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월드투어 2018 홍콩오픈 남자단식

남자실업 삼성생명 2년차 신예 조승민(세계54위)이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2018 홍콩오픈 남자단식에서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조승민은 27일 오후 홍콩 퀸엘리자베스 스타디움에서 대회 마지막 경기로 열린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일본의 기대주 요시무라 카즈히로(세계106위)에게 1대 4(5-11, 11-5, 8-11, 3-11,7-11)의 아쉬운 패배를 당하고 최종 2위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패했지만 조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눈부신 선전을 펼쳤다. 먼저 마무리된 21세 이하 단식에서도 중국이 집중 육성 중인 니우관카이, 홈팀 홍콩의 음팍남 등을 꺾고 준우승했다. 결승전에서 대만의 린윤주에게 아쉽게 졌지만 오픈단식을 위한 예열로 손색없었다.
 

▲ 조승민이 홍콩오픈 남자단식에서 준우승에 올랐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오픈단식은 시작부터 강자들을 연이어 만났다. 예선1라운드에서 쿠엔틴 로비노트(프랑스, 세계88위)와 대적했다. 이 선수는 최근 끝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번 시드를 받았던 프랑스의 주전멤버였지만, 조승민이 4대 1(11-6, 11-2, 7-11, 11-6, 11-4)로 이겼다.

예선2라운드 상대는 리암 피치포드(세계58위)였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잉글랜드 에이스와 풀-게임접전을 펼쳐 4대 3(9-11, 4-11, 11-9, 6-11, 11-6, 11-8, 11-9)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조승민은 이 승리로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본선 첫 경기였던 32강전에서는 독일의 스테거 바스티안(세계26위)을 만났다. 한국 선수들과 자주 싸워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노장을 만나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조승민이 4대 2(7-11, 11-6, 13-11, 11-8, 10-12, 11-4)의 쾌승을 거뒀다.

16강전에서는 한국의 선배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을 상대했다. 최근 눈부신 상승세를 타고 있던 장우진(세계40위)마저도 4대 1(13-11, 11-9, 14-12, 9-11, 11-9)로 돌려세웠다. 8강전에서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 요시무라 마하루(세계25위)와 싸웠다. 입상권의 최대 걸림돌이 된 난적이었지만 또 한 번의 풀-게임접전을 벌여 4대 3(11-7, 11-7, 11-1, 9-11, 10-12, 6-11, 11-5) 승리를 거뒀다.
 

▲ 조승민은 이번 대회에서 그야말로 눈부신 선전을 펼쳤다. 첩첩산중을 돌파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그리고 4강전! 조승민은 중국의 저우치하오를 4대 2(11-9, 3-11, 11-4, 11-9, 6-11, 11-9)로 이기고 결승에 도달했다. 중국 선수들은 세계랭킹과는 비례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 주로 차세대 위주의 유망주들을 내보냈지만 역시 우승후보는 중국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조승민은 그마저도 돌파해냈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단 한 경기, 단 한 명도 쉬운 상대가 없었지만 조승민은 그토록 험난했던 첩첩산중을 혈혈단신으로 극복해냈다.

왼손 셰이크핸더 조승민은 본래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온 유망주다. 각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초특급 엘리트 출신으로, 2016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10년 만에 중국을 꺾고 단체우승을 하는 선봉에 서 있었고, 같은 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바로 그 선수다. 성인무대에 올라와서도 지난해 호주오픈에서 일본의 톱랭커 미즈타니 준을 꺾고 4강에 올랐었고, ITTF 챌린지대회였던 올해 스페인오픈에서도 준우승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 결승 상대였던 요시무라 카즈히로. 이상수와 임종훈도 이 선수에게 졌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조승민은 올해 초 대표선발전에서 5위에 머물러 단 한 계단 차이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들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었다.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선전하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만 봐야 했다. 협회 지원이 아닌 팀 지원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아닌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뛴 이유다. 하지만 월드투어 레귤러대회로 열린 이번 홍콩오픈에서의 선전으로 선의의 경쟁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생애 첫 월드투어 개인단식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지만 국제무대 오픈단식에서의 묵직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한 도전을 이어간다.

요시무라 카즈히로에게 패한 결승전도 그런 면에서 남다른 지점이 있다. 요시무라 카즈히로는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8강전에서 이상수(국군체육부대), 4강전에서 임종훈(KGC인삼공사) 등 한국의 세계선수권대회 대표들을 연파했다. 임종훈과의 4강전에서는 듀스접전을 연달아 펼치면서 4대 3(11-5, 9-11, 11-6, 7-11, 14-12, 10-12, 12-10)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조승민을 상대한 마지막 결승전까지 한국 선수를 이겼다. 선배들의 대리설욕을 노렸지만 역시 패한 조승민에게도 커다란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 곧이어 중국 선전에서 올해 중국오픈도 열린다. 한국선수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사진은 홍콩오픈 4강에 오른 임종훈의 경기모습. 사진 국제탁구연맹.

한편 한국은 남자단식 외에 이번 대회 다른 종목에서는 입상권에 드는데 실패했다. 여자오픈단식에서는 서효원(렛츠런파크)과 이은혜(대한항공)가 8강에 올랐으나 각각 왕만위(중국)와 이토 미마(일본)에게 패했다. 이번 대회 여자단식 우승은 중국의 왕만위가 차지했다. 왕만위는 4강전에서 이토 미마를, 결승전에서 자국팀 동료 첸싱통을 이겼다. 남자복식 이상수-정영식 조도 8강전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패했고, 여자복식 전지희-양하은 조도 16강 첫 경기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레귤러 시리즈였다. 지난 22일 예선을 시작해 27일 모든 경기를 끝냈다. 선수들은 연이어 열리는 중국오픈에 출전한다. 선전에서 29일부터 예선을 시작하는 중국오픈은 올해 세 번째 플래티넘 시리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계적인 강자들이 대거 출전할 것으로 보여 많은 관심이 쏠린다. 홍콩에서 의미 있는 선전을 펼친 조승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성과에도 기대감이 높아져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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