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마감 KOC 입후보 추천 절차 밟을 예정

유승민(33) 삼성생명 코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한다.

유 코치는 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IOC 선수위원은 선수시절부터의 꿈이었다. 지난 런던올림픽 출전선수 경쟁에서도 직전 올림픽 출전자에 한해 자격이 주어지는 선수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로 바빴지만 꿈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최근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만큼 도전해보고 싶다”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 유승민 코치가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월간탁구DB.

IOC 선수위원 후보는 ‘직전 올림픽이나 당해 올림픽에 참가한 자’만이 자격을 갖는다. 그리고 영어나 불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해서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던 유 코치는 영어를 구사한다. 유 코치는 후보가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영어가 아주 유창한 편은 아니지만 리우올림픽까지 1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좀 더 다듬으면 언어적 측면의 문제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코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탁구의 슈퍼스타 출신이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올림픽만도 통산 네 차례 출전했다. 특히 아테네에서는 ‘숙적’ 왕하오(중국)를 결승전에서 꺾고 한국에 16년 만의 탁구 금메달을 선사했던 ‘영웅’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단체전 동메달, 직전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에 기여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화려한 전적을 쌓으며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어온 주인공이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채 은퇴를 발표하기도 전에 남자대표팀 코치로 투입되어 한국의 단체 은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 아테네올림픽에서 16년 만에 한국 탁구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월간탁구DB.

공식 은퇴와 더불어 현재는 삼성생명 여자탁구팀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유 코치에게 IOC 선수위원은 새로운 영역이다. 중국 슈퍼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러시아 프로리그 등등 해외무대에서도 자주 활약했지만 아직 행정가로서는 경험이 없다. 하지만 유 코치의 도전의사는 확고하다. “2000년에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 나가 북한 선수들과 함께 뛴 경험이 있다. 당시 스포츠만큼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었다. 경기력과는 또 다른 영역인 선수위원으로서 한국의 스포츠 외교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유 코치는 “국제탁구연맹은 가장 많은 나라가 가입해있는 거대조직인데 반해 올림픽에서 탁구는 엔트리가 축소되고 메달도 적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IOC에서의 탁구 비중을 높이고도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비슷한 관점에서 “스포츠 변방국에 좀 더 관심을 갖는 선수위원이 되고 싶다. 약소국의 목소리를 대변해 스포츠를 통해 희망을 얻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 직전인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는 은메달을 따냈다. 유 코치는 이때부터 이미 선수위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월간탁구DB.

한국은 문대성(39) 현 IOC 선수위원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끝으로 임기(8년)가 끝나 새 위원 배출을 노리고 있다.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당 한 명만 가능한 IOC 선수위원은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일반 IOC 위원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특히 선수위원은 다른 위원들과는 달리 올림픽에 출전해 선수촌에 입촌하는 선수들이 바로 유권자다. 선수들이 직접 뽑는 선수들의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IOC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특별하게 인식된다. 올림픽에서 누구 못지않은 캐리어를 쌓아온 유 코치로서는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유 코치가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려면 아직 중요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유 코치 외에도 역도 장미란(32), 사격 진종오(36) 등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태다. 둘은 은퇴 후에 이미 각자 영역의 스포츠행정가로 경험을 쌓고 있는 경쟁자들이다. 유 코치가 내년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IOC 위원에 도전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이 둘을 포함한 경쟁자들과 함께 대한체육회의 최종 후보 추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이 달 말일인 31일까지 각 경기단체로부터 후보자 접수를 받은 뒤, 다음 달 중순 선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9월 15일까지 IOC에 추천할 계획이다. IOC는 최종 후보자 명단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개촌 2개월 전에 발표하고, 올림픽 기간 선거를 실시해 폐회식 전에 4명의 선수위원을 최종 발표한다.
 

▲ 충분한 경쟁력을 자신한다는 유승민 코치다. “탁구인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월간탁구DB.

한국탁구는 최근 경기력 하락으로 국제무대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유 코치가 또 다른 영역에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면 선수들도 색다른 자극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한국 탁구선수 출신 IOC 선수위원이 배출될 수 있을까. 유 코치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준비가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시절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선수들과 오랫동안 함께 생활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선수위원은 선수들이 뽑는 것이고, 나의 진정성을 충분히 선수들에게 어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탁구인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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