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탁구연맹 IR스쿨 최종 통과, “탁구발전 디딤돌 놓을 것!”

한국 탁구계에 레프리가 한 명 더 늘었다. 덴마크 대사로도 유명한 마영삼 국제심판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레프리(International Referee) 스쿨을 통과했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스쿨에 참가한 심판들의 활동을 종합 평가한 결과를 고지했고, 마영삼 심판의 최종 통과가 확인됐다.
 

▲ 마영삼 국제심판이 탁구레프리가 됐다. 사진은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를 진행하던 모습. 월간탁구DB.

레프리는 테이블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심판(엄파이어)과는 다르다. 경기에 관계된 모든 추첨을 진행하고, 시간과 탁구대별로 매치 일정을 조정하며, 경기임원의 임명에 대한 책임을 진다. 출전선수들에 대한 적합성을 점검하며, 규정 위반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징계조치도 레프리의 권한이다. 한 마디로 대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규칙이나 규정 해석에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갖는 직책이다. 선수들은 경기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레프리의 관할 아래에 놓이게 된다고 보면 된다. 한 대회에 오직 한 사람의 레프리만 배치된다.

그처럼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레프리가 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렵고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일정 기간 이상의 심판 경력과 등급, 권위를 요하는 대회에서의 실전 진행 경험 등을 모두 갖춰야 응시를 꿈꿔볼 수 있다. 출전 선수, 임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언어능력과 하나의 대회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탁구지식은 필수다. 실제로 국제탁구연맹은 레프리 스쿨을 열기 전 지원자들에게 몇 가지 과제를 제출받아 능력을 점검한 뒤 3박 4일간의 합숙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컨퍼런스와 상황극, 필기시험, 토론 등등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레프리를 수행할 수 있는 심판을 최종 선별한다.

마영삼 신임 레프리는 한국 탁구계에서 탄생한 두 번째 레프리다. 이전까지 한국의 탁구레프리는 현 대한탁구협회 심판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순주 레프리 한 사람 뿐이었다. 이순주 레프리가 자격을 갖춘 2011년 이전에는 국내에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서도 따로 외국 레프리를 초빙해야 하는 등 많은 불편을 겪었다. 국내 대회는 ITTF의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됐지만 체계적으로 인적자원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탁구 실력에 관해서는 세계 최강국 중 하나로 인정받으면서도 그 저변과 인프라에서는 빈약한 면모를 드러냄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자존심이 서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마영삼 심판의 레프리 자격 획득을 탁구계 전체가 함께 환영해야 하는 이유다.
 

▲ 마영삼 레프리는 “탁구발전에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경기를 진행하던 모습. 월간탁구DB.

올해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탁구계를 대표하는 심판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마영삼 레프리는 주 덴마크 한국대사 신분으로 남다른 화제를 모은 주인공이다. 신분의 부담이나 바쁜 업무 와중에도 어렵사리 틈을 만들어 심판 활동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3급에서 2급, 2급에서 1급, 그리고 마침내 국제심판 자격을 얻기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직하게 ‘탁구 꿈’을 실현해왔다. 2012년 꿈에 그리던 탁구 국제심판 배지를 옷깃에 달았으며, 이후 다양한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블루등급 규정시험, 4차례 실기평가, 인터뷰를 연속 통과하여 2014년 상급 국제심판(블루배지)으로 승급됐다. 그리고 불과 1년 여 만에 레프리 자격까지 획득했다.

마영삼 신임 레프리는 “전반적인 수준이 예상보다 높았다. 4일간 수업, 실습, 시험, 인터뷰 등등 꽤 벅차게 진행됐다”면서 “(많은 탁구인들이) 격려해 주시고 지원해 주신 덕분에 통과할 수 있었다. 앞으로 훌륭한 레프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어려운 자격을 따낸 소감을 밝혔다. 외교관으로서 또 탁구레프리로서 덴마크 대사이자 탁구국제심판인 마영삼 레프리의 일상은 앞으로도 더욱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

한편 마침내 복수의 레프리를 보유하게 된 한국 탁구계는 가까운 시일 내 또 다른 한국 출신 탁구레프리들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 1월 14일부터 17일까지 콜롬비아에서 있게 될 라틴아메리카 IR스쿨과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치러지는 아시아 IR스쿨에 최창성 국제심판과 박인숙 국제심판이 각각 참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의 탁구레프리인 이순주 대한탁구협회 심판이사는 “더 많은 레프리들이 나와 한국탁구 발전에 디딤돌을 놓을 수 있도록 탁구인들의 성원을 기대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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