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름스타드 2015 남자월드컵 결승에서 판젠동 꺾어

세계최강자 마롱(중국)이 올해 남자탁구월드컵도 접수했다.

마롱은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18일 막 내린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자국 후배 판젠동(중국)에게 4대 0(11-7, 11-6, 11-8, 11-8) 완승을 거두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4강전에서 유럽 최고선수 디미트리 옵챠로프(독일)에게 거둔 4대 0(11-4, 11-2, 11-7, 11-4) 승리와 더불어 최종 승부에서 거푸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2년 전 리버풀 대회도 우승했었던 마롱은 이로써 2년 만에 월드컵 정상을 탈환했다. 5월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 우승에 이어 올해에만 2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석권하며 최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 마롱이 올해 남자월드컵도 우승하며 최강자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사진 flickr.com.

마롱의 우승행진은 지난 2011년 장지커와 똑같은 페이스다. 당시 장지커는 2011년 로테르담 세계탁구선수권 우승 이후 같은 해 파리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롱이 2011년의 장지커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우려면 내년에 개최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우승이 남아있는 셈이다. 만약 올해 연말에 있을 그랜드파이널스마저 우승하고 올림픽까지 제패한다면 전무후무한 4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반면 준우승자 판젠동은 또 다시 선배의 벽에 막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놓쳤다. 판젠동의 패배가 아이러니한 이유는 올해 자국 내에서는 마롱을 상대로 판젠동이 전승을 거두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쑤저우 세계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판젠동이 이겼고, 중국슈퍼리그(CTTSL)에서 있었던 3번의 맞대결도 승자는 모두 판젠동이었다. 슈퍼리그 마지막 결승전에서 판젠동의 빠이(Bayi)는 마롱의 소속팀 닝보(Ningbo)에 2대 3으로 패해 우승을 놓쳤지만, 판젠동만큼은 마롱에게 3대 2(4-11, 11-7, 11-6, 7-11, 7-3) 승리를 거뒀다.

아직 18세 소년인 판젠동의 여린 감성이 국제무대에서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는 걸까. ‘국내 무적’ 판젠동은 국제대회에서는 마롱을 상대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전패를 기록 중이다. 판젠동은 이번 대회 전까지 마롱을 상대로 국제대회 4전 전패를 기록 중이었다. 가장 최근인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4강전에서 마롱을 만나 고비를 넘지 못했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또 다시 패하면서 마롱 상대 국제무대 역대 전적 5전 전패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판젠동이 언제 자국 내에서의 승부처럼 국제무대에서도 최강자 마롱을 넘어설 수 있을지의 여부는 세계 탁구팬들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 언제 이길까? 또 다시 마롱의 벽을 넘지 못한 판젠동이다. 사진 flickr.com.

세계랭킹 1위로 이번 대회 최고시드권자였던 마롱은 우승하기까지 총 4경기를 이겼다. 스코어를 잠시 살펴보면, 첫 경기였던 오마 아싸르(이집트)와의 16강전만 4대 1(10-12, 11-9, 11-7, 11-5, 11-8)로 이겼고, 나머지 세 경기는 모두 4대 0 완승이었다. 유럽 최고 선수 반열에 올라선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도 8강전에서 4대 0(12-10, 11-4, 11-6, 11-6)으로 돌려세웠다. 옵챠로프도 판젠동도 마롱에게는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마롱은 몸이 덜 풀린 첫 매치 첫 게임만 패했을 뿐 이후에는 무려 16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친 셈이다.

마롱 - “올해는 성적 면에서 최고의 한 해다. 나는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그 우승은 나에게 큰 자신감과 행복을 줬다. 이번 대회 우승은 더욱 만족스럽다. 영국에서 우승할 때는 그룹예선 한 경기를 패했었지만 이번에는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ITTF 인터뷰 내용 中)

마롱과 판젠동의 마지막 결승전은 첫 게임을 11-7로 먼저 따낸 마롱이 남은 세 게임도 연속으로 따낸 일방적인 승부였다. 판젠동은 서로 1점씩 주고받으며 힘의 균형을 유지해나가다, 후반부에 연속 실점으로 급격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첫 게임에서는 7-7까지 경기를 잘 이끌다 연속 4실점하며 패했고, 마지막 4게임 역시 8-8까지는 잘 따라붙었지만 연속 3실점하며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 3-4위전에서는 옵챠로프가 까다로운 상대 미즈타니 준을 이기고 3위에 올랐다. 사진 flickr.com.

한편 결승전에 앞서 치러진 3-4위 결정전에서는 디미트리 옵챠로프가 미즈타니 준(일본)을 4대 2(11-9, 9-11, 11-9, 7-11, 11-9, 11-9)로 꺾고 3위에 올랐다. 옵챠로프는 올해 예카테린부르크 유럽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유럽챔피언이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중국의 장지커, 왕하오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도 비록 4강에서 마롱에 패했지만 까다로운 상대인 미즈타니 준을 이기고 만족스런 결과를 냈다. 옵챠로프는 국제무대에서 이번 대회 전까지 미즈타니에게 4승 10패의 열세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중국슈퍼리그, 유럽탁구챔피언스리그, 유럽선수권으로 이어진 강행군 속에 체력까지 바닥난 상황에서 일궈낸 성적이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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