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다페스트 유럽탁구선수권대회 폐막

세계랭킹 38위, 개인단식 16번 시드, 2015년 예카테린부르크 대회 본선 1라운드 탈락…! 개막 전만 하더라도 엠마누엘 르베송(프랑스)의 우승을 예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럽대회가 아시아보다 이변이 자주 나온다고는 하지만, 디미트리 옵챠로프, 티모 볼(이상 독일),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로루시), 마르코스 프레이타스(포르투갈) 등 유럽의 대표적인 강자들이 모두 출전한 상황에서 엠마누엘 르베송은 본선 시드를 받은 중위권 선수들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엠마누엘 르베송은 8강에서 전 대회 준우승자이자 이번 대회 3번 시드권자였던 마르코스 프레이타스를 4대 2(8-11, 11-9, 11-13, 11-6, 11-7, 11-9), 4강전에서는 이번 대회 1번 시드권자를 32강에서 꺾은 복병 야쿱 디야스(폴란드)를 4대 1(11-8, 11-5, 5-11, 11-6, 11-6), 마지막 결승에서는 팀 동료 시몽 고지를 역시 4대 1(14-12, 9-11, 11-7, 11-3, 11-6)로 이기고 끝내 우승을 차지했다. 이변에 가까운 결과였다.
 

▲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베송이 유럽 정상에 올랐다. 이변에 가까운 결과였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우승이라는 것이 백퍼센트 자신의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에서 보면, 엠마누엘 르베송은 이번 대회에서 꽤 운이 따른 선수였다. 일단, 8강에서 이긴 마르코스 프레이타스는 벌써 몇 해째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여서 대결 경험이 많았다. 옆 라인에서는 야쿱 디야스가 디미트리 옵챠로프, 주앙 몬테이로(포르투갈), 쿠 레이(우크라이나) 등의 강적들을 모두 정리하고 4강에 올랐다. 게다가 맞은편 라인에서는 팀 동료 시몽 고지가 역시 선전을 펼치며 결승에 올라왔다. 엠마누엘 르베송은 4강전과 결승전을 상대적으로 강한 자신감 속에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셈이다. 엠마누엘 르베송과 시몽 고지의 결승전은 1게임을 듀스 접전 끝에 르베송이 승리한 뒤 2게임을 내주고 게임스코어 1대 1 동점이 됐지만, 이후 3, 4, 5게임을 연속해서 따내며 결국 엠마누엘 르베송의 4대 1 승리로 끝났다.

 ​엠마누엘 르베송 - “시작은 무척 좋지 못했고, 마지막에 가서야 내가 원하던 일이 일어났다. 만약 당신이 시몽에게 리드를 잡을 기회를 줬다면 시몽은 부담만 커졌을 것이다. 1게임 마지막에 나는 겨우 포인트를 따내 승리했다. 단지 신의 도움으로 승리한 것이다. 이후 시몽은 회복됐지만, 나는 경기 수준을 더 끌어올렸다. 3게임부터 나는 인생 최고의 승부를 했다. 믿을 수 없는 경기였다.” (ITTF 인터뷰 내용 중)
 

▲ 르베송은 이번 대회에서 운도 많이 따랐다. 프랑스 사상 첫 유럽챔피언! 사진 국제탁구연맹.

 ​엠마누엘 르베송의 소속 클럽은 프랑스리그 <앙제>다. 8강전에서 대결한 마르코스 프레이타스는 역시 프랑스의 <퐁투아즈> 소속이다. 같은 리그에서 뛰기 때문에 평소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에 익숙한 선수들이다. 특히 앙제와 퐁투아즈 모두 유럽챔피언스리그에도 참가하고 있어 서로 경기할 기회도 무척 많은 편이다. 4강 진출로 역시 큰 이변을 일으킨 야쿱 디야스는 독일리그의 <옥센하우젠> 소속이다. 옥센하우젠에는 준우승자 시몽 고지도 함께 소속돼있다. 만약 야쿱 디야스가 결승에 올랐다면 같은 나라가 아닌 같은 팀 동료들 간의 결승 맞대결이 될 수도 있었다. 올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야쿱 디야스의 옥센하우젠과 엠마누엘 르베송의 앙제가 같은 A그룹에서 예선 경기를 하고 있다. 이변의 두 주인공이 재대결할 가능성은 앞으로도 충분한 상항이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돼있는 유럽탁구에서 랭킹이나 전망과는 다른 치열한 라이벌전이 흥미를 자극한다.
 

▲ 유럽탁구 강자들의 라이벌전이 흥미를 자극한다. 4강에 오르며 역시 이변의 주인공이 된 야쿱 디야스(폴란드). 사진 국제탁구연맹.

 엠마누엘 르베송은 이번 우승으로 프랑스탁구 사상 두 번째 유럽챔피언이 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전까지 프랑스 출신 선수로는 1976년 체코 프라하대회에서 자크 새크래탱이 우승한 적이 있었다. 그 외에 프랑스 선수들 중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이 가장 뛰어났던 선수는 은퇴한 장-필립 가티엥이다. 1993년 세계선수권자이기도 한 그는 총 3회(90 예테보리, 96 브라티슬라바, 98 에인트호벤)의 대회에서 4강까지 올랐지만, 세 번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장-필립 가티엥이 마지막으로 4강에 오른 대회는 1998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벤대회였는데, 당시 대회에서 또 한 명의 ‘전설’인 크로아티아의 조란 프리모라츠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었다.

한편 남자부에서 큰 이변이 일어난 가운데 여자단식은 중국계 선수들의 강세 속에 터키의 휴멜렉이 포르투갈의 위푸를 4대 1(11-3, 11-2, 11-4, 10-12, 11-7)로 꺾고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엘리자베타 사마라는 이번에도 선전하며 4강까지 올랐지만 준우승자 위푸에게 패해 3위로 만족했다.
 

▲ 여자부에서는 터키의 중국계 선수 휴멜렉이 우승했다. 사진 국제탁구연맹.

 이번 유럽선수권대회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다. 남녀단식과 함께 남녀 개인복식, 혼합복식 등 개인전 5종목이 치러졌다. 남자복식은 프란치스카 패트릭(독일)-조나단 그로스(덴마크), 여자복식은 실베르아이젠 크리스틴-윈터 사빈(독일) 조가 우승했고, 혼합복식은 주앙 몬테이로(포르투갈)-몬테이로 도데안 다니엘라(루마니아) 조가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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