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생활 환경을 위해 사용하는 세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보통 주방의 청결을 책임지는 주방 세제, 몸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샴푸와 비누, 빨래할 때 사용하는 세탁 비누와 표백제 정도를 생각하겠지만 사실 세제의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다양함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러한 세제가 피부를 자극하고 우리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합성세제라는 것이다. 또한 합성세제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성분은 거품이 잘 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데 피부에 흡수되어 피부 보호막을 파괴하고 가려움이나 피부염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심각한 수질 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성이나 약알칼리성 세제인 주방용, 세탁용 세제들과 비교하면 주거용, 화장실용, 배수용 세제들은 독한 성분이 함유된 산성이나 알칼리성 세제이기 때문에 사용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도 깨끗해진다’고 광고하는 세제 속에는 그만큼 독한 화학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친환경 세제들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세제에는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친환경 세제는 그저 정해진 규정 이하의 화학성분을 넣어 만든 세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토피를 앓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환경 오염에 대한 염려가 깊어지면서 세제를 선택할 때 그 성분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펴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세제를 만들어 쓰거나 세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천연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풍부하게 거품이 일거나 한 번에 깨끗하게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편리한 제품들은 아니므로 약간의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좀 더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에 환경까지 지킬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수고로움이 아닐까.

식재료라서 더 안전한 식초와 소금

가정집 싱크대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식초는 박테리아, 곰팡이, 세균 등을 제거하는 살균 효과가 뛰어나 주목받는 천연 물질이다. 사실 식초는 요리할 때에도 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워 줄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음식의 부패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 만큼 식초는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장소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부엌에서 사용하는 주방 세제 대신 식초를 사용하면 환경 호르몬이나 유해 물질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얼룩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싱크대나 냄비의 얼룩과 물때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고 냉장고,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등도 식초를 뿌려두었다가 닦아내면 불쾌한 냄새와 얼룩을 없앨 수 있다. 빨래할 때에도 표백제나 섬유 유연제 대신 식초를 넣으면 옷감을 더욱 청결하고 하얗게 만들 수 있고, 욕실을 청소할 때 사용하면 거울 얼룩이나 세면대 물때를 제거하고 세균의 번식을 막을 수 있다.

식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한 천연 물질로 소금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소금과 식초를 섞은 물에 채소를 담갔다 꺼내면 채소에 남아있는 기생충을 없앨 수 있다. 게다가 소금은 기름기 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프라이팬을 닦을 때 소금을 뿌려두었다가 종이타월로 닦아내면 소금이 기름기를 흡수하여 쉽게 일을 마칠 수 있다. 손에 기름 냄새가 배었을 때도 비누로 닦아내는 것보다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정도다. 또한, 소금은 섬유의 염색물이 빠지지 않게 하므로 소금물에 색깔 옷을 담갔다가 빨면 염료가 빠지지 않고 선명한 옷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주목받는 만능세제 베이킹소다

빵과 과자를 만들 때 팽창제로 쓰이는 베이킹소다는 물과 만나면 미세한 결정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지면서 물건 표면에 상처를 내지 않고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약알칼리성이라서 지방을 수용성으로 변화시켜 쉽게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산을 중화하고 pH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각종 오염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특히 과일, 채소와 같은 음식재료를 씻을 때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면 표면의 농약 잔류물과 먼지를 제거할 수 있고 연마, 중화, 탈취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방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어준다.

베이킹소다는 식초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더욱 훌륭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싱크대나 세면대의 배수구에 베이킹소다를 뿌린 후 식초를 부으면 악취 제거와 살균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탈취기능도 뛰어나 신발장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불쾌한 냄새를 없앨 수 있고 물과 함께 가글을 해주면 구취까지 제거할 수 있다. 자주 세탁하기 힘든 카펫을 청소할 때도 카펫에 뿌려 두었다가 20분 후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미세한 먼지가 베이킹소다에 흡착되었다가 함께 제거된다. 무엇보다 베이킹소다는 매우 안전한 무공해 친환경 물질이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좋다.

쌀뜨물로 만들어 쓰는 EM 발효액

최근 친환경 세제로 각광받는 EM 발효액(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은 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중에서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수십 종을 조합, 배양한 것이다. 처음엔 농업 자재로 사용되다가 그 효능이 알려지면서 환경 정화나 공중위생 등의 용도로 활용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데 일절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100%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다.

EM 발효액은 미생물 발효 용액인 만큼 조금씩 자주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EM 원액과 쌀뜨물, 설탕 등을 비율대로 섞어 일주일 정도 발효시킨 후 용도에 따라 물에 희석하여 사용하면 된다. 만드는 비용이 매우 저렴한 데다가 만들어 놓은 용액이 남아 있어 그냥 하수구에 버리는 일이 생겨도 오히려 배수관, 하수도 정화에 좋은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EM 발효액은 주방에서 설거지용 세제 대신 사용해도 효과적이고 요리 후 공기 중에 퍼진 음식 냄새를 제거할 때도 분무용기에 담아 공기 중에 뿌려주면 탈취제 역할을 한다.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할 때 사용하면 비듬, 아토피, 무좀, 피부 짓무름 등을 호전시킬 수 있고, EM 발효액을 물에 희석해 빨래를 담갔다가 빨면 셔츠의 깃이나 소매의 때가 말끔히 제거되고 광택까지 살아날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건조해도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또한, 화장실 청소 시에 락스 대신 사용하면 청소 후에도 때가 덜 끼고 악취를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집에서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사료에 뿌리거나 물에 타 먹이는 것만으로 배설물의 냄새를 줄이고 기생충 서식을 막아 더욱 건강하게 동물을 키울 수 있다.

(월간탁구 2014년 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