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중국 슈퍼리그, 새로운 관전 포인트

판젠동은 최근 끝난 월드투어 중국오픈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었다. 마롱, 쉬신, 장지커 ‘3인방’이 버티고 있었지만, 올해 중국슈퍼리그(CTTSL)에서 괴물 같은 연승행진을 이어가는 중이었고, 마롱도 쉬신도 그의 연승 행진을 막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젠동은 중국오픈 남자단식 4강전에서 쉬신에게 패해 결승 진출에 또 다시 실패하고 말았다. 8강전에서는 독일의 강자 티모 볼을 4대 1(11-8, 8-11, 11-8, 11-6, 11-4)로 꺾었지만, 쉬신에게는 3대 4(11-6, 5-11, 11-13, 11-6, 6-11, 11-9, 6-11)로 패했다. 슈퍼리그에서는 쉬신과 펼친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이겼지만 월드투어에서만은 유독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오픈에 앞선 일본오픈 4강전에서도 판젠동은 쉬신에게 3대 4(7-11, 8-11, 11-3, 8-11, 11-3, 11-4, 8-11)로 패했으니, 두 대회 연속 같은 상대에게 같은 스코어로 진 셈이다. 판젠동은 국제무대 상대전적에서 쉬신에게 6전 1승 5패를 기록 중이다.
 

▲ 월드투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슈퍼리그에서는 연승행진 중인 판젠동. 월간탁구DB(ⓒ안성호).

그리고 다시 시작된 중국슈퍼리그! 중국오픈 참가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슈퍼리그는 지난 주말 남녀 14라운드 경기가 치러졌다. 지난 라운드까지 개인 24연승을 기록하고 있었던 빠이(Bayi)의 판젠동은 14라운드 경기에서 또 다시 1승을 보태 승리숫자를 25로 늘렸다. 비록 6, 7월에 열린 두 번의 슈퍼시리즈에서는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냈지만, 슈퍼리그에서만큼은 압도적인 연승 행진을 보여주고 있는 판젠동이다.

빠이는 1, 2단식에 출전한 저우위와 판젠동이 광둥의 웡춘팅, 류야난을 상대로 차례로 3-0 완승을 거두며 2대 0으로 앞서갔고, 3복식에 출전한 저우위-저우카이 조가 류지캉-인항 조를 2-1로 물리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홍콩 국적의 웡춘팅은 우리나라의 주세혁과 함께 광둥에 소속된 해외용병이다. 한국 대통령기 시도대회 참가로 이번 라운드에 뛰지 못한 주세혁을 대신해 1단식에 출전했지만 저우위에게 0-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광둥으로서는 주세혁의 부재가 못내 아쉬웠을 대전이었다.
 

▲ 마롱은 현 세계선수권자지만 슈퍼리그에서는 판젠동에게 2연패를 당했다. 월간탁구DB(ⓒ안성호).

판젠동은 2단식에 출전해 류야난을 상대로 3-0(11-9, 11-7, 12-10) 완승을 거두고 25연승에 성공했다. 팀은 주전들의 고른 활약 속에 12승째(2패)를 거두며 리그 1위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됐고, 판젠동은 이제 이번 주 리그 4위팀인 산둥웨이치아오(Shandong Weiqiao)를 상대로 26연승에 도전하게 된다. 산둥웨이치아오에는 개인순위 4위 리앙징쿤이 버티고 있는 팀이므로 판젠동으로서도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판젠동의 빠이는 15라운드 경기 후에는 16라운드부터 산둥루넝(Shangdong Luneng), 장쑤(Zhangsu), 바저우(Bazhou)와 차례로 경기를 하게 된다.

현재 중국슈퍼리그 개인성적 순위 2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2015년 쑤저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챔피언인 마롱이다. 마롱은 14라운드까지 21승 2패의 성적으로 판젠동에 이어 2위에 올라있고, 소속팀인 닝보(Ningbo) 역시 판젠동의 빠이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마롱은 현재까지 올 슈퍼리그에서 21번을 이기는 동안 딱 2번을 패했는데, 그게 모두 판젠동에게 진 것이다. 판젠동과의 첫 대결이었던 3라운드 5단식에서 2-3(15-13, 11-8, 6-11, 10-12, 4-7)으로 패했고, 두 번째 대결이었던 12라운드 4단식에서 또 다시 1-3(11-7, 11-6, 9-11, 11-6)으로 패했다. 재밌는 것은 월드투어를 포함한 두 선수간의 국제대회 맞대결에서는 마롱이 4전 전승으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것. 앞서 언급한 쉬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올해 슈퍼리그에서는 국제대회 전적과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각 팀 별로 두 번씩 경기를 갖는 1단계(First Stage)에서 닝보와 빠이의 경기는 모두 끝났기 때문에, 1단계에서 두 선수가 다시 맞붙을 일은 없다. 하지만 두 팀 모두 2단계(Second Stage) 4강 진출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에 최후의 우승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일본오픈과 중국오픈 4강전에서 두 번 다 판젠동을 돌려세운 쉬신 역시 슈퍼리그에서는 약했다. 팀이 2단계에 올라야 재대결을 바라볼 수 있다. 월간탁구DB(ⓒ안성호).

 중국슈퍼리그는 1단계 4위가 2단계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이다. 따라서 매년 4, 5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쉬신이 뛰고 있는 상하이는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장쑤에 밀려 2단계 진출에 실패했고, 올해 역시 아직까지는 5위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2단계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행히 14라운드에서는 치열한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산둥웨이치아오가 산둥루넝에 패하고, 상하이가 톈진을 이겼기 때문에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줄 일 수 있었다. 각 팀 별로 총 4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는 경기일정상 상하이는 앞으로 산둥루넝, 닝보, 쓰촨, 광둥과 만난다. 그 중 산둥루넝은 3위, 닝보는 2위에 올라있는 팀이어서 4위 경쟁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상하이가 최후의 힘을 짜내 2단계 진출에 성공할 경우 판젠동과 쉬신의 맞대결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마롱도, 쉬신도 심적 부담이 큰 국제무대에서 관록으로 버텨내고 있는 선배들이다. 국제무대에 버금가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슈퍼리그 순위전에서도 그와 같은 관록이 통할까? 이들이 자국 내 슈퍼리그 절대강자의 위치에 서있는 강력한 후배의 도전을 어떻게 감당해내게 될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저작권자 © 더 핑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