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코치 강문수, 선수 김완, 박창익, 안재형, 박지현, 유남규!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막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주인공들이다. 당시 대회에서 한국 남자대표팀은 3인 9단식으로 치러진 단체전에서 마지막 9단식까지 가는 혈전 끝에 중국을 꺾고 감동의 승리를 일궈냈었다. 마지막 9단식에서 상대 후이준과 벌인 풀게임 접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코트에 벌렁 누워버리던 안재형의 모습은 아직도 한국탁구사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는 기억이다. 누워버린 그에게 달려가 함께 엎어졌던 당시 대표팀 코치가 바로 현재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강문수 총감독이다.
 

▲ (태릉=안성호 기자)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왼쪽부터 박지현, 유남규, 강문수, 김완, 박창익, 안재형. 배경으로 보이는 메달리스트들의 사진도 새삼스럽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단체 결승전에선 부진했지만 개인전에서의 맹활약으로 일약 아시안게임 MVP로 떠올랐던 유남규도 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승부를 마감하고 코트에 누워버렸던 안재형도 있고, 그와 함께 복식에서 동메달을 땄던 박창익도 있다. 단체전에서 한국팀의 보루 역할을 해냈던 김완과 항상 차분한 뒷바라지를 도맡았던 박지현, 그리고 그들을 모두 이끌었던 코치 강문수까지.

이들이 다시 뭉친 것은 물론 선수로서가 아니다. 이제는 모두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실업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가 된 인물들이다. 이들의 뜻 깊은 조우는 실업탁구연맹의 임원들이 쑤저우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20일, 태릉선수촌 승리관을 방문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86년 대표팀을 이끌었던 강문수 당시 코치는 현재 대표팀 총감독을 맡아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고, 안재형 당시 선수는 남자대표팀, 박지현 당시 선수는 여자대표팀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단양군청 탁구단을 이끌며 현 대한탁구협회 경기이사를 맡고 있기도 한 박창익 감독은 실업탁구연맹 총무이사로, 전임 대표팀 감독이기도 했던 유남규 현 S-OIL 감독은 실업탁구연맹 전무이사로, 김완 현 부천시청 감독은 실업탁구연맹 섭외이사로 태릉을 찾았다.
 

▲ 86년 아시안게임은 80년대 한국탁구 전성기의 시발점이었다. 누워버린 안재형과 강문수 코치. 그리고 그 아래는 여자대표팀 '환상의 복식조'로 활약했던 양영자-현정화.

자주 만나는 사이들이지만 출정을 앞두고 긴장감이 흐르는 태릉에서의 만남은 각별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는 일이다. 80년대 후반 한국탁구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던 이들은 새삼스레 손을 맞잡으며 감회에 젖었다. 그리고 함께 모여 불끈 주먹을 쥐어보였다. 이들이 함께 외친 ‘파이팅’에 과거의 동지들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 현재의 태극전사들이 과거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감동의 투혼으로 한국탁구 전성기를 다시 열어주길 바라는 희망이 가득했음은 물론이다.

쑤저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8일간 열린다. 한국대표단은 대회 개막 3일 전인 23일 현지로 출국한다. 격전을 앞둔 후배선수들이 '우승 맛'이 뭔지를 아는 대선배들의 기를 몸 속 깊이 새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쑤저우에서 멋진 승부를 펼쳐주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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