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쿠알라룸푸르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역시’ 그리고 ‘또’ 주세혁이었다.

오랫동안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 에이스 역할을 맡아온 ‘수호신’ 주세혁(삼성생명)이 이번 세계대회에서도 변함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3월 2일 치러진 홍콩과의 예선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홀로 2개 매치를 책임지며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노장 주세혁의 활약 속에 한국은 D그룹 1위를 확정짓고 본선 8강에 직행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한국남자팀이 홍콩을 꺾고 본선 8강에 직행하게 됐다. 주세혁이 팀 승리를 확정 짓자 환호하는 한국 벤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2016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예선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국남자팀은 홍콩과 피할 수 없는 일전에 돌입했다. 4전 4승 1위 한국과 3승 1패 2위 홍콩의 맞대결은 D그룹의 ‘수위 결정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중요한 승부를 대비해 한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기운영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상수(삼성생명)를 선봉, 3단식에만 두 번 출전했던 주세혁을 2번 주자로 내세운 것. 3단식 주자는 한국의 ‘톱랭커’ 정영식(KDB대우증권)이 맡았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이상수가 웡춘팅에게 완패하며 1단식을 내줬다. 이상수의 망연자실한 표정.

이상수의 1단식 상대는 웡춘팅. 오른손 펜홀더 이면타법의 웡춘팅(세계12위)은 2015년 급부상한 홍콩의 에이스다. 우리나라에도 작년 파타야 아시아선수권 단식에서 장지커(중국)를 꺾고 기세를 올렸던 장우진(KDB대우증권)을 8강에서 완파해 찬물을 끼얹었던 장본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수가 상대전적 4승 2패로 앞서 있으나 웡춘팅의 실력이 만개한 가장 최근 2015년 체코오픈에선 오히려 3대 4로 패했었다.

웡춘팅의 기세는 실제로도 대단했다. 웡춘팅의 빠르고 강력한 공격에 선제를 뺏긴 이상수는 특유의 ‘닥공’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했다. 리시브에서도 잦은 범실을 보이는 등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모습이었다. 결국 1게임을 이기고도 1대 3의 역전패를 당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역시' '또' 주세혁! 홀로 2, 4단식을 책임지며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한국의 전략이 초반부터 어그러지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홍콩으로 기운 듯했다. 그러나 한국의 영원한 ‘보루’ 주세혁이 바로 2단식을 가져오며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베테랑 주세혁은 만 19세의 신예 호콴킷을 그야 말로 '아기 다루듯' 가지고 놀았다. 수비로 농락하고 공격으로 기를 꺾었다. 3대 0, 완승. 매 게임 하프스코어도 안 되는 실점(5, 2, 3)이 얼마나 일방적인 경기였는지를 잘 보여줬다.

이어진 3단식에선 예선리그 대부분 ‘선봉’에 섰으나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던 정영식이 출전했다. 불안한 모습은 여전했다. 1단식을 먼저 가져오고도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보이며 탕펭에게 2, 3게임을 모두 내줬다. 그래도 정영식의 장점인 ‘끈기’와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듀스접전 끝에 4단식을 15-13으로 가져온 정영식이 마지막 5게임마저 승리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홍콩의 베테랑 탕펭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자신감을 회복했다. 팀 승리를 견인했다는 점에서 박수 받아 마땅한 1승이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끈기'의 정영식이 베테랑 탕펭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또’ 주세혁이 나섰다. 주세혁의 4단식 상대는 최절정의 웡춘팅. 웡춘팅의 상승세는 여전히 무서웠다. 강력한 펜홀더 포어핸드 연타에 주세혁의 수비벽마저 힘없이 뚫리며 1게임을 6-11로 내줬다. 그러나 백전노장 주세혁의 빠른 ‘적응력’과 ‘노련미’가 더 튼튼했다. 2게임부터 상대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내기 시작했고 전매특허 ‘포어핸드 역습’도 살아났다. 치열한 공방 속에 풀-게임접전을 벌였지만 최후까지 자신의 흐름을 지킨 관록의 주세혁이 상승세의 웡춘팅을 결국 잠재웠다. 마지막 5게임은 체력까지 우위를 보이며 11-4의 완승.

최종스코어 3대 1, 한국의 기분 좋은 역전승이었다. 홀로 2개 매치를 잡아준 주세혁의 활약 속에 한국은 홍콩을 꺾고 D그룹 1위를 확정지었다. 본선 8강 직행이라는 한국남자팀의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탁구를 '먹여 살린' 주인공은 '영건' 정영식, 이상수가 아닌 만 36세의 노장 주세혁이었다. 한국남자팀이 2년 전 도쿄세계대회에서 보인 문제점과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본선 진출 그 이상의 결과를 위해서는 후배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여전히 한국탁구를 이끄는 것은 주세혁이었다. 후배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어쨌든 쾌조의 5연승을 거둔 한국은 최선의 조건에서 본선을 맞이하게 됐다. 8강전에서는 조 2, 3위 간의 16강전 승자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본선에서 어떤 상대들을 만나게 될지는 대진 추첨이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A그룹 1위 중국보다는 B그룹에서 독일을 따돌리고 1위를 확정한 프랑스 쪽 대진에 편성되는 것이 결승 진출에 한층 유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남자 8강전은 3월 4일 우리 시간으로 오후 3시부터 첫 경기가 예정돼 있다.

남자단체 D그룹 예선5라운드 결과

대한민국 3:1 홍콩

이상수 1(11-8, 9-11, 4-11, 11-13)3 웡춘팅
주세혁 3(11-5, 11-2, 11-3)0 호콴킷
정영식 3(11-8, 7-11, 7-11, 15-13, 11-8)2 탕펭
주세혁 3(6-11, 11-6, 15-13, 9-11, 11-4)2 웡춘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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