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링 문화 엿보기

 

셰어(share)는 '나누다, 함께 쓰다, 공유하다'라는 뜻의 영어단어다. 셰어링(sharing)은 그 의미 그대로 여러 사람이 하나의 물건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공동체, 공유, 환경, 절약 등이 사람들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셰어링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알뜰족을 위한 셰어링

셰어링 문화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를 나누어 쓰는 카 셰어링을 통해서였다. 카 셰어링은 얼핏 렌터카와 비슷해 보이지만 거리의 자동차 무인보관소에 주차된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시간 단위로 나누어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보통 회원제로 운영되고 자동차가 주택가 가까이에 보관되어 있어 차고지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렌터카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를 빌려주는 회사에서 정비와 보수를 책임지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카 셰어링 문화는 자동차의 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에서 특히 발달해있는데 폭스바겐이나 BMW 같은 유명 자동차 회사에서도 자체적으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을 정도다.

카 셰어링은 거리의 무인보관소에 주차된 차를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하고 반납한다. 우측은 집값 비싼 일본에서 유행중인 셰어 하우스.

최근에는 친분이 전혀 없었던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도 인기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집세로 인해 활성화되기 시작한 셰어 하우스는 혼자 사는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집주인과 입주자 대표 한 사람이 계약해서 집을 빌린 후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집을 관리하는 형태가 아닌 입주자 각각이 셰어 하우스를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중간에 나가더라도 남은 사람의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침실과 같은 개인 공간을 가질 수는 있지만, 욕실이나 부엌, 거실 등의 공간은 공유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규칙들을 서로 잘 지켜나가야 원만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카 셰어링과 셰어 하우스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해서 소비한다’는 ‘공유 경제’의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유 경제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누군가 필요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그 책을 읽고 싶어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제자리에 돌려놓는 시스템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수십 명의 사람이 나누어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 운동의 한 축이 되다

셰어링은 내가 지금 사용하지 않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경기 침체와 환경 오염에 대한 염려와 맞물려 하나의 사회 운동이 되어 가는 추세다.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적 있는 ‘열린 옷장’이란 업체 역시 그런 사회 운동의 성격을 가진 곳 중 하나다. 열린 옷장은 정장 의류를 기부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특히 인턴이나 취업 등의 면접을 앞둔 대학생들을 위해 적은 비용으로 4박 5일간 정장, 구두,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대여해준다. 사실 정장을 입을 기회가 많지 않은 취업 준비생에게 정장은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없으면 불편한 물건이다. 열린 옷장은 그런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동시에 나눔의 긍정적인 면을 실현하고 있다.

KBS ‘인간의 조건’에서 소개되었던 ‘열린 옷장’과 푸드뱅크의 웹사이트.

먹거리가 풍족해졌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세끼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이웃들은 여전히 많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남기고 버려지는 음식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푸드뱅크’는 식품 제조를 하는 회사나 개인으로부터 여유 식품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 등을 기부받아 식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결식아동, 소년소녀가장 세대, 홀몸노인, 무료 급식소나 지역사회복지관 등에 지원을 해주는 일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리적 이유로 식품 제공서비스가 부족한 곳에 식품운반차량을 운행, 지원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 재래시장, 야영장 등의 장소에도 식품 기부함을 설치하여 보관 중인 여유식품이나 추가증정상품, 캠핑 후 남은 음식재료까지 기부를 받고 있다.

 

나눔에 한계는 없다

스토어 쉐어링

소유의 개념을 버리는 셰어링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유를 위한 아이디어가 사회 전반에 걸쳐 넘쳐나는 추세다. 특히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하우스 셰어링처럼 일하는 공간인 사무실을 나누어 쓰는 일은 프리랜서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주목받아 왔다. 그리고 물건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를 위한 스토어 셰어링이란 것도 생겨났다. 여유 공간이 있는 카페나 상점에 고정비용을 내거나 약간의 판매 수수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매장의 한 공간을 빌리는 형식이다. 주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액세서리나 문구, 잡화 등을 판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서비스로 운영하는 매장 주인에게는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매장 입점자에게는 적은 비용으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폭넓게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재능기부라고 불리는 일도 셰어링의 일환이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익을 위하는 일에 활용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의사라면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 활동을 하고, 화가라면 작은 마을 골목의 벽화를 그리고, 축구 선수라면 지역 청소년을 위해 체육 봉사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거창한 일이 아니고 그저 글씨 읽고 쓸 줄 아는 것만으로도 문맹의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다.

셰어링은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라는 짧은 글귀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셰어링 문화를 올바로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런 개념을 이해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의 것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런 책임감 있는 태도가 좀 더 성숙한 사용자의 자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글_서미순 (월간탁구 2014년 5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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