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ITTF 안스 레전드 투어

포르투갈 곤도마르에서 유럽TOP16컵 대회가 시작된 지난 5일, 벨기에 안스에선 색다른 탁구대회가 열렸다. 2016년 ITTF 레전드 투어가 그것으로 장-미셸 세이브, 필리프 세이브(이상 스위스), 얀-오베 발트너, 요르겐 페르손(이상 스웨덴), 베르너 쉴라거(오스트리아), 칼리니코스 크레앙가(그리스) 등 이름만 들으면 바로 알만한 탁구 레전드 6인이 '탁구활성화'라는 취지 아래 특별한 승부를 펼쳤다.
 

▲ 세계탁구 전설들이 벨기에 안스에서 특별한 경기를 가졌다. 요르겐 페르손이 레전드 투어 결승 직후 상대였던 얀-오베 발트너의 손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 flickr.com 제공.

ITTF 레전드 투어는 장-미셸 세이브 재단에서 주최하는 대회로 승패보다는 친선과 홍보의 의미가 큰 이벤트성 대회다. 지난해 대회에는 세계탁구선수권 2연속 우승자인 중국의 장지아량이 출전해 큰 관심을 모았었는데 올해는 전원 유럽선수들로만 구성됐다.

올해 출전선수 중 세계대회 개인단식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는 3명이었다. ‘탁구황제’로 불린 얀-오베 발트너가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와 1997년 멘체스터 대회에서 두 번 세계챔피언에 올랐었고, 요르겐 페르손이 1991년 지바 대회, 베르너 쉴라거가 2003년 파리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특히 베르너 쉴라거는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마지막 유럽선수기도 하다. 

경기는 참가선수 6명 중 2명의 선수가 시드를 받아 4강에 직행하고, 나머지 4명의 선수가 8강 경기를 치르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르겐 페르손과 장-미셀 세이브가 시드를 받았고 8강을 치른 칼리니코스 크레앙가와 얀-오베 발트너가 각각 필리프 세이브와 베르너 쉴라거를 이기고 4강에 진출했다.

결국 최종 결승에 오른 선수는 4강에서 크레앙가를 꺾은 요르겐 페르손과, 장-미셸 세이브를 이긴 얀-오베 발트너. 페르손과 발트너는 오랜 기간 함께 대표팀을 이끌며 자국을 세계최정상에 올려놓은 스웨덴 최고 스타들로, 세계대회 개인단식 결승에서 2번 맞붙어 1승씩을 나눠가진 바 있다.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선 얀-오배 발트너가, 1991년 지바 대회에선 요르겐 페르손이 상대를 꺾고 세계챔피언에 올랐었다.
 

 
▲ 왕년의 스타들이 펼친 화려하고 유쾌한 랠리에 관중들은 웃음과 탄성을 연발했다. 사진 flickr.com 제공.

둘도 없는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이 스웨덴 영웅들이 20여 년 만에 레전드 투어라는 이색적인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세계정상(?)을 놓고 맞붙은 셈이다. 두 거목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화려하다 못해 희한한 로빙플레이가 난무했다.

최종결과는 하계올림픽 7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요르겐 페르손이 얀-오베 발트너를 3대 0(11-6, 11-2, 11-6)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자 페르손은 경기 후 오히려 패자 발트너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보이며 동료에 대한 남다른 우정과 존경을 표했다. 레전드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랠리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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