart)’, 비용을 ‘절약(save)’할 수 있는 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가구 회사의 경우에도 4인 식탁과 4, 5인용 소파를 기본으로 생산하던 회사들이 1, 2인용 식탁과 소파를 생산하는 일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침대와 소파가 합쳐지거나 화장대와 책상을 결합한 형태의 가변형 가구들도 인기가 높아졌다. 이는 소형 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좁은 주거공간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집을 비우는 일이 잦은 일인 가구를 위한 무인 택배시스템을 설치하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일반 주택가에서는 가까운 동사무소에 무인 택배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일인 가구를 겨냥한 심부름 서비스 회사들도 생겨나 아플 때 약을 사다주거나, 무거운 가구를 옮기거나, 가까운 세탁소를 다녀오는 등의 귀찮고 혼자 하기 힘든 일들을 적은 비용으로 대행해주고 있다.
 

► 도시락 업계도 고급화, 차별화를 통해 싱글 슈머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도시락을 선보이고 있다. 

나 혼자 잘 먹는다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이 삶을 지속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그중에서도 ‘식’, 곧 먹는 행위는 가장 일상적이며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질문은 ‘식사는 했느냐’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는 자신을 잘 보살피고 있다는 첫 번째 증거와도 같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식사란 너무도 뻔해서 보통 라면이나 레토르트 식품이 상에 오르곤 했지만, 최근엔 자기 자신을 위해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인 가구를 위한 미니 오븐, 미니 전기밥솥 등의 주방용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고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음식재료 또한 소포장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근사한 식사 준비를 손쉽게 해치울 수 있다. 물론 요리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리에 넘쳐나는 도시락집이나 반찬집에서 한 끼 식사를 구입해 먹거나 아예 전문 배달업체에 식사 배송 서비스를 주문해도 된다.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외식업계의 마케팅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아직은 혼자 밥을 먹는 일을 어색하고 낯설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식업계는 이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꾸준히 늘어나는 일인 가구 집단이 향후 수익구조에 큰 지각변동을 불러올 존재인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인 기준의 테이블은 1, 2인석으로 축소하는 일이 많아졌고 과거에는 혼자서는 먹기 힘들었던 메뉴인 탕수육이나 화로구이 같은 음식의 1인용이 주문이 가능한 음식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심지어는 혼자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을 위한 1인 주점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여럿이는 물론 혼자 와서 술과 안주를 주문해도 어색하지 않은 바 테이블을 설치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재구성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인 것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들 말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충족의 도구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등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타인에 대한 그리움이 곧 과거의 가족주의에 대한 회귀욕망은 아닌 것 같다.

► 대표적 소셜 다이닝 ‘집밥’의 사이트.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은 자신의 즐거움과 취향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라서 인간관계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에 인기 있는 ‘소셜 다이닝’을 보면 그런 성향들을 파악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 소셜 다이닝이란 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만나 식사를 하면서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봉사, 요리, 영어, 문화, 여행 등의 취미를 나누려는 사람들부터 순수한 사교 모임을 원하는 사람들까지, 그저 한 끼 식사를 나누며 낯선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가진다. 가족주의의 중심에서 살아온 기성세대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무슨 재미가 있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소셜 다이닝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를 듣거나, 부담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혼자 사는 일인 가구의 사람들은 보통 제약을 싫어하고 프라이버시를 중하게 여기며 형식과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혼자 살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을 갖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런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앞으로의 우리 삶의 모습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만들어갈 공동체 문화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월간탁구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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