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8 중국오픈

임종훈이(KGC인삼공사)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2018 중국오픈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2일 선전 바오안스타디움에서 계속된 남자단식 8강전에서 한국의 선배 이상수(국군체육부대)에게 승리하고 4강에 오른 다음, 세계챔피언 마롱에게 도전했던 준결승전에서 패해 최종 3위로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단식 결승에 오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임종훈(세계랭킹 39위)은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단식 예선(프레리미너리라운드)에서 일본과 프랑스, 독일의 복병들을 꺾은 뒤, 본선에서도 세계적인 강자들을 연파했다. 32강전 쉬신(중국, 세계 4위), 16강전 츄앙츠위엔(대만, 세계16위), 8강전 이상수(한국, 세계8위) 등등 세계랭킹만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나는 톱-랭커들과 싸워 이겼다. 홈그라운드에서 싸운 세계적인 강호 쉬신에게 완승을 거둔 본선 첫 경기는 국제탁구연맹이 자체 사이트에서 대서특필했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4강은 마롱, 판젠동, 량징쿤, 임종훈이다. 결과적으로 쉬신을 꺾은 임종훈이 중국의 4강 독식을 막아낸 셈이다.
 

▲ 임종훈이 남자단식 4강에 오르며 이번 대회 출전 종목 모두 3위를 기록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2일 경기에서도 임종훈은 인상 깊은 선전으로 존재감을 보였다. 8강전에서 깊은 코스의 왼손 공격을 앞세워 이상수를 압도했다. 속공을 주무기로 하는 이상수에게 좀처럼 선제 기회를 주지 않는 경기운영 능력도 과시했다. 4대 0(11-9, 11-9, 11-5, 11-6) 완승을 거뒀다. 마롱을 만난 4강전에서도 ‘세계챔피언’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첫 게임은 8점까지 먼저 앞서가는 등 초반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세계 최강자 ‘마롱’은 역시 ‘마롱’이었다. 임종훈의 구질과 코스를 파악한 2게임부터는 반전의 여지를 주지 않고 완전히 코트를 지배했다. 2, 3게임은 단 3점, 4점만을 내주면서 강력한 위용을 자랑했다. 잠시 방심하며 4게임을 듀스 끝에 내줬지만, 마지막이 된 5게임에서는 다시 단 2점만을 허용하고 전체 승부를 매조지었다. 임종훈은 결국 1대 4(9-11, 3-11, 4-11, 12-10, 2-11) 완패를 당했지만 현역 최강자와 중요 길목에서 맞싸우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 이상수는 임종훈에게 패하고 8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탁구 간판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KGC인삼공사 소속 실업 4년차인 임종훈(21)은 까다로운 왼손 셰이크핸더다. 서브, 리시브와 디펜스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파워도 겸비했다. 주니어시절부터 많은 기대를 받아왔던 유망주로 각 연령대 대표팀을 모두 거쳐 온 엘리트다. 국제대회에서는 지금까지 월드투어 21세 이하 단식만 4회(2016년 헝가리, 코리아, 2017년 코리아, 일본) 우승하는 등 오픈단식 우승 기록이 아직 없지만 출전하는 대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한국탁구의 미래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왔다. 작년 코리아오픈에서 남자단식 4강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바로 그 선수다.

지난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한 임종훈은 특히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향상된 공격력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확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테이블 가까이에서 빠르게 갈라 치는 깊은 코스의 대각 공격에 세계 최강 중 한 명인 쉬신도 맥을 추지 못했다. 마롱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4강에서 다시 멈춰서야 했지만 임종훈의 라켓은 벌써 다음 대회를 정조준해도 될 만큼 강한 자신감을 장착했다.
 

▲ 마롱은 마롱이었다. 세계챔피언다운 기량을 보여줬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게다가 임종훈은 단식에서만 좋은 활약을 한 것이 아니다. 장우진(미래에셋대우)과 함께 뛴 남자복식, 양하은(대한항공)과 함께 뛴 혼합복식에서도 4강에 올랐다. 안정적인 디펜스 능력과 빠른 공격력을 갖춘 왼손 전형으로 오른손 전형 파트너와 최적의 조합을 구성할 수 있는 ‘복식 스페셜리스트’로도 각광받고 있다. 출전한 세 종목 모두 4강에 오른 이번 대회는 임종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다음 주 일본오픈, 그리고 다음 달 코리아오픈 등 이어질 국제대회에서의 활약에도 당연히 더 많은 기대가 쏠린다. 물론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그 중 하나다.

한편 2일 혼합복식 결승을 치르고, 남녀단식과 복식 결승 진출자(팀)들까지 모두 가려낸 이번 대회는 이제 마지막 날인 3일 남녀복식과 남녀단식 결승전만을 남기고 있다. 가장 먼저 치러질 여자복식에서는 한국의 양하은-전지희 조가 중국의 딩닝-주위링 조를 상대한다. 남자복식은 중국의 판젠동-린가오위엔 조가 이오네스쿠 오비디우(루마니아)와 로베르스 알바로(스페인)가 힘을 합친 유럽 연합조를 상대한다. 남녀단식은 마롱과 판젠동, 딩닝과 왕만위 중국 선수들끼리 우승다툼을 벌인다.
 

▲ 가장 먼저 결승을 치른 혼합복식은 중국이 일본을 이겼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2일 먼저 치러진 혼합복식 결승에서는 중국의 린가오위엔-첸싱통 조가 일본의 모리조노 마사타카-이토 미마 조를 3대 1(13-11, 7-11, 11-5, 11-8)로 누르고 우승했다. 도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과 더불어 전에 없이 비중이 높아진 혼합복식 역시도 최강은 아직 중국이다. 이상수-전지희 조와 임종훈-양하은 조가 동반 4강을 기록한 한국탁구도 보다 지혜로운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