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최강 독일 연속 우승 노린다

  한국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지만 아시아와는 별개인 유럽의 탁구팬들은 같은 기간 다른 대회에 신경을 쓴다. 바로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는 2014 유럽탁구선수권대회(European Team Tabel Tennis Championship)다. 9월 24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는 9월 28일까지 5일간 열리고 있다.

  특기할 것은 이번 대회는 짝수년도를 맞아 단체전만 치러진다는 것. 본래 유럽선수권대회(이하 유럽선수권)는 한 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전 종목이 개최됐었지만 2012년 네덜란드 헤르닝대회부터 개인전과 단체전을 격년제로 개최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그러면서도 유럽선수권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완전히 분리시킨 세계선수권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홀수년도에는 기존 방식 그대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든 종목을 개최하고, 짝수년도에는 개인전 없이 단체전만 치르는 것이다.

  유럽선수권 개최 방식이 이렇게 바뀌게 된 것은 주요 선수들의 강행군이 가장 큰 요인이다. 유럽 챔피언에 자주 올랐던 티모 볼 같은 선수는 ETTU컵, 유럽챔피언스리그, 분데스리가까지 모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유럽선수권 준비가 부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 개최국인 포르투갈 선수인 티아고 아폴로니아 같은 경우도 분데스리가 출전 때문에 정작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을 앞두고 대표팀 마무리 훈련에 참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유럽 각 팀 주전 선수들은 비슷한 시기에 크고 작은 대회가 많이 열리는 통에 10일간 개최되는 유럽선수권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짝수년도만이라도 개인전을 빼기로 한 것은 선수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 남자부 최강팀 독일은 주전 공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티모볼과 패트릭 프란치스카가 버텨야 한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유럽에서 독일은 세계탁구계의 중국과 같은 존재다. 특히 독일 남자대표팀은 2007년 세르비아에서 개최된 베오그라드대회부터 지난해 오스트리아 슈베하트대회까지 유럽선수권 남자단체전에서만 6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여자대표팀 역시 중국귀화 듀오인 한잉, 샨사오나 등이 출전 자격을 얻으면서 단번에 유럽 정상팀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대회에서 독일은 단체전에서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당연히 독일은 남자 7연패, 여자 2연패의 꿈을 키우고 있다.

  독일 남자대표팀은 디미트리 옵챠로프, 티모 볼, 패트릭 바움으로 이어지는 주전선수 라인도 견고하고, 뒤를 받치는 선수들도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7연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독일은 대회 개막 직전 대형 악재를 만나고 말았다. 엔트리 마감이 끝난 상황에서 옵챠로프가 치아 건강 상 문제로 참가가 불투명해졌고, 바움은 갑작스런 부친의 별세로 참가를 포기하는 등 두 명의 주전이 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결국 티모 볼, 패트릭 프란치스카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 독일이 유력했던 주전들의 부재를 뚫고 유럽 최강의 아성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 대회 최고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유럽선수권은 챔피언십디비전, 챌린지디비전, 스탠다드디비전 이렇게 3개의 디비전으로 나눠 진행되는데, 단체전 경기방식은 세계선수권과 동일하다. 각 조별로 1, 2위에 오른 두 팀만 본선에 올라 8개 팀이 토너먼트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독일은 개최국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과 함께 A조에서 경기를 하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분명 독일이 조금 앞서있는 상황이지만, 급한대로,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주전 2명이 출전을 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더우기, 포루투갈은 이번 대회가 자신들의 홈그라운에서 개최되는 대회일 뿐만아니라, 에이스인 마르코스 프레이타스가 올해 들어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독일을 이기고 조1위로 8강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슈베하트 유럽챔피언십 남자단체전 최고 이변의 팀은 그리스였다. 지난해 대회에서 독일의 결승 상대로 벨로루시와 포르투갈이 꼽혔지만 두 팀 모두 그리스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포르투갈은 8강에서 1대 3으로 패했고, 벨로루시는 4강에서 2대 3으로 패했다. 그리스는 비록 마지막 승부였던 결승전에서 독일에 1대 3으로 패해 우승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승 진출로 유럽챔피언십에서 자국의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지난 대회 성적을 기초로 그리스는 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받아 프랑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등과 경기를 하게 된다. 작년 대회와 같은 이변을 그리스가 또 보여줄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 중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 유럽토종들로 구성된 루마니아가 중국귀화선수들이 버티는 독일의 아성에 도전한다. 엘리자베타 사마라와 쇠츠 베르나데트.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여자부의 경우는 지난해 독일이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유럽의 맹주는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리지아오, 리지에 ‘자매 듀오’를 앞세워 유럽선수권 여자단체전에서만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강호다. 하지만 이제는 주전들의 노쇠화와 새로운 귀화선수들의 등장으로 예전의 막강함은 찾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고의 우승 후보는 단연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다. 독일은 작년 대회부터 한잉과 샨사오나가 투톱으로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최고 팀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독일의 대항마로는 지난 대회 결승 맞상대였던 루마니아를 들 수 있다. 올해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를 이기고 8강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던 루마니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독일과 함께 결승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여겨지고 있다. 루마니아는 귀화선수들이 아닌 자국의 토종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승에서 독일과 루마니아가 우승을 다투게 된다면 루마니아의 유럽 토종선수들과 독일의 귀화듀오가 부딪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중국은 나라 이름을 빼고도 세계, 특히 여자탁구에서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럽의 탁구팬들이 어느 나라를 응원할지도 눈에 보이지만, 전력은 아무래도 독일이 위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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