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이벤트 싹쓸이, 올림픽만 남긴 ‘슈퍼맨’

핑퐁 몬스터! 슈퍼맨! 한 대회가 끝날 때마다 최고의 수식이 따라붙는 마롱(중국)은 현재 남자탁구 세계랭킹 1위다. 기량으로도 성적으로도 의심할 수 없는 세계 최강자다. 특히 마롱은 올 한 해 명성에 걸맞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4월 자국에서 개최된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개인단식 세계선수권자가 된 마롱은 10월 할름스타드 남자탁구월드컵과 12월 리스본 그랜드파이널스도 우승하며 올해 개최된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다. 마롱에게 남아있는 탁구 메이저이벤트 타이틀은 이제 올림픽 개인단식 뿐이다.

마롱이 올해 메이저대회에서만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게 아니었다. 2월 ITTF 월드투어 쿠웨이트오픈을 시작으로 올해만 총 9회의 국제대회에 참가했는데, 그 중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6월의 일본오픈에서 자국팀 동료 샹쿤에게 1대 4(8-11, 7-11, 7-11, 11-5, 8-11)로 패해 16강에서 탈락하기까지 국제무대에서만 무려 18연승을 질주했다. 그 기간 동안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지커(세계5위)를 포함, 판젠동(세계2위), 쉬신(세계3위) 등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모두 그의 날카로운 공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세계 최강의 ‘탁구 괴물’ 마롱의 2015년을 정리해본다.
 

▲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개인단식 선수권을 획득했다. 사진 월간탁구DB.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4월 26일부터 5월 3일까지 중국 쑤저우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에서 치러진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4강전에서 판젠동을 4대 1(11-1, 11-7, 11-8, 7-11, 11-5)로 꺾은 다음, 최종 승부에서 팡보에게 4대 2(11-7, 7-11, 11-4, 11-8, 11-13, 11-4) 승리를 거둬 챔피언이 됐다. 준우승자 팡보는 16강전과 4강전에서 당시 세계2위 쉬신과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챔피언인 장지커를 차례로 이기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마롱만큼은 넘지 못했다.

이 우승으로 마롱은 2009년 요코하마대회부터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4강 탈락 징크스를 뛰어넘었다. 은퇴한 왕하오에게 고전하며 매번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마롱은 ‘천적’이 물러나자 거칠 것 없는 왕자가 된 셈이다. 또한 마롱은 이 우승을 더해 세계선수권대회 3개 종목을 석권하는 기록을 쌓았다. 단체전은 첫 출전이었던 2006년 브레멘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도쿄대회까지 5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고, 개인복식은 2011년 로테르담대회에서 쉬신과 호흡을 맞춰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복식 금메달리스트 마린-첸치 조를 결승전에서 꺾고 우승했다. 마롱이 세계선수권에서 아직 왕좌에 오르지 않은 종목은 이제 혼합복식 하나뿐이다.
 

▲ 남자탁구 월드컵도 마롱이 접수했다. 압도적인 경기력이 화제를 모았다. 사진 flickr.com

할름스타드 2015 남자탁구 월드컵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치러진 2015 남자탁구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당시 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던 유럽 최고 선수 디미트리 옵챠로프(독일, 세계4위)와 만난 준결승전에서 4대 0(11-4, 11-2, 11-7, 11-4), 판젠동을 상대한 결승전에서도 4대 0(11-7,11-6,11-8,11-8)의 완승을 거뒀다.

이 대회에서는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롱의 경기력이 화제가 됐다. 우승하기까지 모두 4경기를 이겼는데, 그 중에서 마롱이 상대에게 내준 게임은 단 ‘1’에 불과했다. 이집트의 복병 오마 아싸르를 상대한 16강전에서 4대 1(10-12, 11-9. 11-7, 11-5, 11-8)로 승리한 마롱은, 8강전에서는 유럽 강호 중 하나인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마저도 4대 0(12-10, 11-4, 11-6, 11-6)으로 돌려세웠다. 결과적으로 마롱은 채 몸이 덜 풀렸던 첫 경기 첫 게임만 패했을 뿐 이후 무려 16게임을 연속으로 승리하는 ‘괴물’ 같은 활약으로 최종 승자가 된 것이다. 월드컵이 각 대륙 최강자들만 나오는 대회라는 것을 감안하면 마롱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2년 리버풀 월드컵도 석권했었던 마롱에게 이 대회 우승은 개인 통산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였다.
 

▲ 그랜드파이널스도 최종 우승자는 마롱이었다. 완벽한 한 해의 마무리였다. 사진 flickr.com

리스본 2015 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5 그랜드파이널스도 최종 우승자는 마롱이었다. 결승전에서 또 만난 판젠동과 풀-게임 접전을 벌여 4대 3(12-10, 12-10, 11-13, 7-11, 7-11, 11-8, 11-9)​으로 이기고 우승했다.

그랜드파이널스는 한 해 동안 치러진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를 총 결산하는 무대다. 마롱은 올해 치러진 월드투어에서 슈퍼시리즈만 3개 대회(쿠웨이트, 독일, 청두 중국오픈)를 우승하며 맹활약했다. 쿠웨이트와 중국에서는 두 번 다 결승전에서 쉬신을 꺾었다. 쿠웨이트에서 4대 1(13-11, 3-11, 11-1, 11-7, 11-9), 청두에서도 4대 1(13-15, 11-4, 11-7, 12-10, 11-9)로 이겼다. 독일오픈 결승전에서는 장지커와 접전을 벌여 4대 3(11-9, 7-11, 8-11, 14-16, 11-6, 14-12, 11-8)으로 이겼다. 슈퍼시리즈만 세 번이나 우승한 마롱이 그랜드파이널 톱 시드권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결국 우승으로 결말을 장식했다.

마롱은 ​이 우승으로 역대 그랜드파이널스 최다우승자가 됐다. 이전까지는 3회 우승으로 은퇴한 왕리친과 동률이었지만, 결국 단독 1위가 됐다. 마롱은 2008년, 2009년 중국 마카오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2011년 영국 런던대회에서도 우승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올해 대회에서 네 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최다 우승고지에 도달했다.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였던 그랜드파이널은 마롱에게 각별한 ‘유종의 미’도 선사한 대회가 됐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 이어 한 해 동안 치러진 메이저대회를 모두 휩쓸며 ‘마롱 천하’를 완성했다.
 

▲ 마롱의 ‘무적 질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새해에는 올림픽이 열린다. 사진 월간탁구DB.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마롱은 2015년 국제무대에서 총 35경기에 나서 32승 3패를 기록했다. 승률 91.43%의 무시무시한 성적이었다. 게다가 3패 중 마롱이 직접 시합에 나서 진 경기는 일본오픈 16강전에서 샹쿤에게 허용한 일격(1대 4 패)이 유일했다. 나머지 2패는 모두 부상으로 기권한 승부였다. 태국에서 치러진 파타야 2015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단식은 자국 내 프로리그인 중국슈퍼리그 기간 중 당했던 허리부상의 재발로, 폴란드오픈에서는 직전에 참가했던 할름스타드 월드컵 우승 세리모니 도중 뜻밖의 부상을 입어 기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국 후배에게 방심하다 리듬을 놓쳤던 단 한 번의 ‘실수’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롱은 2015년 한 해 동안 ‘무적의 질주’를 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지 않는’ 마롱, 그의 승리 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새해인 2016년은 마롱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메이저 이벤트인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올림픽 금메달은 신이 점지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 무적의 ‘핑퐁 몬스터’ 앞에서도 그 말이 통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2015년은 이제 딱 이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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