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쿠알라룸푸르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결국 험난한 대진을 받아들었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16강전 상대가 독일로 결정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53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한국은 D그룹 2위로 본선에 올랐다. 2일 치러진 예선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홍콩에 패했다. 8강에 직행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다른 그룹 3위와 16강(12강)전을 거쳐야 하는 일정에 놓였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독일이 한국의 16강 상대가 됐다. 솔야 페트리사(사진)가 맹활약하고 있는 강호다.

2일 경기를 모두 마감한 뒤 치러진 대진추첨에서 하필 이번 대회 예선 3위 국가들 중 최강 전력을 과시한 독일이 한국 상대로 결정됐다. 독일은 중국 출신 한잉과 산샤오나가 귀화기간 출전제한으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솔야 페트리사, 윈터 사비네, 이레네 이반칸, 실베르아이젠 크리스틴 등이 맹활약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예선B그룹에서 게임득실에 밀려 3위가 됐지만 1위 일본, 2위 북한과 동률인 4승 1패를 기록했다.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5차전에서 B그룹 최강팀인 일본과 풀매치접전을 벌여 승리했다. 에이스 솔야 페트리사가 세계톱랭커들인 후쿠하라 아이와 이시카와 카스미를 꺾었고, 실베르아이젠 크리스틴이 5단식에서 후쿠하라 아이를 또 눌렀다. 특히 세계17위인 왼손 공격수 솔야 페트리사는 중국 출신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유럽 정통수비수 이레네 이반칸도 한국 선수들에게 약하지 않은 면모를 보여온 강자다.

강력한 파워와 까다로운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윈터 사비네, 유럽 정통 수비수인 이레네 이반칸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들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그룹 톱시드 팀을 꺾어 사기도 오를 대로 올라있다. 예선 최종전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상황이다.

16강전 이후 대진도 만만치 않다. 독일을 꺾고 8강에 오를 경우 상대는 일본이다.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했지만 일본은 일본이다. 이시카와 카스미, 후쿠하라 아이, 이토 미마가 기다린다. 일본을 이긴다면 4강 상대는 펑티안웨이, 위멍위의 싱가포르가 유력하다. 최강 중국과는 다른 라인에 섰지만 그야말로 첩첩산중의 대진이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독일을 꺾는다면 다음 상대는 일본이다. 예선전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했지만 일본은 일본이다. 이시카와 카스미.

하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승부들이다. 우선은 16강전이 급하다. 2년 전 도쿄 대회에서 상처를 안긴 루마니아나 최고 수준의 수비수 빌렌코 테티야나가 버티는 우크라이나 등 다른 상대를 만났다 해도 밝은 전망만이 있을 수는 없는 대진이었다. 한국 선수들로서는 이전까지의 경기들을 모두 잊고 빠르게 전열을 정비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다. 16강전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3일) 오후 두 시경에 시작된다.

한편 남자대표팀 대진도 결정됐다. 예선 1위로 8강에 직행했지만 남자팀 사정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원했던 프랑스 쪽이 아닌 중국 쪽 라인에 섰다. 게다가 8강 상대도 포르투갈과 북한전 승자다. 포르투갈은 마르코스 프레이타스, 티아고 아폴로니아 등이 주전으로 뛰는 유럽 최강팀 중 하나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북한은 A그룹 최하위 시드를 받고도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돌풍의 팀이다. 최일과 박신혁 등이 선봉에 서서 지난해 유럽챔피언인 오스트리아를 꺾었다. 8강전에서 남북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남자부 대진도 좋지는 않다. 8강전 상대가 포르투갈 아니면 북한이다. 포르투갈 에이스 마르코스 프레이타스.

2년 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예선에서 남북대결을 벌여 패했었다. 본선 첫 경기에서 타이완에게 당한 패배는 북한전의 상처로 저하된 사기가 큰 원인이 됐다. 4강전 상대 중국 이전에 8강전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남자팀의 8강전 상대가 결정될 포르투갈과 북한의 16강전 역시 우리 시간으로 오늘(3일) 오후 두 시에 열린다. 이 경기 승자와 한국이 치르게 될 8강전은 그 하루 뒤다.
 

▲ (쿠알라룸푸르=안성호 기자) 북한은 세대교체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에이스로 팀을 이끌고 있는 최일.

남녀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대진이다. 험난한 본선길이다. 자칫 2014 도쿄세계선수권대회의 전철을 밟을 것이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이미 했던 경험으로 쌓여있는 내성은 바꿔 생각하면 한국의 강점이다. 대한민국 탁구의 명운을 짊어진 대표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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