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감기 및 대통령기 선발전

 

  신유빈을 아시지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훨씬 전인 다섯 살 여섯 살부터 천부적인 탁구 재능으로 알음알음 화제가 되더니 각종 방송도 타고 실업 챔피언전 같은 성인대회 오프닝무대에서 시범경기도 하면서 전국적인 ‘탁구신동’으로 공인받았던 그 꼬마 말입니다.

  사실 ‘신동’이라는 수식은 처음에만 반짝하고 일찍 사그러드는 경우도 적지 않은, 이를테면 ‘위험부담’이 있는 단어입니다. 어떤 분야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기심과 의심이 뒤섞인 애매한 눈빛으로(배 아파 하면서^^) 딴 세상 사람 취급하고 말죠. 실제로 많은 ‘신동’들이 주변의 지나친(호의보다는 질시 어린 경우가 많은) 관심을 견디지 못하고 곧 화제에서 사라지곤 합니다.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정말로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키워 애초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정말이지 ‘신동’이라는 수식에 어울리는 인물이 되는 거죠. 역사는 그러한 인물들이 이끌어가는 걸 겁니다.
 

▲ 초등학교 진학 이후 출전한 대회마다 우승행진을 하고 있는 유빈이. 사진은 지난해 교보컵 대회 1-2학년부 우승 직후의 모습이다.

  본지는 ‘탁구신동’ 유빈이를 걱정 반 기대 반의 느낌으로 지켜봐왔는데, 위에 적었듯이 아주 어린 나이부터 너무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보통 선수들과는 다른 극복의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기술력이나 재능의 문제와는 다른 ‘신동만의 성장통’을 우려했다고 할까요? 물론 멋지게 극복해내고 훌륭한 선수로 커서 한국 여자탁구의 역사에 큰 획을 그어주길 바라면서 말이죠(기자는 유빈이가 해준 사인도 하나 가지고 있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유빈이가 보란 듯이 놀랄만한 사건을 하나 저질러버렸네요. 오늘 끝난 제45회 경기도 교육감기 겸 대통령기 시도탁구대회 경기도 선발전에서 당당 4관왕을 차지한 겁니다. 이제 갓 3학년(화산초등학교)이 된 유빈이는 이 대회에서 또래들과 겨루는 3-4학년부 단식은 물론 5-6학년 선배들과 함께 겨루는 오픈단식에서도 우승을 해버렸습니다. 단체전과 복식(파트너 유한나는 5학년) 우승을 더해 모두 네 개의 우승트로피를 획득한 거죠.

  이 대회는 지역대회라고는 하지만 경기도가 워낙 탁구저변이 두터운 지역이라 단체전만도 10개 팀이 출전한 쉽지 않은 대회입니다. 조금 과장한다면 전국대회의 바로미터로 볼 수도 있을 만큼 경쟁률 또한 치열한 무대죠. 그런 대회에서 갓 아홉 살이 된 막내가 최고 학년들을 모두 꺾고 우승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입니다. 출전한 종목 모두를 석권했으니 그야말로 왜 주위에서 ‘신동’이라는 수식을 붙이는 건지를 실력으로 증명한 셈이 되나요?
 

▲ 일찍부터 신동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유빈이. 여섯 살 무렵 월간 탁구도 유빈이의 ‘탁구’를 취재했었다.
▲ 역시 탁구선수로 활약하는 언니 신수정과 함께.
 

  다들 잘 아시겠지만 유빈이는 실업팀 선수 출신 신수현 씨의 딸입니다. 유빈이가 일찍부터 라켓을 잡은 것도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언급했던 ‘성장통’을 적절히 차단하고 치료해줄 수 있는 보호자가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일 겁니다. 유빈이는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아빠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또 한 번 라켓을 잡는데, 조금은 위압감을 느낄 수도 있는 학교에서의 훈련과는 다르게 라켓을 쥐고 아빠와 노는 시간이라네요. 아빠는 유빈이가 워낙 탁구를 좋아하는데 그런 애정이 떨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탁구로 쌓일 수도 있는 스트레스를 탁구로 풀어주는 아빠의 지혜가 어쩌면 유빈이가 기대대로 아니, 기대보다 빠르게 흔들리지 않는 성장을 거듭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빈이 아빠 신수현 씨는 방금 전 통화에서 “지난 겨울 동안 전지훈련을 가서 언니들에게 지는 경험을 하고 온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늘 또래들에게 이기기만 하면서 지는 것을 못 견뎌 했는데, 선배들과의 전지훈련에서 누구한테든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노력하기 시작”한 것이 올 첫 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이유라는 겁니다. 역시 늘 이기기만 바라지 않고 훗날을 내다보는 아빠의 시선이 느껴지는 분석이죠?

  유빈이의 기술력은 출중합니다. 또래보다 큰 키에 힘도 좋습니다. 유빈이가 날리는 드라이브는 남자 6학년 선수들도 쉽게 받지 못할 만큼 많은 회전이 걸린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게다가 승부근성까지 투철하죠.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또래들과의 시합에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패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기자는 유빈이가 지는 법을 몰라 걱정이었는데, 이번 대회 우승에 대한 이유를 ‘질 줄 알게 된 것’에서 찾는 아빠의 변을 들으면서 이 어린 ‘천재’의 앞날에 더 많은 기대를 걸게 되는군요.

  성장통은 누구나 겪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자기가 가진 깜냥의 그릇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채워나갈 미래가 결정되는 걸 겁니다. 탁구신동으로 일찍부터 칭송받으며 자라나 결국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냈던 ‘유승민’ 같은 경우는 바람직한 예가 되지 않을까요? 일본의 탁구신동에서 현재 일본 탁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아이짱’도 떠오르고요. 유빈이도 더욱 멋진 성장을 거듭해서 훗날 어른들이 나눴던 대화를 흐뭇하게, 그러면서도 조금은 쑥스럽게 되새기게 되면 좋겠군요. 그것이 바로 유빈이의 전승 우승소식을 들으면서 더핑퐁 사이트에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입니다.

  이제 며칠 뒤면 충북 단양에서 전국 초등학교 탁구대회(23일~26일)가 열리는데 ‘탁구신동’ 신유빈의 활약상을 어쩌면 다시 한 번 기록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경기도 대회를 직접 취재하지 못해 남기지 못하는 생생한 사진은 그 때의 것으로 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 결국 또 우승한 유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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