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한국인 레프리, 탁구심판 위상 높인다!

또 한 명의 국제 탁구레프리가 탄생했다. 한국 탁구 심판계의 연이은 ‘경사’다.

주인공은 최창성(53) 국제심판이다. 최창성 심판은 지난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남아메리카 콜롬비아에서 진행된 인터내셔널 레프리(International Referee) 스쿨에 참가, 까다로운 과정들을 무난히 통과하고 국제 탁구레프리가 됐다.
 

▲ 최창성 국제심판이 국제 탁구레프리가 됐다. 월간탁구DB.

레프리는 대회의 규칙이나 규정 해석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갖는 직책이다. 모든 추첨(드로우)을 진행하고, 경기 일정을 계획하고 조정하며, 경기임원 임명에 대한 책임도 진다. 출전선수들에 대한 적합성 점검은 물론, 규정 위반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징계조치도 레프리의 권한이다. 워낙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매우 어렵고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선발될 수 있는 자리다. ITTF는 레프리 스쿨을 열기 전 지원자들에게 몇 가지 과제를 제출받아 능력을 점검한 뒤 3박 4일간의 합숙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컨퍼런스와 상황극, 필기시험, 토론 등등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레프리를 수행할 수 있는 심판을 최종 선발한다.

작년 하반기까지 한국 국적의 국제 레프리는 현 대한탁구협회 이순주 심판이사 한 사람이 전부였다.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실력과 자격을 갖춘 심판들은 적지 않지만 각국에서 오는 선수, 임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이 항상 장벽이 됐다. 한국탁구는 기량에 관해서는 세계 최강국 중 하나로 인정받으면서도 빈약한 저변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자존심이 서지 않았다. 이순주 레프리 이후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 따로 외국 국적 레프리를 초빙해야 하는 불편은 해소됐지만, 한 사람만으로는 체계적으로 인적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 지난 2010년 한국에서 열렸던 그랜드파이널에서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최창성, 허기선 국제심판, 아담 샤라라 국제탁구연맹 당시 회장, 장선홍 국제심판.

그런데 최근 두 달 사이에 연이어 두 명의 한국인 국제 탁구레프리가 탄생하면서 한국 탁구 심판계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덴마크 대사로도 유명한 마영삼 국제심판이 지난해 12월 두 번째 한국 출신 레프리가 된 이후 최창성 신임 레프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새해 벽두부터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최창성 신임 레프리는 서울시탁구연합회 전속 심판부 1기로 오랫동안 봉사해온 인물이다. 2013년 9월 블루배지 등급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한 이후 레프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꾸준히 준비해왔다고 한다. 특히 반도체 신뢰성 엔지니어 겸 매니저로 2014년부터는 미국 메인주 포틀랜드로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있으면서도 수차례 국내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하는 등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쁜 업무 중에도 해마다 코리아오픈은 빠지지 않았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9월 울산에서 열린 장애인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도 심판으로 참가했었다.
 

▲ 최창성 레프리가 IR스쿨 통과 직후 콜롬비아에서 직접 보내온 사진이다. 선명도가 좀 낮아 아쉽다.

최창성 레프리는 IR스쿨 통과 직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규정 시험, 스케쥴링, 레프리 업무에 대한 인터뷰가 쉽지 않았지만 잘 마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레프리로서 앞으로 한국 탁구 심판부가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번 과정에 참가하면서 레프리 선발 과정이 매우 투명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시작 전 합격 기준을 알려주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5분 뒤 바로 결과를 통보했다. 아무런 외부 영향도 없었다. 한국의 심판들도 더 많이 도전하길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탁구계는 이제 세 명의 레프리를 보유하게 됐다. 한국탁구의 위상도 경기력에 어울리게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반가운 소식과 함께 출발한 2016년 탁구계에 계속해서 밝고 환한 소식들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