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그랜드파이널스 역대 최다우승자 등극

올해 ITTF 월드투어를 결산한 2015 리스본 그랜드파이널스 남자단식 우승자는 결국 마롱이었다. 쑤저우 세계선수권, 할름스타드 월드컵에 이어 올해 메이저대회를 모조리 휩쓸었다.

마롱은 4강전에서 장지커(세계5위)를 4대 2(11-5, 11-5, 8-11, 12-14, 11-7, 11-8)로, 결승전에서는 판젠동(세계2위)을 4대 3(12-10, 12-10, 11-13, 7-11, 7-11, 11-8, 11-9)으로 꺾었다. 자국의 강력한 라이벌들 사이에서도 세계랭킹 1위다운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의 TOP4인 마롱, 판젠동, 쉬신(세계3위), 장지커가 모두 출전했다. 그들이 4강을 독식하며 ‘중국불패’를 완성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 입장에서는 맥 빠지는 결과였지만, 선수들 간의 경쟁만 놓고 보면 판젠동과 쉬신, 마롱과 장지커의 4강전, 그리고 마롱과 판젠동의 결승전 등등 숨 막히는 라이벌전이 연속된 대회였다.
 

▲ 마롱이 올 시즌 그랜드파이널스마저도 석권했다. 현존 세계 최강자다. 사진 flickr.com

TOP4 중에서도 현재 세계 1, 2, 3위에 랭크돼 있는 마롱, 판젠동, 쉬신은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이 유력시 되는 선수들이다. 아직까지 개인단식 출전 선수 2명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매 경기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시즌 마지막 경쟁에서도 최종 승자의 자리에 오른 마롱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결승전은 스코어가 말해주듯 대단한 접전이었다. 마롱은 1, 2게임을 똑같이 듀스접전 끝에 12-10으로 승리하며 2대 0으로 앞서갔지만, 다시 듀스접전이 벌어진 3게임을 11-13으로 내주며 2대 1로 쫓겼다. 3게임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판젠동에게 4, 5게임을 연속해서 내주고 2대 3 역전까지 허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흐름상으로는 판젠동의 4대 2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롱의 저력은 무서웠다. 6게임을 11-8로 따내 3대 3 동점을 만들었고, 마지막 7게임마저 11-9로 승리하며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 판젠동이 이기는 날은 언제일까? 마롱에게만 패하는 판젠동. 사진 flickr.com

판젠동으로서는 마지막 7게임이 매우 아쉬웠다. 경기 초반 6-2까지 앞서나가며 승리를 목전에 둔 듯 했지만 마롱의 뒷심에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9-11로 패하고 말았다. 역시 결승대결을 벌였던 할름스타드 남자탁구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마롱의 벽을 넘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첫 우승은 물론 마롱 상대 국제대회 첫 승의 기회도 안타깝게 날아갔다.

마롱 - “우리는 무척 힘든 경기를 했다. 둘 다 감각이 최고는 아니었고, 둘 다 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했다. 3게임에서 11-10으로 앞섰을 때, 게임을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앞선 1, 2게임처럼 잘 처리하지 못했다.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든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 때는 1, 2점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소극적이 된다. 마지막 게임에서 처음 몇 점은 괜찮았지만 판젠동 또한 잘했다. 2-6으로 뒤지고 있을 때 전술에 대해 너무 생각하기보다 원래 계획했던 전략에 집중했다. 나는 포인트마다 전략을 바꾸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 자신에게 싸워야한다는 말만 할뿐이다.” (ITTF 인터뷰 내용 中)

잘 알려진 대로 마롱은 이전까지 판젠동을 상대로 국제대회에서 총 5번의 맞대결을 펼쳐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승리로 판젠동 상대 국제무대 6전 전승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두 선수는 특히 올해에만 국제무대에서 네 번의 맞대결을 벌였다. 월드투어 슈퍼시리즈였던 쿠웨이트오픈 4강전, 쑤저우 세계선수권대회 4강전, 그리고 두 번 다 결승에서 맞붙은 할름스타드 월드컵과 이번 그랜드파이널스였다.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부터 연속된 메이저대회를 마롱이 모두 우승했고, ‘무서운 10대’ 판젠동은 마롱에게만 패하고 있다. 자국 내 승부에서는 판젠동이 강세를 보인다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아직은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판젠동이 마롱을 넘을 수 있는 시기를 점쳐보는 것도 세계 탁구팬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 마롱은 이번 우승으로 그랜드파이널스 역대 최다 우승자가 됐다. 사진 flickr.com

하지만 그 시기가 쉽게는 오지 않을 전망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마롱의 현재는 단연 ‘세계 최강’이다. 마롱의 존재감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롱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역대 그랜드파이널스 최다우승자가 됐다. 이전까지는 3회 우승으로 은퇴한 왕리친과 동률이었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단독1위에 올랐다. 마롱은 2008년, 2009년 중국 마카오대회에서 연속 우승했고, 2011년 영국 런던대회에서도 우승했다. 그리고 올해 대회에서 네 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최다 우승고지에 도달했다. 어쩌면 마롱이 누구에게 패하느냐보다 이 ‘세계 최강자’가 앞으로 어떤 기록들을 만들어가게 될지를 예상해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이지도 모른다. 마롱은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마롱 - “왕리친을 뛰어넘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는 매우 존경받는 선수였다.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지 않는다. 단지 최선을 다해 경기할 뿐이다.” (ITTF 인터뷰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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