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보고리아 소속으로 2014/2015 시즌 참가

  유럽 최고 탁구 클럽을 가리는 유럽챔피언스리그 2014/2015 시즌이 지난 9월 5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시즌은 총 16개 팀이 4개 팀씩 4개 그룹으로 나눠 예선 경기를 치르는데, 한국 팬들도 관심 갖고 지켜볼만한 그룹이 있다. D조에 소속된 폴란드 보고리아에 우리나라의 오상은(KDB대우증권)이 임대선수 신분으로 뛰고 있는 것이다. D조는 보고리아와 함께 독일의 명문 뒤셀도르프, 프랑스의 헤네본, 오스트리아의 벨스가 소속된 그룹으로, 오상은은 지난 2011/2012 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보고리아의 에이스로 활약을 펼치게 됐다.

  오상은이 뛰는 보고리아는 폴란드리그에서 총 5회(2008, 2009, 2010, 2012, 2014) 챔피언에 오른 팀이다. 지금까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두 번(2009, 2012)의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특히 지난 2011/2012 시즌에는 티모 볼이 이끄는 뒤셀도르프와 오스트리아의 니더외스트라이히를 밀어내고 조 1위로 8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당시 보고리아 이변의 중심에 바로 오상은이 자리하고 있었다.

  8강 이후부터 당시 한국 소속팀에서의 문제가 불거지며 예선에서 보여준 에이스다운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오상은은 당시 그룹별 예선에서만 총 7경기에 출전해 7전 전승을 기록, 보고리아가 조 1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고리아는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서는 4강 진출을 새 시즌 최종 목표로 들고 있는데, 바로 그 목표 달성을 위해 과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었던 오상은을 다시 영입한 것이다.
 

▲ 오상은이 폴란드 클럽 보고리아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여기서 잠깐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지 못해 생소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한국 팬들을 위해 지난 시즌을 돌아보자. 유럽챔피언스리그 2013/2014 시즌 최고의 화제는 단연 프랑스 클럽 퐁투아즈의 우승이었다. 퐁투아즈는 최종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오렌부르크를 맞아 1승 1패 동률을 기록했지만, 게임득실에서 앞서면서 최종 우승팀이 됐다. 지난 1988년 유럽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 이래 결승 진출도 한 번 못했던 퐁투아즈가 이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결승 상대였던 오렌부르크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이미 2회 연속 우승을 하고 있었던 이 강팀은 퐁투아즈에게 당한 뜻밖의 패배로 3연패의 꿈을 접었다.

  오렌부르크는 3년 전인 2010/2011 시즌에 벨로루시의 블라디미르 삼소노프, 독일의 디미트리 옵챠로프를 동시에 영입하며 단번에 유럽 최강 클럽으로 발돋움한 팀이다. 삼소노프와 옵챠로프 영입 첫 해에는 명문 뒤셀도르프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후 2011/2012 시즌과 2012/2013 시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었다.

  유럽탁구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축구의 그것과 비슷하다. 전 세계의 강호들이 유럽의 프로무대에서 활약한다. 이번 시즌 오상은을 비롯해서 그동안 주세혁, 유승민, 김정훈 같은 한국의 스타들도 자주 임대되어 활약했었다. 각국 리그 최정상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는 그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양 팀이 홈앤드어웨이로 두 번씩 경기를 치르고 그 결과를 합산해서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이다. 지난 시즌 결승전은 1승 1패로 끝났지만 오렌부르크의 삼소노프가 어웨이 경기에서 2패를 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왕지안준에게 당한 영패는 최종 게임득실에서 퐁투아즈가 18대 16으로 승리하게 하는데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 오상은이 폴란드 클럽 보고리아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한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세계의 탁구스타들이 모여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내는 꿈의 리그. 이번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까? 한국 팬들은 불혹에 가까운 나이로도 여전한 위력을 유지하고 있는 오상은이 펼칠 활약이 무엇보다 궁금해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보고리아의 믿음에 보답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보고리아는 아쉽게도 일단 패배로 시즌을 출발했다. 9월 5일 첫 경기에서 이번 시즌 우승 후보 중 한 팀인 뒤셀도르프에게 0대 3의 완패를 당했다. 1단식에 출전한 다니엘 고락이 티모 볼에게 0-3으로 패했고, 오상은은 2단식에 출전했지만 파트릭 프란치스카에게 0-3으로 졌다. 3단식 주자 파웰 페르티코우스키도 이오니스 파나지오티스에게 역시 0-3으로 무너졌다. 세 명이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베테랑 오상은의 분전이 더욱 절실해진 보고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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