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ITTF 그랜드파이널스 여자개인단식

딩닝 - “나는 이전까지 4번이나 그랜드파이널스 단식 결승에 진출했었지만 4번 모두 패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결승 진출이었다. 경기 전 나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컸고, 마침내 숙원을 풀었다. 월드투어에 참가한 이래, 나는 매번 그랜드파이널스 출전 자격을 따냈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진정으로 결승에서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정말 행복하다.” (ITTF 인터뷰 내용 中)

‘break the curse’

딩닝(세계3위, 중국)은 ITTF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우승으로 숙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직역해서 ‘저주를 깼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강렬한 표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딩닝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그랜드파이널스에서만 무려 4회나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네 번 다 준우승에 그쳤었다. 출전만 하면 결승까지는 예약된 코스였지만 늘 마지막 결승전이 문제였다.

첫 출전이었던 2009년 마카오 대회에서 궈옌(은퇴)에게 3대 4(11-3, 9-11, 11-7, 4-11, 11-2, 11-13, 9-11) 역전패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런던, 2012년 항저우, 2013년 두바이대회에서는 세 번 연속 ‘숙적’ 류스원(세계1위, 중국)에게 져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 번도 우승하기 힘들다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두 번(2011 로테르담, 2015 쑤저우)이나 우승했지만 그랜드파이널스 우승만큼은 철저히 연이 닿지 않았다. 딩닝에게 그랜드파이널스가 “반드시 우승하고 싶은” 대회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난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올해 그랜드파이널스는 그랬던 딩닝의 ‘한풀이’ 대회가 됐다.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고 역대 그랜드파이널스 여자단식 우승자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4전 5기 끝에 결국 숙원을 풀어냈다. 혹은 ‘저주’를 깼다.
 

▲ 4전5기! 딩닝이 마침내 그랜드파이널스 첫 우승을 일궈냈다. 사진 flickr.com

딩닝은 4강전에서 현 세계2위 주위링(중국)을 4대 1(10-12, 13-11, 14-12, 11-5, 11-6)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서는 첸멍(세계8위, 중국)을 4대 2(13-11, 10-12, 11-7, 11-2, 9-11, 11-7)로 꺾었다. 다섯 번의 그랜드파이널스 결승전 동안 처음으로 일궈낸 감격스런 승리였다.

공교롭게도 딩닝이 4강전과 결승전에서 이긴 주위링과 첸멍은 쑤저우 세계대회 이후 참가한 월드투어인 중국오픈과 일본오픈에서 자신에게 차례로 패배를 안긴 선수들이었다. 이전까지 딩닝을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들이었지만 세계대회 이후 딩닝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딩닝의 패배는 쑤저우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입은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곤 했는데, 딩닝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그랜드파이널스에서 결국 우위를 확인했다.
 

▲ 준우승자 첸멍은 8강전에서 류스원을 이겨 딩닝의 우승에 공헌(?)했다. 사진 flickr.com

딩닝 - “첸멍과 나는 매년 여러 번 경기를 했다. 올해 중국오픈에서 주위링, 일본오픈에서 첸멍에게 지긴 했지만 그랜드파이널스는 달랐다. 이전 패배들은 생각지 않았고, 오늘 경기를 잘하기 위해 집중했다. 쑤저우 세계대회를 앞두고 첸멍과 나는 집중훈련을 함께했다. 쑤저우 대회는 8강전부터 모든 경기가 풀게임 접전이었기 때문에 힘들었는데, 훈련이 확실히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우리는 그랜드파이널스를 앞두고는 집중훈련을 못했다. 나는 가끔 아픈 것 때문에 시스템 훈련도 하지 못했다. 대회 참가 전에 겨우 1주일 연습한 게 전부였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나에게 육체적으로 더욱 큰 도전이었다.” (ITTF 인터뷰 내용 中)

첸멍과 딩닝의 결승전은 중반에 승부가 갈렸다. 초반 1, 2게임은 듀스 접전 끝에 한 게임씩 나눠 가지며 대등하게 출발했지만, 딩닝이 3, 4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다시 5게임을 9-11로 내줬지만 딩닝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6게임을 11-7로 마무리한 딩닝의 4대 2 승리로 경기는 끝났다.

준우승자 첸멍은 딩닝의 그랜드파이널스 첫 우승에 혁혁한 공헌을 한 셈이기도 했다. 결승전 패배도 패배지만 8강전에서 ‘그랜드파이널스 우승기계’ 류스원을 4대 1(11-3, 8-11, 11-7, 11-2, 11-5)로 이기는 활약을 펼쳤다. 만일 류스원이 또 결승에 올랐다면 딩닝의 그랜드파이널스 준우승 징크스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 4대 메이저이벤트 중 이제 올림픽 금메달만 남았다.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는 딩닝. flickr.com

어쨌든 딩닝은 이번 대회를 통해 4대 메이저이벤트(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그랜드파이널스) 중 올림픽을 제외한 3개 대회 개인단식 우승을 모두 기록하게 됐다. 세계선수권대회는 2011년 로테르담대회와 2015년 쑤저우대회에서 두 번, 여자탁구월드컵 역시 2011년 싱가포르대회와 2014년 린츠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했다. 감격스런 첫 우승을 일궈낸 이번 그랜드파이널스처럼 내년 리우올림픽 단식도 우승한다면 덩야핑, 왕난, 장이닝, 리샤오샤로 이어지는 4대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우승자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딩닝은 지난 런던올림픽 결승전에서 리샤오샤에게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었다. 끊이지 않는 도전으로 마침내 그랜드파이널스를 정복한 것처럼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향한 도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내년 올림픽에서는 역대 '여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딩닝의 모습을 보게 될지 전 세계 탁구팬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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