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이상수(삼성생명, 세계47위)가 옵챠로프(독일, 세계6위)를 잡았다. 중국 쑤저우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64강전에서 풀게임접전 끝에 4대 3(11-6, 11-9, 4-11, 8-11, 11-6, 3-11, 11-6)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이상수가 유럽 최강자 옵챠로프를 잡고 32강에 올랐다.

옵챠로프는 유럽 최강팀인 독일의 에이스다. 세계랭킹 6위로 이번 대회 6번 시드를 받았다. 다수의 유럽선수권을 획득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개인단식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 선수들 외에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장본인이다. 중진 드라이브를 주무기로 하는 전형적인 유럽형 탁구를 구사한다. 엄청난 파워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도 장기로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이변의 희생양이 된 옵챠로프다. 마지막 7게임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이상수가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바로 그 옵챠로프를 이상수가 이겼다. 개막 4일째인 29일 밤 치러진 대결에서 이상수는 특유의 반 박자 빠른 ‘이상수식 탁구’로 상대를 요리한 끝에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 옵챠로프가 힘으로 버텼지만 이상수의 스피드가 우위에 있었다. 초반 두 게임을 먼저 따낸 뒤 옵챠로프가 3, 4게임을 잡으며 추격했지만 이상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5게임을 잡고 다시 6게임을 내줬지만 강력한 근성으로 상대에게 기에서도 눌리지 않았다. 결국 ‘믿기지 않는 승리’를 풀게임접전으로 장식하며 드라마를 만들었다. 40위가 넘는 랭킹 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이 뜨거운 포효를 다시 보게 될 줄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상수는 “처음부터 어려운 상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세 번 싸웠는데 처음엔 0대 4, 다음엔 1대 4, 그 다음 3대 4로 졌었다. 모두 졌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고, 다시 만나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이기고 있다가 6게임을 져서 동점이 됐지만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실수를 하더라도 공격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고, 뜻대로 됐다. 오로지 승리만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 (쑤저우=안성호 기자) 이상수는 개인복식도 8강에 진출해있다. 경기 후 관중들의 사인요청이 쇄도했다.

강적을 잡고 32강에 오른 이상수는 16강 진출 전망도 밝다. 32강전에서 이집트의 오마르 사사르(세계41위)를 상대한다. 작년 체코오픈에서 이상수가 패한 적이 있고, 랭킹도 이상수보다 앞서 있지만 세계 최강자 중 한 명을 꺾은 기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이상수는 “뒤를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수의 남자단식 32강전은 개막 5일째인 4월 30일 열린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혼합복식에서 조기에 탈락한 아쉬움 때문일까. 이상수의 집중력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서현덕과 함께 뛰고 있는 개인복식도 8강에 진출해있다. 대회 중간 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돌풍의 주인공’ 이상수가 어떤 성과물들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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