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세계랭킹으로 보는 아시안게임 남자단식 판도

  인천아시안게임 탁구경기에 출전하는 각국 엔트리가 알려지고 나서 탁구팬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남자단식에 출전하는 중국 대표로 판젠동이 발탁됐다는 것이다. 올해 17세에 불과한 어린 선수가 현역 최강자들인 장지커나 마롱을 제치고 중국을 대표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화젯거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판젠동의 출전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당장 세계랭킹만 봐도 1위 쉬신 바로 다음에 위치한 2위다.

  판젠동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최근에 발표한 9월 남자탁구 세계랭킹에서 2위에 등극했다. 국제무대에 데뷔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벌써 최상위 코앞까지 도달했으니 보통 최고 자리에 올랐을 때나 사용하는 ‘등극’이라는 표현에도 전혀 모자람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벌써 세계2위에 오른 17세의 판젠동.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사실 판젠동의 랭킹 상승에는 남다른 플러스 요인이 있었다. 중국슈퍼리그(CTTSL) 시즌이 끝난 이후 난징에서 열린 제2회 유스올림픽이다. 판젠동은 자국 선배들이 인천아시안게임 준비에 집중하는 사이 유스올림픽에서 개인단식과 혼합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 성적이 세계랭킹 산정에 반영되어 2위까지 치솟을 수 있었던 것. 과정이야 어쨌든 판젠동은 현역 최강자들인 마롱(3위)이나 장지커(4위)보다 위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판젠동은 유스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의 무라마츠 유토를 4대 2로 이겼다(11-8, 9-11, 9-11, 11-8, 11-5, 11-4). 처음부터 다른 선수들과의 랭킹 격차가 워낙 컸던 까닭으로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지만 모든 경기 양상이 일방적이지만은 않았다. 특히 홍콩의 헝카탁과 맞붙은 8강전은 매우 치열한 접전이었다. 결국 판젠동이 승리했지만 두 선수는 한 게임씩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마지막 7게임까지 가서야 승부가 갈렸다(11-5, 9-11, 11-6, 7-11, 11-3, 7-11, 11-5). 만약 헝카탁이 판젠동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면 9월 랭킹에서 판젠동이 마롱을 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올해 3월 랭킹에서 장지커를 뛰어넘어 3위에 올랐던 판젠동은 6개월 만에 ‘탁구 괴물’ 마롱마저 제치고 세계2위까지 올랐다. 이로써 최고 자리까지는 쉬신 딱 한 명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9월 랭킹 기준으로 둘의 포인트 차는 딱 60점밖에 나지 않는다. 연내에 열일곱 살 어린 선수의 세계랭킹 1위 탄생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 두 선수가 다가오는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단식 중국 대표다. 아시안게임 경기결과에 따라 세계1위 자리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판젠동의 랭킹이 장지커와 마롱을 앞섰다고 해서 객관적인 실력 역시 그 선수들을 뛰어넘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완벽하지 못했던 유스올림픽 경기양상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중국 남자탁구의 형세가 무척 흥미로워질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존의 쉬신, 마롱, 장지커 3인방에 판젠동까지 출전경쟁에 가세하면서 매우 치열한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중국이 이번 아시안게임 단식에 판젠동을 내세운 것도 조금은 불안한 그의 큰 무대 경험을 축적시켜서 앞서 말한 ‘내부 경쟁’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세계 최강의 위치에서도 ‘단속’을 멈추지 않는 중국탁구다.

▲ 또 다른 강자들이 중국의 의도에 균열을 낼 수 있기 바란다. 한국대표 김민석.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중국탁구는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이다. 중국 내부의 경쟁은 곧 세계탁구 판세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 전초전격이 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이래저래 많은 관심을 모을 것 같다. 미즈타니준(일본, 세계7위), 츄앙츠위엔(타이완, 세계8위), 그리고 한국의 주세혁(세계17위)과 김민석(세계19위) 등등 도전자 입장에 있는 또 다른 강자들이 세계탁구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의 의도에 얼마만한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아시안게임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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