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탁구 챔피언스리그 3라운드

  지난 9월 5일 1라운드 첫 경기를 시작한 2014/2015 유럽탁구챔피언스리그는 지난주 토요일(10월 11일) 3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유럽챔피언스리그 그룹별 경기는 각 팀 별 6경기씩 6라운드 경기 결과를 토대로 본선 진출 팀이 정해지는데, 각 팀 별로 정확하게 절반의 경기를 마무리 한 셈이다. 현재 유럽챔피언스리그에는 우리나라 선수 두 명이 참가하고 있다. 각각 폴란드팀 보고리아와 프랑스팀 헤네본의 주전으로 뛰고 있는 오상은(KDB대우증권)과 조언래(S-OIL)다. 그런데 보고리와와 헤네본 두 팀은 같은 조에서 그룹별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특기할 점이다. 보고리아와 헤네본은 독일의 강호 뒤셀도르프, 오스트리아팀 벨스와 D그룹에 함께 편성되어 8강 진출을 위한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 폴란드 소속 보고리아 에이스로 뛰고 있는 오상은이다. 사진 유럽탁구연맹(ETTU) 홈페이지.

  D그룹 최강팀은 독일의 티모 볼이 에이스로 뛰고 있는 뒤셀도르프로 지금까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만 4회 우승을 차지한 전통강호다. 2008/2009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는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 최고 클럽으로 군림했던 팀이다. 최근에는 뛰어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오렌부르크, UMMC 같은 러시아 클럽들에 밀려 그 존재감이 예전만 못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시즌에도 3라운드까지 3전 전승을 기록하며 조1위를 달리고 있다. 각 팀 별로 세 경기씩 남은 상황에서 뒤셀도르프가 조1위로 8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나머지 한 장의 본선티켓을 놓고 보고리아, 헤네본, 벨스 세 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주 토요일 있었던 폴란드 보고리아의 3라운드 상대는 프랑스의 헤네본이었다. 양 팀 모두 치열한 본선 진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바로 그 경기 1단식에서 한국 팬들 입장에선 역사적인 승부 하나가 성사됐다. 한국의 두 선수 오상은과 조언래가 각 팀의 운명을 걸고 머나먼 폴란드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이다.
 

▲ 오상은과 조언래가 맞대결을 벌이기 직전 몸을 풀던 오상은의 모습이다. 사진 조언래 선수 페이스북.

  경기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처음 예상과 달리 보고리아의 3대 0 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특유의 양 핸드 블로킹과 예각을 찌르는 날카로운 드라이브를 앞세운 오상은이 조언래를 1단식에서 완파한 것이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선배와 맞선 조언래는 세 게임을 9점, 7점, 7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은 현재 유럽의 모든 탁구경기는 바뀐 플라스틱 공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 아직 시행 초기여서 많은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데 조언래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상은의 승리 이후 보고리아는 2, 3단식에 출전한 다니엘 고락과 파웰 페르티코프스키가 쿠엔틴 로비놋과 디미트리 프로콥코브를 상대로 차례로 승리하며 3대 0의 완승을 거뒀다.
 

▲ 프랑스팀 헤네본 소속으로 뛰고 있는 조언래. 플라스틱 공 적응에 고전하고 있다고 전한다. 사진 조언래 선수 제공.

  지금까지 승리 없이 2패만을 기록 중이던 보고리아는 3라운드에서 귀중한 1승을 보태며 1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 D그룹에서는 뒤셀도르프가 3전 전승으로 조1위 8강 진출이 거의 확실시 되는 가운데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놓고 보고리아, 헤네본, 벨스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게임득실과 포인트에서 미세한 우위를 기록한 보고리아가 2위에 랭크돼있지만 아직 큰 의미는 없다. 이 세 팀은 뒤셀도르프와의 경기는 패하더라도 서로간의 경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8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 유럽챔피언스리그가 예선라운드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두 선수도 선전하길 바란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이제 4라운드에서 보고리아는 뒤셀도르프, 헤네본은 벨스를 상대로 경기하게 된다. D그룹 최강팀인 뒤셀도르프와 두 번째 경기를 먼저 하게 되는 보고리아로서는 조금 불리한 일정이다. 패한다면 분위기가 하락한 상태로 나머지 시합들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이변이 있어서 감동을 더하는 게 스포츠다. 만일 오상은의 보고리아가 뒤셀도르프와의 4라운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만 있다면 후반 순위 경쟁에 엄청난 변수가 될 것이다. 보고리아로서는 당연히 팀 에이스인 오상은의 활약에 또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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