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아홉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는 누가 될까?

  한국 탁구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탁구 강국의 위상을 굳게 다져왔다. 탁구경기가 치러지지 않았던 1, 2회와 6회 대회를 제외한 열세 번의 대회에 모두 참가해온 한국 탁구가 그동안 획득한 메달 수는 총 78개(금 10, 은 26, 동 42). 중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등 세계탁구 최강국들과 대회마다 항상 최고의 자리를 놓고 싸워왔던 탁구는 늘 국민적인 관심대상이었다(하단 역대전적표 참고).

▲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의 '영웅' 유남규 (현)남자대표팀 감독. 사진 월간탁구DB.

  한국 탁구의 아시안게임 첫 메달은 탁구가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3회 대회에서 따낸 여자단체 은메달, 그리고 첫 번째 금메달은 김충용 (현)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5회 대회 단식에서 획득했다. 김충용 씨의 금메달은 당시 대회 종합전적에서 홈그라운드의 태국에 우리나라가 간발의 차로 앞서게 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메달로서 태국이 다음 6회 아시안게임을 연이어 개최하게 되자 앙심을 품고 탁구를 정식종목에서 빼버렸다는 일화를 남길 만큼 극적인 것이었다(실제로 6회 아시안게임에서는 탁구가 치러지지 않았다).

  80년대 탁구붐의 실질적 발단이었던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의 감동도 잊지 못할 전적이다. 유남규 (현)남자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남녀대표선수들은 최강 중국을 넘는 맹활약으로 효자종목 탁구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선수들의 활약은 2년 뒤 서울올림픽에서 그대로 재현됐으며, 이어진 11회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당시에도 세계 최강이던 홈팀 중국을 꺾고 남자단체전 2연패를 일궈내는 쾌거로 이어졌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현정화-홍차옥 조가 새로운 ‘환상의 복식조’ 탄생을 알리며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하기도 했다.

▲ 김택수(현)대우증권 총감독은 98년 방콕에서 ‘무관’을 벗어던졌다. 사진 월간탁구DB.

  이후 한국탁구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까지 매 대회마다 꾸준히 하나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3H(홍순화 현정화 홍차옥)의 은퇴로 위기를 맞았던 94년 히로시마에서는 이철승-추교성 남자복식조가 구세주 역할을 맡았고, 98년 방콕에서는 김택수 (현)대우증권 총감독이 남자단식을 제패하며 마침내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부산에서 치러진 2002년 대회에서는 이철승-유승민 조와 이은실-석은미 조가 남녀복식을 동반 제패하며 진한 감격의 눈물을 뿌렸다.

  하지만 꾸준할 것만 같았던 한국 탁구의 금메달 전통은 이후 이어진 두 번의 대회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연속으로 끊어졌다. 초강대국 중국의 위력과 이웃나라들의 전력 상승 틈바구니에서 금메달 없이 은메달 세 개와 동메달 일곱 개를 추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가장 최근의 광저우대회는 비록 금메달은 없었으나 김민석, 정영식 등 세대교체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던 영건들이 첫 활약을 시작했던 대회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둘은 개인복식에서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따냈는데, 그 중에서 김민석은 이번 대회에도 출전하며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노리고 있다.

  신구조화를 이뤘던 광저우아시안게임 멤버들 중에서는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도 이어서 출전하는 '베테랑 수비수' 주세혁 역시 연속 개인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광저우에서 개인단식 3위에 올랐던 주세혁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과 개인단식에 출전한다. 주세혁이 따냈던 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단식 동메달은 바로 한국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마지막 일흔여덟 번째 메달이다.

▲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이은실-석은미 조.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사실 아시아 최강이 세계최강으로 통하는 탁구에서 꾸준히 금메달을 따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세계 최고수들에 대한 도전을 통해 이뤄내는 정상의 감격’은 아시아가 세계 최강인 탁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반드시 금메달이 아닐지라도 정상을 향해 도전해가는 선수들의 노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것은 또한 세계 정상에 근접해있는 한국 탁구가 단일대회 때보다 종합대회 때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직전 대회였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이 없었지만 김민석-정영식 조가 동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과시했었다. 김민석은 이번 대회에도 출전한다. 사진 월간탁구DB(ⓒ안성호).

  한국 탁구의 일흔아홉 번째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는 누가 될까? 열한 번째 금메달리스트를 안방에서 볼 수 있을까? 끊어진 금맥을 다시 이을 것을 목표로 쉼 없는 담금질을 하고 있는 대표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도 작지 않은 관심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가을 복판에 치러지게 되는 인천아시안게임 탁구경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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