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ITTF), 11월 세계랭킹 발표

중국의 류스원이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류스원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11월 4일(한국 시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11월 여자탁구 세계랭킹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해왔던 딩닝을 밀어내고 최고 자리에 올랐다. 작년 9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류스원은 세계정상권의 기량을 과시하면서도 세계선수권과 올림픽 개인단식에서는 아직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불운의 아이콘’으로도 유명한 선수다. 쑤저우에서 치러진 금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결승전에서 상대 딩닝의 급작스런 부상으로 흐트러진 리듬을 극복하지 못하고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었다.
 

▲ 세계1위를 탈환한 류스원. 월간탁구DB(ⓒ안성호).

하지만 류스원은 탁구계에서 또 하나의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월드컵에서는 꾸준한 강세를 보여 왔다. 지난 1일 끝난 올해 여자탁구 월드컵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자국의 '레전드'들인 왕난, 장이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월드컵 직전 치러진 폴란드오픈에서는 결승전에서 딩닝을 꺾고 우승하면서 쑤저우 세계선수권 때의 한도 풀었다.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류스원의 11월 랭킹 1위 등극은 이미 기정사실화됐었던 일이다.

반면 1년 이상 세계 톱-랭커 자리를 지켜왔던 딩닝은 3위까지 밀렸다. 꾸준히 랭킹포인트를 쌓아올린 주위링이 리지아오(네덜란드)에게 당한 월드컵 8강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2위에 자리했다.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딩닝은 대회의 비중에 따라 각 단계별로 주어지는 보너스 포인트에서 주위링에게 밀리며 역전을 허용했다.

세계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여자선수들의 랭킹변화는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미묘한 관심을 모은다. 딩닝은 세계선수권을 두 번이나 제패했지만 아직 올림픽 개인단식에서는 금메달이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11월 6위에 랭크된 자국팀 동료 리샤오샤에게 결승전에서 패했었다. 내년 올림픽 단식 출전은 따라서 딩닝의 숙원과제다. 그런데 올림픽 단식에는 각 NOC당 두 명만 나갈 수 있다. 현 세계랭킹 1, 2위 류스원과 주위링도 올림픽 금메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적어도 랭킹에서는 딩닝을 추월한 류스원과 주위링이 끝까지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물론 중국탁구계가 랭킹과는 상관없이 자국의 세계챔피언을 지역예선 출전자로 선택한다면 애초부터 필요 없는 관심일 수 있다. 누가 나와도 중국탁구는 ‘넘사벽’에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딩닝도 보다 떳떳한 출전을 원할 것은 당연지사. 남은 기간 중국의 세계 최강자들이 펼치게 될 경쟁은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요소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 일본 선수들이 4, 5위에 오르며 강세를 증명하고 있다. 후쿠하라 아이. 월간탁구DB(ⓒ안성호).

중국 선수들의 뒤를 이어서는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와 이시카와 카스미가 지난달에 이어 4, 5위 자리를 지켰다. ‘세계 2강’에 올라선 일본탁구의 지위를 확고히 했다. 오랫동안 4강의 한 자리를 지켜왔던 펑티안웨이(싱가포르)는 7위까지 밀렸다. 일본은 10대 소녀 이토 미마도 11위에 올랐다. 주전 세 명이 전부 한국 선수들보다도 높은 자리에 있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노리기 위해서는 중국 이전에 일본에 대한 대비를 보다 충실히 해야 할 것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올림픽대표들은 서효원(렛츠런)이 지난달보다 두 계단 하락한 12위,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양하은(대한항공)은 각각 13위와 15위에 올랐다.
 

▲ 남자부에서는 마롱이 여전히 최고 자리를 지켰다. 월간탁구DB(ⓒ안성호).

한편 함께 발표된 남자부 랭킹은 전달에 비해 큰 변화가 없었다. 쑤저우 세계선수권에 이어 월드컵마저 접수한 마롱(중국)이 여전히 1위를 지켰고 판젠동과 쉬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판젠동이 2위, 쉬신이 3위.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의 장우진에게 두 번이나 패했던 장지커는 10월 말 폴란드오픈 4강전에서 오스트리아의 스테판 페겔에게 또 져서 체면을 구겼는데, 그 여파로 독일의 디미트리 옵챠로프(4위)보다 아래인 5위까지 처졌다. 장지커의 뒤로는 미즈타니 준(일본, 6위), 프레이타스 마르코스(포르투갈, 7위), 볼 티모(독일, 8위) 등이 열을 이루고 있다. 올림픽대표 확정 후 국제무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 한국 선수들은 정영식(KDB대우증권)이 14위, 주세혁(삼성생명)과 이상수(삼성생명)가 각각 17위와 19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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