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열전> 개 VS 고양이

일인 가구가 늘고 가족의 단위가 점점 작아지면서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존재로 ‘반려동물’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도마뱀이나 새, 곤충 등 색다른 동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와 고양이야말로 오랫동안 인간의 곁을 지켜온 가장 친근한 동물들이다. 그런 친근함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충성스런 인간의 친구, 개

 

개는 인류가 길들인 최초의 동물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개의 유골을 근거로 인간이 개를 길들이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1만 4천 년 전의 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개를 길러온 만큼 애견 단체에서 인정하는 품종만 약 300여 종에 달한다. 개가 진화한 과정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했지만 최근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국 늑대가 모든 개의 조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흥미로운 것은 늑대, 코요테, 자칼 등과의 교잡을 통해 번식력이 있는 새로운 잡종 2세가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들과 개가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관계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는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 야생성을 거의 잃어버렸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예민한 후각과 청각 그리고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어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살아왔다.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보호자가 되거나, 가축의 몰이꾼이자 수호자가 되어주기도 했으며, 사냥터나 전쟁터에서는 훌륭한 전우의 역할까지 도맡아 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농경 생활이 시작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개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20세기 이후 향상된 과학 기술이 인간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도맡으면서 사람들은 개를 대하는 사고방식 그 자체를 바꾸게 된다. 개의 예민한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각장애인 안내, 마약과 폭발물 탐지 등의 일에는 아직도 개가 활용되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개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가족, 친구로서의 역할이다. 

개가 오늘날과 같이 널리 가정에서 키워지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개집을 따로 만들어 마당에서 기르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주거환경이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으로 변하고 개에게 반려동물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집안으로 들여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러 반려동물 중에서도 개는 인간과 가장 교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말, 몸짓, 눈짓, 손짓 등이 주는 신호의 의미를 알아챌 수 있으며 개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와 마주치면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인간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면이 친근감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요인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개가 인간에게 귀속되었다고 느끼는 것처럼 인간 또한 개에게 의지가 되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유대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독립적이고 섬세한 친구, 고양이

고양이는 약 5천 년 전의 고대 이집트인들이 쥐로부터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동양에 고양이가 알려진 것은 그 한참 이후의 일로 추측되는데 12간지에 고양이가 포함되지 않는 것도 그것이 만들어질 시기에는 고양이가 동양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동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고양이가 처음 들어온 것이 10세기 전, 중국을 통한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리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 같지는 않아 보인다. 

 

주인과 수직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충성심을 보이는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주인을 동등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한다. 개는 가능하면 인간과 함께 있으려고 하지만 고양이는 인간과 유대감을 나누다가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슬며시 자리를 피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개는 사람을 만나면 도망가거나 짖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고양이는 멈칫하며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소리 없이 움직이며 동태를 살핀다. 또한, 낯선 고양이를 큰 소리로 내쫓았다가는 다음 날 대문 앞에 놓여있는 죽은 쥐를 만나 혼비백산할 수도 있다. 이런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고양이는 오랫동안 많은 오해를 받아왔다. 마녀사냥이 한창이던 중세 유럽에서는 고양이가 마녀의 부하라는 속설 때문에 산채로 불태워지거나 강물에 던져지곤 했고, 동양에서도 고양이를 이용해 주술을 걸 수 있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꺼리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고양이의 행동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런 오해들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고양이의 경계심이 유별난 것은 독립생활이 익숙해 스스로 주위 환경을 두루 살펴야 하기 때문이고, 작은 동물을 잡아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뇌물을 주거나, 친절했던 사람에게 사례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루의 12~18시간을 잠자는 게으른 동물 같지만, 이는 포식자를 경계해 얕고 길게 자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개처럼 주인에게 붙임성 좋게 굴며 절대복종하지는 않아도 개와 똑같이 주인에게 애정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곁을 잘 내주지 않기 때문에 차갑고 건방지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겁도 많고, 정도 많은 섬세한 동물이다.


좋은 반려동물의 기준

반려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에게 개와 고양이는 가장 인기가 좋은 동물이다. 그리고 인기가 좋은 만큼 개와 고양이의 다양한 크기와 능력, 성격 등을 고려해 어떤 품종을 기를지 고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렇듯 동물의 품종과 혈통의 순수성을 따지는 일에 대해서는 점점 비판적인 분위기다. 개와 고양이의 품종을 따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되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개는 그저 큰 개와 작은 개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고양이를 품종에 따라 구분하기 시작한 것 역시 백 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품종과 혈통에 집착한 나머지 동물들을 근친 교배까지 시켜가며 외형적 개성이 극대화된 동물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왔고 결국 유전적 질병을 가진 품종까지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개 중에서 인기 있는 품종인 ‘불도그’의 경우는 코가 점점 납작해져 숨을 잘 쉬지 못할 뿐 아니라 머리가 너무 커져 제왕 절개만을 통해 새끼를 낳을 수 있고, ‘골든 리트리버’의 60%는 암으로 죽음을 맞으며, ‘킹 찰스 스패니얼’의 3분의 1은 뇌에 비해 작은 두개골을 가지고 태어난다. 고양이 중에는 귀가 접히는 ‘스코티쉬 폴드’가 대표적인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데 관절이 닳거나 뼈가 뻣뻣해지는 관절 질환을 가지고 있어 평생 관리를 해줘야 한다. 결국, 가장 건강한 개와 고양이는 순수한 품종을 지키기 위해 비슷한 형질의 동물과 교배하여 태어난 ‘순종’이 아니라 다양한 형질의 동물들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라는 이야기다.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 중에는 동물의 혈통에 집착하고 자신의 미적 감각에 부합하는 동물만 선택해 기르려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반려동물과 만나면 제일 먼저 품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친구를 사귈 때 집안을 살피고, 외모를 따져서 사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내 곁에 평생 있어 줄 반려동물을 고르는 기준이 혈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그 동물이 내게 반려가 되어주는 것처럼 나 역시 동물의 반려가 되어주는 일이다. 반려동물을 돌보고 끝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용기와 책임감만이 동물을 선택하고 기르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월간탁구 2016년 11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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