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숨은 매력 찾기

지난달 세계적인 신용카드 회사 마스터카드에서는 글로벌관광도시지표를 발표했다. 글로벌관광도시지표는 현재까지의 외국인 관광객 수를 토대로 올 한해 관광객 총인원을 추산하는 방식으로 조사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영국 런던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방콕, 파리, 싱가포르가 그 뒤를 잇는 가운데 서울은 863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체 순위 10위에 올랐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일 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보내기 위해 서울이란 도시를 방문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863만 명의 세계인이 선택한 도시 서울, 오늘은 그 숨은 매력을 탐구해보자.

 

서울 역사 느끼기

경복궁

서울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다. 한강 유역은 예부터 지리적 요충지로 손꼽혀왔고 삼국시대부터 모든 나라가 제일 먼저 욕심내는 비옥한 땅이었다. 그런 만큼 서울은 시대별로 위례성(삼국 시대), 한양(고려 시대), 한성(조선 시대), 경성(일제강점기)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특히 조선 시대, 한성이란 이름의 5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조선 시대의 유적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은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등의 엿 궁궐이다. 시끄러운 대도시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한 조선시대의 궁궐들은 방문자를 순식간에 21세기 첨단의 도시 한복판에서 수백 년 전의 세상으로 타임워프 시킨다. 특히 경복궁 교태전에 있는 중전의 전용 정원인 아미산을 바라보고 있거나 창덕궁 후원을 거닐다 보면 구중궁궐이란 말이 실감이 날 정도로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왕족의 생활 공간을 엿보기보다 조선의 정신을 경험하고 싶다면 종묘에 가보는 것도 좋다. 궐이 살아있는 왕족들의 공간이라면 종묘는 죽은 왕들의 영혼을 모시는 곳으로 엄숙하고 경건한 공간이기에 화려한 장식과 색채가 없는 곳이지만 그 단조로움 속에서 오히려 신성함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 서울성곽길 트래킹도 좋은 역사 경험이다. 궁궐들이나 종묘와 마찬가지로 조선건국과 함께 축조된 건축물이지만 성곽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저 옛 조선의 역사만을 되짚는 것이 아니라 근대와 현대의 모습까지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심우장, 일제강점기의 소설가 상허 이태준의 수연산방, 백범 김구의 개인 사저이자 안두희의 총탄에 맞아 서거한 장소인 경교장, 최초의 현대식 중고등 교육기관인 배재학당터 등은 성곽길 주변에 자리하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근대 한국의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성곽길에 인접한 남대문동대문시장, 명동, 남산, 부암동까지 찬찬히 걸어보면서 활기 넘치는 21세기의 서울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자.

 

문화, 예술 만나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서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화행사가 집중되는 곳이다. 평소 연극이나 공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로에서 일 년 365일 계속해서 막이 오르는 소극장에 발길을 해도 좋다. 대극장 공연처럼 유명 연예인을 만나거나 커다란 스케일에 압도되는 일은 없겠지만, 열정 넘치는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진정한 연극의 매력에 빠져 들어갈 것이다. 언제나 활기찬 홍대를 방문한다면 좀 더 열정적인 젊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록, 힙합, 포크 등의 공연이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있는 홍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대 정문 앞 홍익어린이공원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열리기도 하는데 여러 분야의 1인 창작자들의 직접 만든 물건들을 구경하고 또 구입할 수 있다. ‘손으로 만드는 세상’을 이야기하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에서 드로잉, 바느질, 목공, 철공 등의 다양한 기술들로 선보이는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만나보자.

서울 관광 1번지로 손꼽히는 인사동 방문도 추천할만하다. 비록 짙어진 상업성으로 점점 특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사동은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이다. 특히 인사동에서 그저 인파에 휩쓸려 걸어 다니기보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작은 갤러리의 문을 과감하게 열고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시끌벅적한 거리를 뒤로하고 들어간 갤러리에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비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인사동 한가운데 자리한 쌈지길 지하에는 그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공방이 준비되어있다. 향초 공예, 목 공예, 자개 공예, 유리병 공예, 도자 공예까지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가 있다면 직접 내 손으로 물건을 다듬고 만들어 볼 수 있다.

다양한 디자인 관련 전시와 공연, 패션쇼 등이 끊임없이 열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도 시간을 내서 둘러볼 만한 곳이다. 이번 달에는 ‘간송문화전’, ‘문화샤넬전’, ‘트랜스포머 30주년 기념 오리지널 아트워크전’ 등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사실 전시회를 찾지 않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투어코스가 완성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체가 현대를 넘어 미래를 지향하는 디자인이 집결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기

노을캠핑장

회색빛 대도시 서울이 당신을 슬슬 지치게 한다면 서울 중심부를 흐르는 청계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좀 더 본격적으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고 다시 한강과 어우러지는 지점 일대의 서울숲 공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골프장, 승마장 등이 있었던 이곳은 영국의 하이드파크,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버금가는 시민공원을 만들자는 목표로 조성된 곳이다. 약 35만 평 규모의 드넓은 서울숲 공원은 웬만한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아도 한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눈 닿는 곳마다 화려한 색채의 꽃들이 피어있고 녹음이 우거져 방문자의 마음마저 화사하게 가꿔준다.

서울에는 난지, 노을, 중랑 등의 근사한 캠핑장도 있다. 꽤 경쟁률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사전 예약에 성공만 한다면 멀리 떠나지 않고도 하룻밤을 자연과 함께 보낼 수 있다. 난지 캠핑장의 경우 숙박을 원치 않는 피크닉 이용객들은 예약을 하지 않고도 당일 이용이 가능하므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여름 한 철에만 이용 가능한 한강여름캠핑장도 추천할 만하다. 여의도, 잠원, 잠실, 뚝섬에서 운영되는 한강여름캠핑장은 7월 19일부터 8월 19일까지 딱 한 달 동안만 이용할 수 있다. 텐트를 상시 설치해 운영하고 있고 각종 캠핑용품들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다. 그러나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한강은 한 번쯤 찾을 만한 곳이다. 서울의 젖줄인 한강은 서울 시민에게도 언제나 가까운 휴식처가 되어준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한강 가를 찾는 일이 그저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강 가에서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두 눈에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그 어떤 여름밤보다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월간탁구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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