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5 아르헨티나오픈 전지희 우승, 양하은 준우승

아! 양하은!! 지난 쑤저우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챔피언에 등극하고 각종 오픈대회에서 활약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양하은(대한항공)의 올림픽 단식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20일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아르헨티나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목표했던 우승을 달성하지 못하며 막판 불꽃이 사그러드는 분위기다.

반면 최후까지 추격의 끈을 조여온 전지희(포스코에너지)는 10월 ITTF 세계랭킹에 따른 올림픽 대표 선발을 목전에 두고 극적인 역전에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양하은을 꺾고 우승했다. 둘이 함께 뛴 복식도 우승했다. 지난 벨기에오픈 우승으로 안정권에 들어선 서효원(렛츠런)과 함께 전지희가 한국대표로 올림픽 단식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 전지희가 양하은을 꺾고 아르헨티나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단식 출전경쟁에서 막판 역전극을 펼쳐가고 있다. 사진 flickr.com.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치러진 아르헨티나오픈에 한국은 전지희, 양하은, 김별님(포스코에너지) 세 명의 여자선수만 참가했다. 챌린지시리즈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 상위랭커들은 모두 빠지고 세계랭킹 100위권 밖 하위랭커들이 대거 참가했다. 양하은과 전지희는 여자단식 1, 2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3번 시드는 세계랭킹 165위의 타카하시 브루나(브라질)로, 사실상 양하은, 전지희 두 선수간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 대회였다. 실제로 두 선수는 본선 16강부터 준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4대 0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에서 결국 전지희가 양하은을 4대 0(11-7, 11-7, 12-10, 11-8)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별 이변 없이 한국선수간의 맞대결로 끝난 이번 대회에 국내팬들의 남다른 관심이 모였던 것은 바로 전지희, 양하은 두 선수의 치열한 올림픽 주전경쟁 때문이었다. 대한탁구협회는 10월에 발표되는 국제탁구연맹 세계랭킹으로 올림픽대표를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공표했었다. 현재 남자부 정영식(KDB대우증권), 주세혁, 이상수(이상 삼성생명) 여자부 서효원(렛츠런), 양하은, 전지희로 단체전 기준 올림픽 출전선수 자체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으나 문제는 상위 2명에게 주어질 단식 출전권이었다.

남자부는 상위 2명(정영식 14위, 주세혁 16위)과 이상수(20위)의 점수차이가 커 큰 변수가 없는 상황이나, 여자부는 세 선수간의 랭킹포인트 차가 추격권에 있어 막판까지 혼전을 빚었다. 그러다 지난 벨기에오픈에서 서효원이 상위랭커 펑티안웨이(7위)를 꺾고 우승하며 안정권에 들어섰고, 결국 남은 양하은과 전지희가 남은 한 장을 두고 2파전 양상을 띠게 됐다.
 

▲ 양하은이 전지희에게 0대 4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양하은은 9월 들어 전지희와의 월드투어 경쟁에서 계속 밀렸다. 사진 flickr.com.

9월 발표된 랭킹에선 15위 전지희가 13위 양하은에게 47포인트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전지희는 이 달 치러진 오스트리아오픈(메이저)과 벨기에오픈(챌린지)에서 양하은보다 높은 성적으로 선전했고, 이번 아르헨티나오픈에선 결승 맞대결을 승리하며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전지희는 아르헨티나오픈이 시작되기 전 이미 양하은을 사실상 역전했었다. 양하은은 두 번의 오픈대회에서 포인트 차이가 많이 나는 하위랭커들(오스트리아오픈 32강전 저우위한, 벨기에오픈 16강전 노스코바 야나)에게 패하며 점수를 크게 까먹었고, 전지희는 보다 높은 단계에서 상위랭커(오스트리아오픈 16강전 후쿠하라 아이)에게 패하거나 하위라도 포인트 차가 크지 않은 상대(벨기에오픈 8강전 최효주)에게 졌다. 단계별로 주어지는 보너스포인트에서도 양하은보다 한 단계씩 더 좋은 성적을 낸 전지희가 점수를 더 쌓았다. 게다가 이번 아르헨티나오픈이 전지희의 승리로 끝나면서 두 선수의 랭킹포인트는 뒤져있던 전지희가 오히려 약 40점 차로 앞서가는 상황이 됐다.

막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선수에게 남은 변수는 오는 23일 열리는 칠레오픈(챌린지)과 26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선수권이다. 전지희는 칠레오픈 단식과 복식(전지희-윤선애)에 출전한다. 이미 1번 시드를 받아놓은 전지희가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귀화기간으로 인해 선수권대회 대표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양하은은 월드투어 대신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강자들이 모두 나오는 이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두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랭킹발표를 앞두고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김별님이 21세이하 여자단식에서 우승하며 생애 첫 월드투어 우승을 이뤄냈다. 사진 flickr.com.

한편 이번 아르헨티나오픈에서 한국여자선수들은 각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가진 전지희, 양하은은 개인복식에선 함께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의 카미라 알구에레스-아나 코디나 조를 3대 0(11-7, 11-7, 11-4)으로 완파했다. 21세이하 여자단식에서도 김별님이 다카하시 브루나를 3대 1(11-8, 8-11, 11-8, 11-5)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생애 첫 월드투어 우승을 신고했다. 김별님은 오픈단식에서도 3위를 차지했는데, 참가한 세 선수가 전부 출전한 전 종목에서 입상에 성공한 셈이다. 대표 윤곽이 드러난 남자부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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