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

  양하은은 우리나라 대표선수들 중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종목에 출전한 선수였다. 국가별 2명만 나갈 수 있는 단식에는 서효원과 함께 출전했고, 개인복식은 박영숙, 혼합복식은 이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경기 당 3명이 출전하는 단체전에서도 서효원, 전지희 등과 함께 주전으로 활약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여자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양하은의 활약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진행된 여자단체전에서 양하은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예선 조 1위 결정전이 된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했고, 본선 8강전 남북대결에서도 역시 2패만을 기록했다. 중요 승부처로 여겨졌던 3단식은 우리나라가 모두 승리했지만, 양하은과 서효원에게 주어졌던 에이스 역할에서 ‘구멍’이 생겼다. 한일전과 남북대결에서 총 6차례의 주전 맞대결이 있었지만 우리 대표팀은 1승 5패를 기록했다. 한일전 2단식에서 서효원이 이시카와 카즈미를 상대로 3대 0 승리를 거둔 게 유일한 1승이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양하은은 단체전 경기가 끝나고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기대를 모았던 양하은은 단체전 경기가 끝나고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중요한 승부처마다 주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이었다. 그 눈물을 보면서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비롯 주변 탁구인들 역시 남몰래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개인전 경기까지 단체전의 좋지 못했던 출발의 여파가 이어질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개인복식과 혼합복식은 대표팀이 금메달 전략종목으로 여겨온 종목이었다. 파트너 이정우, 박영숙은 모두 풍부한 복식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 온 선수들이었다. 이정우는 8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였고, 박영숙은 2013년 파리세계대회 혼합복식 준우승자였다.

  안타깝게도 우려는 그대로 결과가 되어 나타났다. 이정우와 출전한 혼합복식은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북한의 김혁봉-김정 조에 1대 3(3-11, 13-11, 4-11, 7-11)으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했고, 박영숙과 함께 나선 개인복식은 중국의 류스원-우양 조에 0대 3(6-11, 7-11, 8-11) 완패를 당해 8강에서 탈락했다. 양하은은 이번 대회에서 그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은 선수였지만 단식 한 종목만 남겨둔 상황에서 노메달 위기로까지 몰리고 말았다.

  개인단식은 양하은에게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최후의 종목이었다. 그러나 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했던 8강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의 에이스 이시카와 카즈미였다. 이시카와 카즈미는 며칠 전 여자단체 그룹예선에서 양하은에게 2대 3 역전패를 안긴 선수였다. 주니어시절을 포함해 역대전적에서도 2승 11패로 양하은이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었으니 승리는 사실 요원해보였다. 그나마 다행은 양하은이 앞선 16강전에서 난적으로 꼽히던 쳉아이칭(타이완)에게 풀게임접전 끝에 승리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었다는 것.

  마지막에 몰린 절박함과 살아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양하은은 단식 8강전에서 이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던 이사카와 카즈미를 4대 1(9-11, 11-6, 11-5, 11-9, 11-7)로 꺾는 대반전을 연출했다. 여자단체전 마지막 5단식은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 추격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지만, 단식에서는 첫 번째 게임만 내주고 이후 네 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며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이 승리로 양하은은 4강 진출에 성공했고, 마침내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확보했다. 이 메달로 인해 여자대표팀도 안방 대회에서의 노메달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 (수원=안성호 기자) 단식 8강전 승리 직후 양하은은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양하은 - “자주 못 이겨본 선수에게 이겨서 기쁘기도 했지만 시합이 끝나면서 단체전에서 못했던 게 생각나 울컥했다. 그동안은 이기고 나서 우는 선수들을 이해 못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그동안 지나치게 포어 코스를 의식하면서 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이번 시합은 작정하고 코스를 생각하고 상대를 백으로 몰면서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했다. 단체전 때보다 리듬과 박자가 잘 맞아서 이길 수 있었다. 이겨서 좋다" (더 핑퐁. 2014년 10월 02일자)

  양하은은 경기가 끝나고 테이블 밖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물론 단체전 경기 후에 흘린 눈물과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이전의 눈물이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이었다면, 단식 승리 후의 눈물은 당연히 승리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가장 많은 기대를 받았던 ‘키플레이어’ 양하은이 흘린 두 번의 눈물은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여자대표팀을 ‘들었다 놨다’한 눈물이기도 했다.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한 앞으로도 많은 눈물이 함께 할 것이다. 이왕이면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가득한 환희의 눈물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수원=안성호 기자)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가득한 환희의 눈물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환호하던 한국대표팀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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